필라테스 자격증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알게 된 것

by 토토

필라테스 자격증을 알아보기 시작한 순간, 몸의 세계는 다시 머리의 세계가 되었다.

비교하고 계산하고 따지다 보니, 정작 ‘몸을 배우려던 마음’이 가장 멀리 있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교육기관이 아니라, 내 몸이 존중받는 방식으로 배우는 경험이었다.



만약 당신이 필라테스 지도자 자격증을 검색하기 시작했다면

빠져나올 수 없는 고민의 개미지옥에 들어섰음을 알려드리겠다. 무려 자격증 개수가 1300개나 된다고 한다(2024년 기준). 그렇지만 네이버 쇼핑에서처럼 가격비교나 리뷰를 전혀 볼 수 없다. 게다가 가격은 상담을 통해서 알려주거나, 나와있다고 하더라도 몇 백만 원은 우습다. 천만 원 단위까지 생각해야 한다. 거액의 교육과정을 혼자 외로이 결정해야 하는 여정이다.


상담을 다녀봐도 모두들 자신들이 최고라고 할 뿐 알 면 알수록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을 해야 하는지 막연해진다. 해부학을 잘 알려주는 곳, 재활에 특화된 곳, 연습실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곳, 외국의 유명한 분이 만든 브랜드, 많은 강사들이 취득하여 공신력 있는 곳으로 소문난 곳 등. 필라테스 강사들의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면 어떤 교육기관을 선택해야 하는지 비교해 달라는 게시글이 거의 매일 올라온다. 나 또한 고민만 하며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기간이 길었다. 고민하는 게 머리 아파서 그냥 하지 말아 버릴까 하고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비교 기준이 모호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필라테스 강사가 어떤 직업인지 제대로 몰라서


그저 얼른 강사 자격증을 딸 생각만 있었지 강사가 어떤 직업인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고작 1:1 30회 레슨이 전부. 30회 동안에 필라테스라는 운동이 좋다는 것만 알았지 한 시간 레슨이 어떻게 구성되고 강사는 회원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1년 정도 꾸준히 레슨을 받아보니 필라테스 강사라는 직업이 뭔지, 무엇이 중요한지 나만의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됐다.


필라테스 강사는 큐잉, 터치, 프로그래밍을 통해 필라테스 움직임을 몸에 전달하는 사람이다. 큐잉은 말로 동작을 설명하는 것, 터치는 몸을 직접 만져서 회원이 인지하도록 하는 것, 프로그래밍은 운동의 처음과 끝을 의도를 가진 조합과 순서로 구성하는 것이다. 물론 회원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 일도 '엄청' 중요하지만 강사로써 한 시간 수업을 하려면 최소한 저 3가지가 필요하다. 그중에서 프로그래밍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필라테스는 그룹수업도 많아지긴 했지만 1:1로 개인화된 수업이 주력인 운동이기 때문이다. 회원의 몸을 해석하고 필라테스 동작들을 제안하는 방법에 따라서 수업의 질이 결정된다.


핵심은 사람의 몸


몸에 대한 이해는 결국 내 몸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한다. 직접 내가 움직여보고, 강사가 내 몸을 다루는 방식을 느껴봐야 타인의 움직임도 보인다. 내가 직접 해본 동작과 그렇지 않은 동작을 관찰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나는 등 쪽에 힘이 들어갔었는데, 저 사람은 어떨까?' 하면서 유심히 관찰하게 되고 거기서 힌트를 얻어 내가 운동할 때 도움을 받기도 한다. 또한 강사가 나와 다른 체형의 사람에게는 그 동작을 어떻게 이끌어내는 지도 볼 수 있게 된다. 아마 많은 교육과정에서 해부학이나 재활 등을 강조하는 것도 어찌 보면 사람의 몸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 몸에 대한 해석이 곧, 프로그래밍으로 드러난다. '회원의 몸에 부족한 것을 채워주기 위해서 어떤 동작들을 어떤 순서로 하는지?', '서로 시너지를 주는 동작들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는 강사의 관점이 드러나 있다. 이 움직임들을 하면서 회원은 다시 자신의 몸을 바라보게 된다. '이 움직임에서는 이런 부위가 쓰이는구나!', '나는 이런 종류의 동작에서 공통적으로 어려워하는구나.' 등등. 모든 걸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움직임을 통해서 회원과 상호작용 하게 된다. 레슨을 통해 타인이 내 몸을 다루는 방식을 많이 경험해 보아야 남의 몸도 다룰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필라테스 강사들도 다른 강사에게 꾸준히 레슨을 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필라테스 강사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나름 정의를 내리면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더 파고들지가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그렇게 보면 자격증 교육과정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을 채워나가는 과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자격증 과정 이후에도 배울 수 있는 워크숍과 자격과정 또한 무궁무진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떤 교육 과정으로 시작하든 내가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할지만 제대로 알면 된다. 무엇을 채워야 할지 알기 위해서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이 운동을 꾸준히 느끼고 관찰해야 한다. 물론 한 번도 필라테스를 해보지 않고 자격증 과정을 하고 강사로서 잘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어차피 직업으로 삼을 거라면 그 정도 여유는 자신에게 허락해 주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직업을 제대로 알고 시작하는 건 그 직업으로 새롭게 펼쳐질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줄 테니.


그렇게 내린 결론은


내게는 '타인이 내 몸을 어떻게 다루는지 경험하고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흔히 '옵저(observation의 준말)'라고 불리는 레슨을 관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교육과정을 선택하는 것으로 좁혀졌다. 그 외의 것들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채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선택하는데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어떤 교육과정을 들어도 괜찮다.

왜냐하면 하나의 교육과정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순 없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각 교육과정에서 제공하는 1:1 레슨을 들어보는 것이다.

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회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나의 몸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본다.


내 몸이 존중받는 느낌이 들고 이 방식대로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과정을 믿고 따라갈 수 있다. 그러면 나를 믿고 누군가의 몸을 다룰 수 있게 된다. 단지 동작적 지식뿐 아니라, 내가 배운 방식에 대한 자기 신뢰가 이 직업을 지속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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