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옆 휴대폰의 알람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지면 밤새 뻐근 해진 몸을 일으켜 곧장 욕실로 향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수에 몸을 적시면 조금씩 정신이 맑아진다.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옷장 앞에서 한참 동안을 멍하니 오늘 입을 옷들을 바라보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옷을 끄집어내어 몸에 입히고,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아 입에 넣으며 겉옷을 걸치고 문밖을 나선다.
그림 Irene
총총걸음으로 지하철역에 도착해 게이트를 지나 딱 맞게 도착한 열차에 몸을 싣고 운이 좋으면 자리에 앉아 목적지까지 스트리밍을 만끽한다. 지하철역을 올라오면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무리를 따라가다 잠시 카페에 들러 테이크 아웃 커피를 손에 쥐고 회사에 들어선다.
자리에 도착해서 하루의 동반자인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면 경쾌한 단음이 울리며 밝아지는 화면으로 반겨준다. 외투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치고 의자를 당겨 자리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음미하며 잠시 한숨을 돌린다. 오늘의 할 일을 체크하며 하루를 준비하는 동안 비어있던 자리는 금세 채워지고 웅성웅성 작은 소음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간단한 미팅과 열심히 전진하는 커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하루 중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점심시간이 다가와 동료들과 함께 끼니를 사냥하러 거리로 나선다. ‘뭘 먹을까?’ 서로 고민을 미루다가 늘 가던 백반집의 현명한 오늘의 메뉴에 감사히 배를 채우고 또 한잔의 커피를 들고 자리로 돌아간다.
먼저 사무실을 나서는 직장 상사의 뒷모습 옆으로 보이는 시계가 퇴근시간을 가리키면 하나둘씩 책상을 정리하고 컴퓨터 로그아웃 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리를 나서면 삼삼오오 아침과는 다른 여러 방향으로 흩어진다. 회사 이야기, 상사 이야기, TV 프로그램 이야기 등으로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잠깐의 개인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또 내일을 준비할 시간을 마주한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 토닥이며 침대에 몸을 눕힌다.
특별할 것 없지만 오늘도 잘 보낸 하루 속에서 가치 있는 순간순간들이 삶을 빚어내고 있다. 어느 하나 가치 없던 순간이 있을까? 가치 있는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순간순간에 찬란히 빛을 내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냐 하는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려울까? 아니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하자면 삶의 가치란 무엇일까 라고 물었을 때 어떠한 답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가치라는 것을 특별한 무엇 또는 이루어내기 어렵고 힘든 결심이 필요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Irene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자라오면서 가치를 좇아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자의적으로 자신의 삶의 가치를 생각해 보거나 생활 속에 가치를 찾아내는 방법 또한 배우지 않았다. 어떠한 것을 모른다는 건 그것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것들을 배우지 않았다. 그러다 삶의 어느 한순간에 절망의 벼랑 끝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왜 때문에 여기까지 와 있는지 답도 없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고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의 늪에 빠져가는 찰나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내 삶은 가치 있었다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추구한 삶의 가치는 어떤 것이었을까? 하면서 갑자기 삶의 가치라는 단어가 미간을 뚫고 지나갔다. ‘내 삶에서 추구하는 명확한 가치가 없었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에게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모두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 시대의 많은 ‘나’ 자신이 스스로를 혹사시키고 있지는 않을까? 배우지 않아서 또 어떤 누군가는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과거와 미래에 머물러 후회하고 스스로를 질책하며 현재의 가치 있는 순간순간을 놓치고 있지 않을까? 아직 삶의 가치를 찾는 특별한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모두가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같은 위치 선상에 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이라는 한 가지 믿음이 있을 뿐이다. 이 글을 써가며 나 스스로도 더 많은 가치를 찾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림 Irene
지금 이 순간 나와 같은 출발점에서 삶의 가치를 찾아가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새로운 인생 출발을 축하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