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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es Vplus Jan 05. 2016

Prologue. 1. 승진누락

천천히 걷고 물을 많이 마신다.


"형. 저 승진 누락... 동기 대부분 대리 승진 했는데 .. 정말 우울하네요. "


카톡이 울렸다. '저런..'


이런 카톡에는 쉽게 답하기 참 어렵다. 해줄 말이 마땅치 않은데다가 무턱대로 위로만 하기도 뭐하니.

J다. 만날 때마다 자신감 넘치는 후배. J, 얼마전 만났을 때 본부내 6개월 앞선 이미 한 번. 대리 승진에 미끌어 진 선배가 있어 걱정 된다고 하더니 결국 J는 내년에도 사원으로 일을 하게 되었나보다.


"고과 상관없이 누락된 거래요.. 요즘 우리 회사 트렌드가 대리 누락이라서.. 그래도 이거 쪽팔려요.."



10여년 전 사원시절 '인사 발령' 업무를 맡고 있을 때였다. 당시 고집스럽게 전통인냥 12/26일에 승진 발표를 하던 회사 덕분에 12/25일은 항상 출근이었다. 크리스마스 사무실에서 인사위원회 결과를 반영, 승진 결과 공지를 준비하고, 12/26일 자정에 전사 시행문을 공지했다.


그렇게 12/26일에는 회사를 알아서 안 나오시는 분들이 계셨다. 승진에 누락된, 특히 연속적으로 누락되고 있는 분들. 그 분들이 기억난다. 일 하다보면, 직장 생활하다보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한 두가지이겠냐만은 '승진 탈락이라니.. 힘들겠다' 그 위로의 시선을 온 몸으로 받으며 사무실에 앉아있어야 하는 것은 웬만해서는 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 뭐 연봉이 안 올라간다는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일 못 해서 승진탈락한 것도 아닌데 뭐. 소주나 한 잔 하자."

" 네. 운이 안 좋았네요. 천천히 다녀야죠 뭐..."





4 ~ 5년 과장, 부장 승진에서 누락되고 있던 분들이 생각났다. 무슨 이유에 누락인지, 탈락인지 중요치 않아 보였다. 그냥 결과가 승진 누락. 그 결과는 관성화되어가고 있었다. 그 분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딱히 그려지지 않았었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지금보다는 덜 경쟁적이었으니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나갈 필요도 없었다. 그 분들은 천천히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가슴 속 생치기난 상처들이 한 두 곳이 아닐지라도 회사니깐. 월급이 나오는 일터이니깐. 먹고 살아야 하니깐.




"천천히 걷고, 물을 많이 마시면 돼."

"네. 형님. 맘은 다 추슬렀습니다. 어떻게든 견뎌야죠."


"아니야. J.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은 그게 아냐. 천천히 걷고, 물을 많이 마시면 그냥 그렇게 x 돼.

  어쩔 수 없는.. 따지면 조직이라서 벌어지는 일이라 받아들이고, 다음 차례를 기다려서는 안 돼.

  경력은 시간의 방향에 따라 앞으로 계속 나아가며 순간 순간이 저장되고, 축적되는데... "


 카톡으로 이야기하기에 말이 길어진다.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다.


 "안 되겠다. 내일 소주 한잔 하자. 내가 특별히 시간 내어주지."

 "네.. 형님. 완전 고마워요. 그렇지 않아도 고민이 너무 많아서.. 내일 조언 좀 해 주세요."

 "그러자. 그리고 이거 한 번 오늘 밤에 곰곰히 생각해 봐. 너가 왜 그 회사를 선택했었는지 ?"

 "네 ? 우리 회사.. 요 ? 뭐... 돈을 많이 주니깐... "

 "ㅇㅇ. 그렇긴 한데 3년 전, 너 몇 개 회사 선택할 수 있었잖아.. 근데 그 중 회 지금 회사를 선택하게 된 건지..

   한 번 꼭 생각해 보고. 만나자. 야.. 이거 1:1 Workshop 한 번 하겠는데.. "

 " 완전 좋습니다. 제가 괜찮으면.. 맛있는 거 살께요. 여튼, 내일 뵙겠습니다."



 3년 전 J는 통신사 1곳과 자동차회사 1곳을 비교하고 있었다. 스펙이 나쁘지 않았다. 물론 스펙이상의 태도가 무척이나 훌륭했던 J였다. 당시 J는 조언을 구했다. 바로 답을 주지는 않았었다. 답이 뻔히 보이기도 했는데, J가 이미 그 답을 손에 쥐고 있다고 느껴졌었다.


 며칠 뒤, J는 자동차 회사를 선택했다. 그 선택은 J에게 무척이나 어울렸다. 그리고 잘 맞았다. 완벽한 선택.


 연봉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기업의 성장여부를 떠나서 'J의 뜻에 따라 선택' 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워 보였다.







살아가며 매 순간. 나 자신의 선택입니다. 말하기 어려울만큼 작은 선택들과 그 선택을 일으킨 미세한 관점의 차이가 쌓여서 자신의 길이 생긴다. 지나온 길을 계속 이어 나가는 것은 그야말로 자기답게 살아가는 인.생.이다.


자신의 의지. 자신의 생각. 자신의 행동. 으로 내린 선택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경력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취업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직장생활의 어려움과 피곤함 등으로 자신의 '경력관리'에는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왜죠 ? 왜 그런 것이죠 ? 물어보면, 내 뜻대로 할 수 없어서요. 란 답을 쉽게 듣는다.


아니. 아닙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조직의 상황 때문에 원치 않는 결과를 만날 수도 있고, 뜻하지 않았던 직무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하고 싶지 않은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입사를 위해서 그렇게 노력했던 것은 '나의 선택. 대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였을 텐데, 슬쩍. 직장생활이 다 그렇지.. 월급쟁이가 다 그렇지.. 핑계를 대며 더 이상의 자신의 길을 이어나가지 않는 것은. 좀 많이 아쉽다.


J의 모습이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술자리에 몇 명의 후배들을 더 불러보았다. 그 몇 명의 후배들 중. 누가 가장 멋진 경력을 가지게 될 것인가 ? 스스로도 궁금해졌다. 지금 당장의 연봉과 일하는 조직과 관계없이.


자신의 뜻에 따라. 제대로 자기다운 경력을 가져가는. 사람.



당신은 어떠합니까 ? 그런가요 ?








"먼저 경험하고, 생각하고, 배운 것 당신에게 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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