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를 거듭하는 정보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는 금융기관의 엔지니어로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엔지니어의 세계에는 인시던트 매니지먼트라는 것이 있는데,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이 인시던트 매니지먼트 팀이 개입, 최우선 사항으로서 문제를 해결해 갑니다. 저도 제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모든 다른 일을 중단, 문제 해결에 나섰습니다. 지난주 발생한 실리콘밸리 은행사태는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지난 꿈에 당시의 인시던트 매니지먼트 팀의 리더분이 나오셨을 정도입니다. 오늘 기사의 주제이기도 한 이번 SVB 사태는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고, 한시라도 빨리 좋은 형태로 해결되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SVB(Silicon Valley Bank),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은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입니다. SVB에 따르면 VC에서 자금 조달을 한 모든 스타트업의 44%가 SVB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규모인데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들도 SVB를 사용합니다. 와인으로 유명한 나파의 와이너리 중에서도 SVB를 사용하는 곳이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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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SVB를 사용하는 회사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예금보험을 제공하는 미국 정부의 FDIC(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가 보증하는 $250K(약 3억 3천만 원)의 현금만으로 회사를 돌려야 한다면 월급 지급이나 다른 거래처에 대한 대금 지불 등이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한 거래처들은 자신들의 직원들에 대한 월급 지급도 정체되어 버립니다.
따라서, 이것은 SVB를 사용하는 스타트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월급 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는 리플링(Rippling)이라는 회사도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리플링을 사용하는, 그러나 SVB를 사용하지 않는 스타트업들에게도 영향이 생기고 있습니다.
당연히 $250K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시급히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 한 이들 회사들도 연쇄적으로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작은 스타트업의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스트리밍 TV 디바이스를 제공하는 상장회사인 Roku는 현금의 26%에 해당하는 $487M(약 6,500억 원)가 SVB에 예금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또 만약 이들 스타트업들이 큰 영향을 받으면, 이들에게 투자를 하고 있는 VC펀드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심지어 그 VC펀드에 투자를 하고 있는 LP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중대성을 미국 정부도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번 FDIC의 개입 속도는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목요일에 SVB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다음 날 아침에는 FDIC가 개입하였습니다. 이 속도는 리먼 쇼크 때는 없었던 레벨이고, 당시와 같은 연쇄적 파산을 막으려는 미정부의 시도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렇게 믿고(희망하고) 있습니다.
CNBC 투자정보 프로그램의 영향력 있는 짐 크레이머 씨 등이 불과 한 달 전, SVB는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이렇게 짐 크레이머 씨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없다고 말하던 은행이, 스타트업계에서 이렇게까지 영향 있는 은행이, 어떻게 단 40시간 만에 파탄까지 이르렀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돈을 인출하도록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회사를 재촉한 VC들(예를 들어 Founders Fund의 피터 틸)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그 VC들도 설마 이렇게까지 사태가 급전개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이 사태까지 이르면 그들에게도 불이익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깐요.
이는 대규모 행동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정보기술의 진보에 따라 점점 적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VC들에 의해 SVB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이 좋다는 지시가 내려진 목요일 아침, 불과 몇 시간 안에 그 정보가 빠르게 확산됐고, 사람들은 이를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정보 확산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정보가 확산되었습니다. 또한 지금은 큰 돈의 이동도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사람들은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어떤 사람들이 틱톡에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것과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블랙스완 이벤트 (마켓에서 사전에 거의 예상하지 못하고 일어났을 때의 충격이 큰 사건)가 많다고 느끼는 것은 저뿐일까요. 분명히 지금의 사회 시스템은 이러한 새로운 파라다임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블랙 스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예측하기 어렵다면 남들보다 1초라도 빨리 정보를 입수하고 그 정보를 분석, 행동까지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앞으로의 시대가 살아가는 중요한 규칙 중 하나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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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Roku, Etsy among companies impacted by Silicon Valley Bank collapse - https://www.axios.com/2023/03/11/silicon-valley-bank-roku-roblox-impa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