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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Jun 09. 2022

춘천의 공지천

        

  어둑어둑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서 춘천의 밤은 화려하게 깨어난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조용한 어둠에 물들었던 과거에서 깨어나, 춘천의 밤은 낮보다 더 찬란한 색을 띠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 아내와 함께 여행으로 왔던 춘천은 인연이 질기게도 이어져 결국 이사까지 오게 되었다. 나이를 먹으면 언젠가는 춘천에 와서 살고 싶다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었었다. 아침 일찍 소양댐에서 내려와 세월교(콧구멍 다리)를 건너 방죽을 따라가며 햇살에 반사되어 부서지는 물안개를 보는 순간 그 느낌이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운이 대단했다. 그날의 잔잔한 감동을 30여 년 가까이 질질 끌고 오다 완전 살기 위해 이사를 왔다. 


   맹자는 “흐르는 물이 웅덩이를 만나면 웅덩이를 다 채우지 않으면 나아가지 못한다. (유수 지위물야流水之爲物也 불 영과 불행 不盈科不行) 라고 했다.

  사람의 감성 충전 또한 물이 웅덩이를 채운 이후에야 앞으로 나가는 것과 같으며 충전된 감성은 물과 같아서 만물을 고루 이롭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까닭에 마음에 생기발랄 生氣 潑剌을 충전시키고 몸에 휴식을 부여하면서 문화 감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공지천이 안성맞춤인 것 같다.      

  춘천은 사십여 개의 지천이 소양강과 자양 강으로 흘러드는 물의 도시이고, 사십여 개의 지천 가운데 공지천이 가장 크고 넓다. 공지천은 대룡산에서 발원하여 삼청동까지 흘러와 소양강에 합류한다. 대룡산 고은리에서 흘러 내려온 물줄기가 신촌 천이며, 사암리에서 시작해 태백교 근처의 장거리에서 합류하는 물줄기가 학 곡 천이다. 이후 거두리에서 발원한 수하천, 금병산 정족리에서 발원한 퇴계 천, 교동과 효자동에서 발원한 약사 천 등이 차례로 합류하여 공지천을 이룬다. 공지천은 ”신성하고 클 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춘천의 역사 참고)

  공지천은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어서 여행자도 찾기 좋은 곳이다. 공지천 의암공원 毅巖公園내에는 춘천의 고대 맥국을 상징하는 ”맥 바위“, 조선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조선 의병 총대장 의암 류인석 동상, 의암 류인석의 8촌 조카며느리로 4대에 걸쳐 의병투쟁을 전개했던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동상, 일제 강점기 강제 연행 동원된 위안부를 기리는 소녀상 등이 있다.     

  1968년 조성된 ‘에티오피아 한국 참전 기념탑’이 있으며, 셀라 시가 전해준 커피가 인연이 되어 전국 최초 커피 도시가 되었다. 이로 인해 에티오피아 커피 전문점과 에티오피아 한국 참전 기념관이 세워졌다. 또 1970년대 전국 체전이 열리던 동계스포츠 메카 Mecca였다. 동계 체전이 열리던 겨울에는 공지천은 겨울 축제의 장이 되었다. 지금은 물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천변을 직선화하여 옛날 모습과 차이가 있지만, 1960~70년대에는 지금보다 하천 폭이 두 배 정도로 넓어서 200m 규격의 빙상트랙을 만들고 전국 동국 체전을 거뜬하게 치러 냈었다. 이후 태릉 실내 빙상장이 건립되기 이전까지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빙상스타를 탄생시켰던 자랑과 추억의 공간이었다고 한다.


  공지천은 문화 예술을 즐기고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하고 안락한 휴식 공간임은 확실하다. 집에서 차로 10분이면 도달하여 공지천 수상 상점을 이용하고, 그곳의 오리배를 탈 수 있는 아주 친숙한 공간이다. 공지천 방죽 벚꽃과 조각공원 내 꽃나무는 사시사철 꽃 잔치하며 찾는 이들의 마음과 감성을 풍부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설악산의 축소판이라고도 불리는 삼악산은 의암호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것도 아름답고, 의암호를 내려다보며 등산을 해도 아름답다고 한다. 산줄기를 따라 6개의 폭포가 있다. 등선폭포, 승학폭포, 백련폭포, 비룡폭포, 주렴폭포와 그중에도 특히 옥녀담이  있는 등선폭포는 맑은 물과 아름다운 비경에 감탄을 자아낸다. 춘천에 이사 온 지 어느덧 두 달이 되었다. 춘천의 호수가 너무 좋아 이사를 오게 되었다. 집과 가까운 의암호와 삼악산과 중도와 춘천대교 풍경에 홀딱 빠졌다. 밤이 되면 춘천대교에 조명이 들어와서 의암호의 야경은 너무 멋지다. 레고랜드도 어린이날 오픈하고,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도 5월부터 야간 운행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춘천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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