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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Feb 18. 2022

무소유(無所有)

non-possession

   

하얀 눈 내리는 들판

선명한 순백의 자태가

농(濃)익은 여인의 미소처럼

고상(高尙)하고 포근하게 인다  

   

추수(秋收)로 텅 빈 들녘에

산비둘기 무리지어 푸드덕 거리고

재넘이 할퀴고 지난 자리

공허(空虛)만 남아 허공(虛空)을 맴돈다   

  

칼바람에 갈팡질팡하는 억새가 울고

빈 들녘 저 멀리 먼 산에 바람꽃 일고

저녁이면 약속이나 한 듯 찾아오는

한 겨울 석양이 한 폭의 그림 같이 곱다  

   

고요에 잠긴 산골 마을 어둠이

잠잠히 내려 앉아 빈 가슴 파고든다

어설프게 군락을 이룬 잡목(雜木)들이

세월에 지친 모습으로 달밤에 떠오른다 

    

앙상한 감나무 가지 끝 대롱대롱

매달린 달무리가 토해내는 이별 앞에

잎 새를 날리는 바람의 향연이 끝나고

차디찬 새벽이 오기 전 나를 비어내야 한다 

    

밤이 이슥해지고 또 내일이 찾아오면

내 면속 움츠렸던 오욕(汚辱)을 씻어내고

고결(高潔)한 무욕(無慾)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이 밤 괜스레 무소유(無所有)를 기대해본다      


.



재넘이 : 밤에 산꼭대기에서 평지로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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