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먼 북소리>,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읽었다. 네 번째 에세이로는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를 골랐다.
외국 작가의 책은 출판 연도를 항상 찾아본다. 이 책은 98년 일본 출판, 99년 한국 출판되었다. 90년 대 여행 에피소드를 담은 것이다. '그 시절 그 나라는 그랬구나' 를 파악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루키는 '최근에는 해외여행이란 것이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기에 이 책이 적어도 2000년 대에 쓰여졌을 줄 알았는데 90년대에 쓰여져서 다소 놀랐다.
하루키가 여행기를 쓰는 법은 '작가의 말'에 짧게 담겨있고 주 내용은 여행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뉴욕주 부촌 이스트햄프턴부터 일본의 어느 무인도섬, 멕시코, 몽골, 그리고 그의 고향까지. 하루키는 스스로가 녹음기가 되고 스스로가 카메라가 되는 자세로 여행을 한다고 한다. 또 세밀하게 기록하지 않고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짤막하게 적어놓는다고. 그렇게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자신을 몰입시키고 여행에서 돌아와 한 달이나 두 달쯤 지나고 나서야 여행기를 쓰기 시작한다고 한다. 중요한 이야기를 빼먹으면 어떡하나 라는 질문에 하루키는 잊어버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답할 듯하다.
멕시코가 분량이 많기도 했지만, 밑줄을 가장 많이 그었던 점을 미루어보아 아무래도 직접 '멕시코의 피곤함'을 느끼러 가야할 듯하다.
마지막으로 하루키가 정의하는 여행을 인용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처럼 변경이 소멸한 시대라 하더라도 자기 자신 속에는 아직까지도 변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추구하고 확인하는 것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그런 궁극적인 추구가 없다면, 설사 땅끝까지 간다고 해도 변경은 아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