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시작 즈음, 하루키의 책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를 알게 되었다.
세이지는 지휘자니까 클래식 음악 관련 책이겠거니 하고 큰 기대없이 골랐다.
그러곤 생각날 때마다 리디북스를 켜서 읽다 말다 반복했고, 그 사이 계절은 한 바퀴를 돌았다.
대화에 언급된 곡, 관련 곡을 들으며 읽다보니 자연스레 호흡이 길어졌다.
긴 호흡으로 읽었을 뿐, 질질 끌며 읽지 않았다.
네이버 백과사전이나 <서양음악사>의 딱딱한 글이 해소해 주지 못하는 리얼 지적 쾌감을 누렸다.
다른 분야의 두 예술가는 예술사나 작곡가의 배경 보다 음악 자체를 이야기한다.
"따라-라-"와 같이 글로 표현된 음악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직접 곡을 찾아 들으며 그 "따라-라-"가 언제 나오나 귀를 기울이고 음악에 집중하게 만든다.
"소리의 표정이 달라지거든요", "이 오케스트라는 말에 자음이 안 나오는군요" 글로만 읽으면 외계어같이 이해되지 않는 대화 내용이더라도 음악을 듣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기민한 감성을 가진 예술가의 밀도 높은 대화는 몇 페이지 읽고 감탄하고, 얼마 못가 또 감탄하게 만들었다.
이런 대담을 엮은 책이 세상에 또 나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은 하루키가 재즈도 이런 책으로 써 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이어졌다.
어떻게 살 것인가 성찰하며 예술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바뀐 듯하다.
예술은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수단'이 아니다. 고귀하거나 특별하지도 않다. 그저 녹아들면 충분하다.
삶 자체가 예술이며 예술이 곧 삶인 양, 세상의 모든 삶이 예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
(물론 어느 순간 바뀔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수많은 형광펜 중 일부/ 책 구성이 궁금하시다면 :)
https://blog.naver.com/before7am/222640282367
대화에 언급된 연주, 관련 곡으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
https://music.apple.com/us/playlist/haruki-seiji/pl.u-jV89DqJFdNRLZq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