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과 폭죽소리

답장

by 노예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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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흐르듯 습한 공기를 넘나들며 남긴 수많은 궤적이 드높은 천장에 금빛 천을 펼치고 누군가의 밤길에 카펫이 되어준다. 낮에 보았던 파도같이 육지을 타고 흐르는 해무와 그 사이로 보이는 어선들. 한줌의 습한 기운 너머도 끈적함보단 서늘함이 가득했고 그럼에도 포근했다.


폭죽 소리가 하늘을 채우고 환호성과 함께 꺼져간다. 자려고 누운 머리맡의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손바닥보다 작은 가로등빛. 아침에 일어나 피어나는 근처 어린이집 아이들의 산책소리와 들려오는 선생님의 노래소리. 따뜻한 물과 쏟아지는 아침의 기운. 밀린 집안일을 끝내놓고 작디작은 마우스를 끄적이는 일.


아무렇게나 끓인 라면에 내가 이렇게 라면을 잘 먹었나 싶었고 싸게 나온 파스타 소스를 보고 요리 좀 해먹어야겠단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군것질도 늘려본다. 단언하며 지내던 것들이 또 변하고 흐른다. 내가 나를 잘 안다고 여겼던 것들이 변화한다. 늘 교체되는 내 체세포들처럼. 결국엔 적응한다. 1년 전은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하긴 군대도 얼마나 빨리 적응했던가. 자고 일어나서 본 천장이 낯선 것은 이틀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여전히 요리는 잼병이지만 손 대는 것마다 망치던 시기에 비하면 일취월장 아니겠는가. 모든 것이 그런 것이다. 일단 하다보면 변화한다. 싫다고 여긴 것들이 좋아지기도 하며 분명 나와 맞지 않을 것 같던 곳도 괜찮아지기 마련이다. 클럽이라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내가 클럽파티 분위기의 행사에 가선 나도 분명히 즐기고 있었다. 다 그런 것이다.


노래 취향도 끊임없이 바뀌고 옷 취향도 바뀌며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고 싶어진다. 대화에서 좀 더 뻔뻔해지고 여유로워진다.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서 복잡한 것은 과감히 내려놓고 거침없어진다. 나 자신을 좀 더 던지게 된다. 하긴 꾸준히 뛰고 점프를 해야 필요할 때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다. 성인되고서 전력질주를 한지 얼마나 오랜지 생각해봐라.


다시 자전거가 타고 싶어졌다. 그것은 과거의 향수라기보단 새로운 장소에서 하는 라이딩에 대한 설렘이 가득한 탓일까. 직접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두발탈것이 너무 좋다. 내가 사는 이 곳엔 또 어떤 나만의 명소가 있을까. 지도와 인스타에 뜨지 않는 특이한 장소의 특이한 뷰. 그런 곳이 좋다. 가끔 나 또는 나와 비슷한 취향의 또다른 누구 정도만 방문하는 주인없는 길거리 카페. 그곳에서 몬스터 한캔 홀짝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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