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9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by 기연

이소라의 track9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가 살면서 당연하게 생각을 했거나 어쩌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던 인생에 대한 물음이 적힌 가사가 참 애절하게 들리는 노래라서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찾는 노래인데요. 가사의 일부분을 소개하자면


’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널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통 속에 살게 해.‘


태어난 것에 물음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원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어난 것은 나의 선택이 아닌데, 이름은 그렇다 치고 세상은 열심히 살라고 이 사회에 한자리 차지해서 평범한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라고 말을 합니다. 지속되는 강요와 압박,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 20살이 되는 순간 사라지는 보호막. 나이가 들수록 늘어만 가는 짐들과 고민들.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우울과 공포. 너무 어두운 단어들만 적은 것 같지만 당시에 저는 이러한 단어들에 둘러싸인 채로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가지고 싶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손에 쥐게 된 어떠한 것들은 점차 지키고 싶고 지켜야 할 것들이 되었고, 저는 어느 순간 누군가의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켜야 할 대상이 되어있었습니다. 끝없이 내려가는 인생의 길에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새로운 동굴이 나오고 또다시 빨려 들어가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었지만 사랑과 미련이 있는 겁이 많은 사람이라 다행히도 아직까지 살아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나를 괴롭히고 있는 대상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의 딱지를 뜯어내봐도 내가 아닌 다른 어떤 것도 나를 괴롭히고 있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저만 저를 미워하고 살고 싶지 않게 하고, 구석으로 밀어 넣고 온갖 나쁜 말들을 던지며 괴롭혔을 뿐 놀랍게도 세상은 저에게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과 사람들은 너에게 관심이 없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 누군가는 서운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이 말보다 더한 위로의 말은 없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잘 사는 삶’ ‘멋진 삶’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살고 싶었나 봅니다. 정작 그 길이 어떠한 길인지, 어떤 모양인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조차도 모른 채로 어리석게도 허망된 길을 꿈꿨습니다. 방향을 알지 못하고 계획되지 않은 삶은 실수와 후회의 연속이었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이 더 커 보이는 현상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믿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는데, 그걸 알고 있었지만 남들이 가는 길을 믿으며 그 길을 따라가려 애썼습니다. 몸과 마음을 다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물론 태어난 것은 저의 선택이 아니었고, 평생 불려야 할 이름도 저의 선택이 아니었고, 무조건 열심히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행운이었고, 갈 수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10년 넘게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여러 직업들까지 함께 하게 되면서 나름 알록달록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절했던 날들을 발판삼에 현재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두웠던 날들을 지나왔기에 작은 행복도 쉽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포기한 것들 덕분에 주위를 더욱더 자세히 둘러보며 음미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떠한 선택도 없이 태어나 삶에 뛰어들어버렸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것을 택했으니 살아내려 합니다. 좋아하는 것들과 좋아하는 사람들, 가끔씩 오는 막막함까지도 곁에 두며 그렇게 살아내려 합니다.


1999년 3월 7일 저는 사랑으로 태어났고,

2006년 초등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2012년 서울에 위치한 여자중학교에 입학을 한 후 엄격한 교칙을 아무런 의심 없이 잘 따르며 다녔고,

2015년 꿈을 좇아 예술고등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2018년 성인이 되었고, 2020년 처음으로 앨범을 내며 꿈을 이룬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20대보다 30대가 더 가까운 나이가 되어 이렇게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사진을 찍고, 그림도 그리고, 타투도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년도는 제가 살아왔고, 아직도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꿈을 꾸며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살아내고 싶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무엇을 위한 건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택한 일들이 있었기에 저는 아직도 이 세상에 발을 붙이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나대로 사는 법을 익히며 그렇게 엮고 푸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사는 방법을 익히려고 작은 것부터 놓는 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그렇게 꿈을 꾸고, 나만의 삶을 만들며 나름 다채롭게 살고 있습니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지만 어떻게든 강하게 만들고, 당연한 고독과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합니다. (track9 가사 인용) 그래도 중간중간 오는 행복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덕분에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