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깼다.

by 표시형

자다 깼다.

이상하게 마음이 헛헛해서 불을 켰다.

새벽 네시. 자다 깬 나는 불을 켜고 침대에 앉았다.


부끄러웠다.

어제 저녁 술자리에서 뱉은 말이.

그저께 웃으며 던졌던 농담들이.

일년 전 이 시간에 깼을 때면 하곤 했던 다짐들이

너무도 부끄러워서 잠이 다 깼다.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은 음치처럼

나는 나 혼자 밖에 없는 내 방에서 안절부절했다.


불을 끌 수가 없다.

불안감에 난 해가 떴을 때야 잠에 들테고

잠에서 깼을 때는 이상한 서러움에 서둘러 샤워를하고 그렇게 주말을 날릴테지.


토요일에는 어설픈 점심밥을 먹으며 밤을 기다리다. 이내 모든걸 잊고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테고.


일요일 새벽, 내 방에는 불이 켜고 벌벌 떨고 있는 어린애 하나가 침대 위에 앉아있겠지.


사는게 너무 어설프다.

하루가 너무 거칠게 넘어간다.


모순투성이인 나는 왼쪽 오른쪽도 헷깔리는데

도대체 어찌해야하는지.

침대 위에 떠있는 불쌍한 마음을 이불로 덮고.

잠을 자봐야겠다.


불을 켜도 너무 어두운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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