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기록

by 표시형

무기력이 내 삶을 온통 갉아먹고 있다.

왜인지도, 어떻게 벗어나야겠는지도 모르는 이 기분,
깜깜한 어둠 속, 불빛 없이 그저 앞으로 나아가야된다라는 생각만으로 발걸음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같지 않을까 싶다.

발걸음을 내딛어도 어둠이고, 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아간다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끝없이 걸어도 같은 어둠 속인데, 멈춰서 있는 것과 발걸음을 계속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없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냥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 주저 앉아서 눈을 감고 있고 깊다.

희망조차 없는 편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더 편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이게 내가 겪고 있는 무기력이다.


누가 보기엔 너무 작은 시련들이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너무 크게 느껴진다.

머릿 속에 못처럼 박혀있는 몇가지 좋지 않은 감정들이, 모든 순간에 나와 함께한다.


마치 항상 똥이 마려운 사람처럼, 이유 모를 조급함이 내 온전한 행복을 방해한다.


한번 터지면, 그곳을 기점으로 모두다 무너지기 시작하는 둑처럼.

빈틈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이내 그곳을 파고 드는 무기력의 파도에 나는 하루에도 수십번 무너진다.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나 밖에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오지 않을 구원자를 기다리는 나약한 내 모습은,
이내 나를 더 고립되게 만들고 외롭게 한다.


마음 속, 우울과 무기력의 영역은 점점 늘어나고, 돌처럼 굳어져 계속해서 머문다.

남아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어서, 결국에는 그 공간에 웃음과 환희가 가득차도 날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기에는 너무 작다.


붙어있는 감정들을 뜯어내는 속도보다, 이번에는 다를꺼야 라는 생각이 줬던 실망감이 빠르게 마음 속에 굳어가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아서 두렵다.


점점 나약해지고, 점점 무기력해지고, 점점 생동감을 잃어가고 있다.


천천히 죽고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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