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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시형 Jul 27. 2020

오늘 본 미드 한편과 떠오른 생각

모처럼 부담도, 할일도 없었던 주말이었다. 할일은 언제나 쌓여 있으니 부담 없었다라는 말이 맞다. 

잠깐 작업실에 들려 그간 하고 싶었던 생각 정리를 했다. 작업실에 사람이 꽉 차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내게 항상 경이로운 일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그간 앱을 만들고, 앱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강남 한복판에 있는 지하 카페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경이로운 광경을 제대로 즐겨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도 새삼스럽다. 간단히 작업실에서 해야했던 시각화 작업 몇개를 하며 머리를 정리하고, 집에 왔다. 정말 오랜만에 빨래를 하고 청소기를 돌렸다. 그리고 미드 한편을 켰다.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방법]이라는 넷플릭스였는데, 사실 난 되게 많은 생각을 했다. 

주인공은 컴퓨터 너드고, 학교 일진한테 여자친구를 뺏겼다. 유학을 다녀온 여자친구는 갑자기 변해서, 엑스터시를 하기 시작하고 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잘노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한다. 그녀를 되찾기 위해 마약을 구하기 시작해서 친구와 스타트업 대회에서 상을 받기 위해 만들었던 서비스를 딥웹에 올려 마약 커머스를 하게되는 내용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자신의 고객들이 좋은 제품을 공급해줘서 고맙다는 피드백을 보면서 기뻐하고 위로를 받는 주인공, 그로인해 더욱 몰입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그 장면에서 내가 보였다. 스물 셋, 군대를 갓 전역하고 나는 괴로운 일들을 많이 겪어야 했다. 그때 나는 변화를 꿈꿨고 운 좋게 열정에 기름붓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글재주가 좋았던 것도 아닌데, 정말 커다란 행운을 얻었다. 사람들의 댓글과 좋아요. 그리고 팔로워 수가 느는 것을 보면서 그 사실만으로 한푼도 못벌어도 일을 해야하는 이유로 충분했다. 나는 더 빠져들었고 몰입했다. 더 좋은 걸 만들어보고 싶었고 더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처음 느꼈던 즐거움을 잃어버렸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만든 서비스를 사람들이 즐겁게 쓴다는 사실이 당연하게 느껴졌던것 같다. 


이번주에는 조금 더 발칙하고 재미있는 서비스 경험들을 상상해보고, 또 우리 서비스를 즐겁게 이용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껴보아야겠다. 


간만에 정말 재미있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준 미드였다. 이 생각은 추후 조금 더 다듬어서 장문의 에세이로 남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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