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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시형 Sep 07. 2024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성찬이가 물었다

 성찬과 함께 우희의 연극을 보고 왔다. 아르헨티나의 게스트 하우스, 그곳에 방문한 인물들의 상처와 회복에 관한 연극이었다.  매번 연극을 볼 때 마다 저 많은 대사와 동선을 어찌 저리 자연스럽게 해낼까 감탄한다. 매번 편한 복장의 우희만 보다 배우 우희를 보니 역시 사람은 일을 할 때 빛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찬은 모임에서 알게 된 동생이다. 건강하고 매력적인 스물여섯이다.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멋진 사람이다. 그 친구 또한 연영과 학생으로 배우를 하고 있다. 연극을 보고 짜장면을 먹고 성찬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성찬은 자기만의 철학을 확고히 가지고 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어른이 되고 싶다 말했다. 사람이 평소하는 말의 주제와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지금을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성찬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만 들어봐도 성찬은 정말 스스로의 생을 잘 살고 싶은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은 성인이 되고 제주도에서 서울로 왔을 때 어떤 생각을 가졌어요?" 등등의 내 가치관과 철학을 묻는 질문들에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실 "어떤 삶을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딱히 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난 어렸을 때도 생각보다 "미래"라는 것을 크게 생각하며 살지 않았다. 그 생각이 성찬과 헤어진 뒤에도 여운으로 남았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흐른다. 평생 이십대 초반의 청년일줄 알았던 나. 내 주변의 친구들은 이제 결혼을 넘어 아이를 가지기 시작했다. 20대를 모두 투자했던 첫번째 사업을 정리한 뒤, 놀랍게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일년이 한달 같이 지나간다. 난 열정에 기름붓기 이후, 스스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낄만한 결과물을 단 한번도 내지 못했다. 정지. 사업이 멈추면서 내 삶도 함께 멈췄다. 내가 연애를 안한지 얼마나 되었지? 성찬이 올해 크리스마스엔 꼭 여자친구와 보낼 것이란 말에 난 누군가와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낸다. 라는 경험을 하지 않은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사랑이라던지 설렘이라던지,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는 것. 내가 과거 이런 걸 해본적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제 누가봐도 "어른"인 나는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생각도 함께 밀려왔다.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모자란 점이 너무 많다 느낄 때가 있다. 그럴때면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걸 정의하는 단어를 알고 있다. 방황. 난 아주 오래 방황을 하고 있다. 이럴때면 지독하게 외로워진다.  휘말리면 위험해지는 감정이다. 다행히도 난 탈출구를 알고 있다. 땀을 흠뻑 흘리거나 이렇게 글로 풀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몰아치던 부정적인 감정들은 가라앉고 조금 더 솔직한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여기까지 썼을 뿐인데 부정적인 감정이 식었다. 역시 글쓰기는 위대하다. 이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다. 


최근 고민이 있다. 내 목표가 뭐지?에 대한 고민이다. 솔직히는 요새 삶이 행복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민해보면 난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태다. 내 인생 그 어느때보다 위험한 상태. 내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종종 생각하곤 했었다. 지금 그 고민을 마주할 기회다. 


올해들어 배운 것은 행복은 가까이 있고 남들의 인정과는 별개로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내게 있어 행복한 삶이란 매일 땀흘려 운동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도 가졌다. 어떻게 보면 삶이란거 참 별거 없구나. 행복이란거 참 별거 아니구나. 

이걸 조금 더 구조적으로 해석해보면, 통제/예측 가능한 삶이 주는 안정감과 평온함이 행복이구나라고도 생각한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든다. 너무 소박해지는 것 아닌가? 이렇게 소박하게 만족하며 살아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더 솔직해져보자. 진짜? 그냥 소박이 두려운 것인가 ?이 평화가 영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일까? 이미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 지속이 어려움은 결국 내가 현재 수익을 만들지 못하고 있음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다시 이렇게 생각해보게 된다. 


"왜 취업하지 않고 창업을 하고 있지"  취업을 하면 안정적인 수익이 생기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데? 


"왜 창업을 하는가?"

"혹시 취업할 자신이 없어서인가?"

"혹은 취업해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남들이 어떻게 볼까 두려워서인가?"

-

다시 정리해보면 넌 그냥 돈을 벌어서 발견한 행복의 조건들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은데 

취업이 무섭고 창업이라는 핑계 속에 숨어있는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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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창업이냐 취업이냐라는 문제를 빼고 

너 그냥 니 스스로 납득할 수준의 자부심을 가진 일로 돈을 벌고 싶은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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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난 여전히 꿈이 있고 내가 뭔가를 해낼 수 있는 리더십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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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렇게 생각해 ? 그렇다면 왜 더 몰입하지 못해? 

창업이 하고 싶은거야? 아님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거야? 그냥 자존심인거야? 

그만 너무 공격적인 질문이야. 반발심리를 만들거나 무기력감을 만들어. 침전물이 발생해선 안돼, 최대한 투명하게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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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숨지마. 진실을 바라봐. 가장 필요한 것부터 충족시켜나가다 보면 오히려 네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언지 알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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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열기를 하면서 워낙 큰 문제(인간의 자살률)을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가졌고 더 이상 그런 큰 꿈을 가지고 싶지 않음에도 여전히 관성처럼 네 생각이 지배당하고 있는 걸 수도 있어. 문제를 더 쪼개고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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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와 외면, 도망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으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서 이젠 그게 습관이 된 상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도. 넌 현실이 힘들 땐 꿈으로 숨고 꿈이 힘들땐 현실로 숨으며 결과적으로 정지해 있어. 어떠한 변화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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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좋아.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난 변화를 원해. 다시 꿈꾸고 몰입하고 자신감 있게 나의 미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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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살아. 그것부터 시작해. 

네 스스로 실망스러운 행동은 하지마. 그렇다고 무작정 모든걸 변화시키려고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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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어떻게 너를 볼까를 생각하지말고, 그저 네 삶이 어떻게 하면 지금 더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두려움을 인정하고 네 소박한 욕망들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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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매일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부터 시작하자. 네가 절벽에서 떨어졌다는 생각을 버려. 그리고 또 그 절벽을 다시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버려. 전부 다 다시 시작하는거야. 과거의 기억으로 미래를 설계하지마. 이제 막 사회에 나온 과거 없는 스무살처럼, 그저 지금 보이는 것 지금 꿈꾸는 것, 지금 가지고 싶은 것에 집중하며 살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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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정리를 하니까 조금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아. 취업/창업 꿈/야망 이런 분류나 상상을 벗어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걸 매일 열심히 하며 일단 일주일을 보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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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언제든 찾아와. 언제나 나는 너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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