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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Apr 08. 2021

코로나를 기록한 교사, 나폴스 선생님

"교사는 당연히 교육전문가입니다."



-안녕하세요. 나폴스 선생님.


네 안녕하세요. 경기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8년차 교사 양효준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대학원에서 공부 중이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나폴스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입니다.




-정선생 프로젝트의 2021년 첫 주제가 ‘코시국을 기록한 교사’입니다. 나폴스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본인이 섭외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전에도 블로그에 기록을 계속해왔지만, 작년에 두드러지게 기록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코로나로 인해 시간적 여유가 많기도 했고, 코로나 상황에 따라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더 많은 기록을 남겼거든요. 그래서 섭외가 된 게 아닌가 싶네요.




-기록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 같아요. 나폴스 선생님은 꾸준히 기록을 해오신 분인데요. 양효준 선생님의 20살 이후 기록의 역사가 궁금합니다.


‘기록의 역사’라고 하니 조금 거창해 보이네요. 나폴스라는 닉네임은 저의 고향인 제주도 종달리에서 시작합니다. 엄청 시골이에요. 제주도 사람은 두 부류에요. 제주도를 지키는 사람과, 탈출해서 육지로 나가는 사람이요. 저는 시골을 탈출해서 육지로 나가는 꿈을 꿨죠. 중학교 때 나폴레옹 책을 읽었는데 그 역시 프랑스의 코르시카라는 작은 섬 출신이었어요. 그 당시 저처럼 키도 작았고요. 자연스레 나폴레옹을 존경하게 되었고, 닉네임에 제 이름을 붙일까 하다가 그건 너무 유치해서(웃음) ‘s를 붙여서 나폴스라고 붙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기록을 많이 하는 곳이 블로그인데, 대학시절 블로그를 시작한 건 사실 밥 공짜로 먹으려는 목적이었어요. 주로 음식이나 맛집 관련 포스팅을 했고, 이후에는 여행과 제 관심사들을 기록했고요. 요즘에는 교육에 대한 저의 생각이나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확실히 블로그와는 다른 감성이더라고요. 제가 그런 감성이 없는지 한계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제가 조사한 바로는 초등임용을 위한 카페도 운영하셨다고 들었어요.


대학생 때 많이 놀기도 했고 총학 활동을 하다 보니 공부를 많이 못 했어요. 4학년 때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했죠. 그 과정에서 임용 시험 준비 방법에 대한 의문이 생겼어요. 각 교대마다 교수님들이 출제 하러 가면 정보를 맞교환해서 사고팔던 문화가 있었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좋아 보이지 않을뿐더러 우리가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끼리 자료를 만들어서 교환하고, 사교육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임용 자료와 정보를 올리는 카페를 운영했었죠. 나중에는 임용을 준비하기 위해 강사 커리큘럼을 쫓는 게 아니라 선배들, 혹은 친구들의 자료로 공부하는 걸 꿈꾸기도 했습니다. 카페를 만들고, 저는 ‘100일 뽀개기’라는 이름으로 중요 내용을 매일 한 장씩 요약해서 연재하기도 했어요. 시험이 끝날 무렵엔 회원이 1500명 정도 있었고, 이후에도 운영하려고 했는데 해킹으로 자료가 다 지워져 지금은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안타까워요. 그런데 보통 임용고시 카페들 보면 비공개로 운영되고 소수의 회원에게만 뿌리는 형태인데요. 굳이 전체 공개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임하는 것은 당장에 내 이익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공동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 함께 공개된 내용으로 공부하면 서로 실력이 높아질 테니 좋지 않을까요? 임용시험에 붙고 떨어지는 건 개인에게 중요한 문제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변 친구들과 동기를 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요?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제가 올렸던 자료들로 그치지 않고, 어떤 선생님들이 버전업을 해서 공유하거나, 자신의 자료를 올리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었어요. 공개 공유의 긍정적인 영향이죠.



-나폴스 선생님이 기록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기록하고 있는데, 접근하는 방식도 다르고 목적도 다른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같은 경우는 짧게 핵심적인 내용을 담아서 선생님들께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목적입니다. 블로그는 글이 중심이 되는데, 제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나 생각을 정리하는 목적이에요. 요약하면, 블로그는 저를 돌아보기 위한, 인스타는 다른 분들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 역시 나폴스 선생님 블로그의 구독자로서 여러 해 읽고 있는데요. 2020년에 교육관련 에세이의 비중이 늘어났어요. 교사로서 교육 관련 에세이를 쓰는 일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제가 만약 교직을 시작할 때의 저에게 한 가지 조언하라고 하면, 꾸준히 글을 쓰라고 하겠습니다. 교사에게 글쓰기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성찰적 글쓰기든, 설명하는 글쓰기든, 주장하는 글쓰기든 장르에 관계없이 숙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음. 글을 쓰기 위해선 주제에 대한 내용도 알아야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고민도 해야 하잖아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저게 참 문제야.”하고 지적만 하고 그냥 넘어가곤 하는데, 저는 거기서 멈춰선 안된다고 봅니다. 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혹은 그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기 위해 사고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게 글쓰기를 통해 완성되는거죠. 2020년에 글을 쓰면서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었어요.




-에세이 외에도 논문이나 기사를 스크랩하고 자신의 생각을 붙여서 발행하고 계세요. 바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글은 아니죠. 인기 없는 분야를 계속 파고 계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전문가로서 교사는 실제와 이론, 두 가지가 함께 상호보완적으로 교실에 적용해야 한다고 봐요. 수업 상황에서 실제적인 스킬도 중요하지만, 그런 스킬에 대한 이론이나 철학적 바탕이 필요해요.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교육학자들이 현실을 모른다고 비판하고, 교육학자들은 학교가 이론이 없다고 비판하는 건 이분법적 접근을 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다만, 제가 느끼기에 여러 플랫폼에서 올라오는 교육 자료들을 보면 실제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물론, 이 부분도 교사의 전문성이긴 하지만요. 교사로서 잃지 말아야 할 부분은 자신이 이끄는 수업의 방향, 철학이 필요인데 이 부분을 간과하지 말자고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한 학기 한 권 읽기에 대한 PPT와 활동지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왜 아이들은 책을 읽어야 하는지, 아이들이 성인에 비해 책을 더 많이 읽는데 정말 아이들이 문제인지, 정말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아이들이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지와 같은 질문들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거죠. 저는 교육에 대한 생각할 거리들을 드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블로그에서 교육 관련 글들은 인기가 없을 만한 글 임에도 꾸준히 조용하게 봐주시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그런 분들 덕분에 용기를 얻고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시글 밑에 댓글을 봤는데 작은 아고라 같았어요.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댓글이 많아서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교육 관련 글을 쓰려고 하면 참 막막해요. 나폴스 선생님은 어디서 영감을 받으세요?


우리가 교사이고, 교육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교육 관련 글을 쓸 수 있죠. 우리의 삶이니까요. 다만 쓸 거리를 찾아내는 것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로 비유하자면 아이들 누구나 생활글을 쓸 수 있지만, 무엇을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요. 그럴 때 저는 스쳐 지나가는 일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 부분에 집중해서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도 항상 문제의식을 느끼고 상황을 보는 것 같아요. “왜 이렇게 해야 하지?”, “정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이게 정말일까?” 하고 말이죠. 비판의식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교육을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주로 기록하는 시간은 언제이고, 장소는 어딘가요?


메모장에 아이디어를 남기고, 집 컴퓨터로 정리해요. 예를 들어 존중어를 쓰는 것이 학교의 문화인데, 한 학생이 “아~님이 하세요!”라고 존중어는 쓰지만 잔뜩 화가 난 말투로 말하는 걸 봤어요. 그러면 ‘존중어가 진짜 효과가 있을까?’라고 메모를 남겨놓고 집에 와서 공부하고, 자료를 찾고, 정리하여 존중어 사용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연재하는 거죠. 주로 밤에 써서 올리고, 아침에 발행되도록 예약을 걸어두기도 합니다.




-나폴스 선생님은 작년에 새로운 학교에서 6학년을 맡으셨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코로나도 함께 겪으셨죠. 2020년의 교실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무엇이었을까요?


미로...아닐까요?(한숨) 새로운 학교, 새학기는 저에게 긍정적 의미가 강해요. 설레고 좋은 에너지를 얻죠. 그래서 작년에 새로운 학교와 6학년은 큰 문제가 아닌데요. 코로나는 강력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고, 교육의 주체성을 잃어버린 채 지침에 따라 수동적이고 조심스럽게 교육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이 미로의 해답을 얻지 못해, 빙빙 돌기만 했죠. 교실도 마찬가지였구요.




-미로 속에서 조력자를 만났나요?


제가 미로라고 비유한 이유는 코로나가 수업과 학교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갖게 했다는 의미입니다. ‘애들이 등교도 못하는 상황에서 원격으로 가르치는 게 유의미할까?’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라고, 과제 올리라고 독촉(?) 전화하는게 맞을까?’하는 의문이요. 누구도 알 수 없는 길이었지만, 조금 도움을 준 건 책인 것 같아요. 먼저 미로를 예측하거나 혹은 미로를 탈출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설명한 책이었죠. 물론 이게 미로를 탈출하는 방법은 되지 않았지만요.




-2020년 교실에서 공간에서 양효준 선생님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죠. 화상으로 아이들을 만났지만, 교실에서의 생생함이 없더라고요. 전 교실 속에서 아이들과 수업하는 게 제일 재미있는데, 그러지 못해 힘들었어요.




-선생님께서 쓰신 ‘목련이 피는 계절이 되었는데도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다.’라는 글을 봤어요. 그 당시 어떤 마음이었을지 궁금했고, 어려운 상황에서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 나가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느 학교에나 봄이 오면 피는 나무와 꽃들이 있어요. 목련, 개나리, 벚꽃, 민들레가 피어나죠. 목련과 벚꽃이 피는 시기는 저에게 아이들과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설렘의 시기입니다. 마치 첫눈이 오면 이별의 시기가 왔음을 아는 것처럼 말이죠. 학교 화단은 여전히 싱그러운데, 그 중심에 있어야할 아이들이 없어서 뭔가 외롭기도 하고, 아무것도 못 해주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어요. 2/3등교, 1/3등교 왔다갔다 하는 지침에 따라 저는 안내하고 관리할 뿐이었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들었을 테고, 저도 역시나 무력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 없으니 몇 명씩 애들을 불러서 상담을 하거나 보충 지도를 하기도 했어요. 사실 줌 수업에서 소그룹 회의를 통한 모둠 토의를 한다고 해도 관계 형성과 수업의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저는 아이들에게 좌절감과 무기력을 보여주기보단 괜찮다고 말하고 희망을 전하는 방식으로 수업했어요. 속마음은 아닐지라도 말이죠. 화상 수업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아이들의 관계를 끌어내기 위해 제가 망가지는 길을 택했죠.(웃음) 개그맨처럼요.




-줌 수업하니 떠오르는데 화상수업으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진행하신 사례가 놀라웠어요. 필수 수업이 아닌데도 꾸준히 들어온 학생이 있었다는 것도요.


저는 7년째 독서기반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있어요. 지난해 새로 부임한 학교는 혁신 학교여서 꽤 오랫동안 온책읽기 수업을 해왔다고 하더라고요. 작년 2월에 준비를 다 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도저히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등교일이 이틀뿐인데, 그동안은 밀린 평가를 봐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할당된 한 권의 책을 두 시간 동안 읽어야 했어요. 분량이 14장까지 있으면 한 시간에 책의 절반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리하거나 활동하는 수업이 됐었죠. 다시 교과서 수업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온책읽기가 끝났다는데, 이게 오히려 아이들이 책을 더 멀리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필수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마지막까지 함께한 학생은 네 명이었는데, 2주간 매일 아침, 실제 교실에서 하는 것처럼 책을 읽었죠.




-무슨 책을 읽으셨나요?


임지운 작가의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을 읽었어요. 6학년에서 온책읽기로 선정한 책이었죠. 별도의 책을 사지 않고, 다시 제대로 읽기 위해 같은 책을 골랐어요. 저는 책을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학교에서는 책 읽으라고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읽을 지를 가르쳐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방법으로 저는 7년째 제가 책을 읽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어요. 정답은 아니지만, 하나의 예시랄까요. “선생님은 책을 읽을 때 이런 생각을 하는데 너희는 어떤 생각을 하니?”라고 말하면서요. 샛길로 빠지기도 하는데, 그런 점에서 하시모토 다케시의 슬로리딩과 비슷한 점도 있어요.


-그런 시도를 해볼 수 있었음은 코로나 덕분이라고 할까요?(웃음) 학교에 본질은 상호작용에 있다는 언급을 여러분 하셨어요. 그런 말을 증명하는 수업이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실천하신 온라인 수업의 사례와 노력의 가치들이 양효준 선생님이 꿈꾸는 교실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쯤 되니 양효준 선생님이 꿈꾸는 학교, 교육과정의 모습을 듣고 싶어집니다.


올해 대학원에 와서 가장 충격 받았던 것은 제가 너무 편협하게 교사의 역할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거였어요. 저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진짜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매해 3월마다 계획하는 학급 교육과정이나 학년 교육과정을 짜기는 하지만, 이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수업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봤어요. 교사를 교육과정 전달자로 본거죠. 하지만, 수업을 재구성하는 것도 교육과정 개발로 보는 학자들도 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미래의 학교 모습은 교사 교육과정이 제대로 구현된 학교에요. 우리 반 아이들의 모습, 교사의 취향에 맞게 나만의 교육과정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거죠. 지금도 학교에서 시도하고, 교육청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방향이 좀 더 보편화되고 전문화되길 꿈꿉니다.




-본인이 학급교육과정을 운영한다면 어떤 교육과정을 꿈꾸나요? 코로나 상황에서 최적의 교육과정 운영을 고민해본다면요.


해마다 운영하는 교육과정은 다를 거예요. 올해 만난 애들은 작년에 만난 애들은 다르기 때문이고, 저도 작년에 비해 성장했을 테니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맞나요? 구체적인 운영은 모르겠지만, 결국 방향은 아이들의 삶에 도움이 되면서 재미있는 교육과정이겠죠. 코로나 상황에서 최적의 방법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저도 지금 정답을 찾으러 대학원에 온 상황이니까요.




-이미 사교육은 수년 전부터 화상수업을 해왔고, 시스템 구축도 완벽하고, 화상수업을 위한 수업안과 피드백 개발이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에요. 온라인 콘텐츠도 사교육 시장이 월등하게 팽창해 있고요. 작년은 공교육이 사교육 것을 계속 가져다가 쓰는 시국이었어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봐요. 공교육이 너무 느리게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저도 그렇게 느꼈고 생각했어요. 일반 회사의 변화 속도에 비해서 학교가 너무 느리다고 말이죠.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해서 교육은 왜 느리게 받아들일까?’하고 부정적으로 봤는데, 이건 제가 교육의 특성을 모르고 생각했던 거였어요. 학교는 학원처럼 인기 끌면 대박, 문제 생기면 문을 닫는 기관이 아니잖아요. 더욱이 초등교육은 아이들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것을 가르치는 역할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가르칠지 더 신중해야 하고, 검증의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포노사피엔스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핸드폰을 효과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당장 1학년부터 4학년 학생에게 핸드폰을 쫙 돌리고 스마트 기기로 수업하는데 맞을까요? 올바른 방향일까요? 공교육의 숙명인거죠. 어쩔 수 없이 신중해야 하고 핵심적이고 검증된 것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죠.




-나폴스 선생님 블로그를 보면 교사로서 응원 받는 느낌이에요. 교사라는 직업 자체를 다룬 에세이가 많았어요. 교사라는 직접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글이 많았어요.


교사들에 대한 사회 시선들이 부정적이라고 많이 느껴요. 단적으로 뉴스 아래 달린 댓글에 보면 ‘철밥통이다. 뭘 가르치는거냐.’ 비난들이 많죠. 저는 그들이 초등학교 시절에 만났던 폭력적이고 대충 가르치는 선생님을 지금의 선생님에게 투영시키는 것, 한두 사람의 예를 가지고 싸잡아서 일반화시키는 오류들을 지적하고 싶어요.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교사들이 훨씬 많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




-클릭교사라는 언급도 나와요. 최근에 생긴 개념이라기보단 수년 전에 생긴 개념이고 요즘에는 언급하지 않는 개념인 것 같은데. 나폴스 선생님이 생각하는 클릭교사란 무엇인가요?


클릭교사란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없고, 책무성도 다 하지 않는 선생님이죠. 교사는 꼭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데, 다만 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다해야 한다고 봐요. 전문직이니까. 그런데 그런 애정도 없이, 책무성도 없이 아이들의 관심이나 수준도 고려하지 않고 클릭만 하며 시간을 때우는 교사를 클릭교사라고 봅니다. 이건 수업에 한정되는 말인데, 학생과의 관계로 생각해보면 애들한테 눈길 한 번도 주지 않고, 대화도 안 해주고 하는 교사들도 제가 보기엔 클릭 교사들과 같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교사들을 부르는 말이 없으니까 클릭 교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거죠.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교사는 교육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믿으셔서 계속 강조하시는 것 같아요.


모든 교사가 교육전문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볼까요? 올해 발령받은 신규교사를 교육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가요? 그렇다면 경력이 30년 된 교사라고 해서 교육전문가라고 할 수 있나요? 고민이 되는 두 질문이에요. 더불어 생각해볼 문제는 교사는 스스로 전문가라고 칭하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겁니다. 초등교사 경우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어요. 가르치는 건지 놀아주는 건지 모르겠고, 중고등학교보다는 수업 내용의 수준이 낮은 것 같은데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스스로 전문성을 평가절하하는 거죠. ‘교수들 혹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짜는 사람 정도 되어야 교육전문가지.’ 혹은 ‘장학사 정도 해야 교육전문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에요. 그들은 행정이나 학문의 전문가죠. 저는 교사가 교육전문가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건 교사죠. 아이들을 다룰 수 있는 건 교수나 장학사가 아니라 교사뿐입니다. 교사는 당연히 교육전문가입니다.




-교육전문가와 교육과정 전문가의 개념을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어요.


교육 안에는 여러 가지 개념이 포함되어 있죠. 제가 사용하는 교육전문가라는 개념은 초등교사만이 가지는 특별한 전문성의 의미입니다. 교육전문가에는 교육정책전문가, 교육이론전문가 등이 있겠죠. 교육과정 전문가에서 교육과정을 무엇으로 보느냐가 중요한데, 교육과정을 국가수준 교육과정에만 한정하지 않고, 아까 말한 것처럼 수업도 교육과정으로 본다면 교사도 교육과정 전문성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교육과정을 교실에서 실행하는 교사도 교육과정 전문가인 거죠.




-블로그 전반에 거쳐서 교사들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한 우물을 파라.’라는 조언이었어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브런치에서 연재하시는 ‘미니멀리즘 교사’와 연결이 되는 내용인 것 같아요.


저는 맥시멀리스트였어요. 물건도 많고, 관계에서도 맥시멀이고, 하는 일도 많았어요. 그렇게 살았고, 제 원동력이었죠. 그런데 미니멀라이프를 알게 되었어요. 제가 보는 미니멀리스트란 물건을 적게 쓰는 사람이 아니라 가진 걸 소중하게 여기고, 이런 생활 태도를 실천하는 사람이에요. 이런 생활 양식은 교사에게도 필요하죠. 왜냐하면 “이거 좋대. 이거 해봐.”라는 말을 들었을 때 고민 없이 쉽게 다운 받아서 사용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가지고 있는 자료는 굉장히 많지만 정리되지 않고, 수업의 전체적인 맥락 없이 그때그때 가져다 쓰는 거죠. 제가 생각했을 때 수업 맥시멀리스트인거죠. 학교도 이 사업 저 사업을 따오고, 다른 학교의 우수 프로그램이나 문화를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도 많죠. 맥시멀 학교가 되가는 거죠. 그리고 ‘한 우물을 파라.’는 것은 유행에 흔들리지 말라는 말이에요. 유행에 흔들리다 보면 자기가 계속 부족해보이거든요. ‘아씨 남들은 다 하는데 내가 이걸 안 하네...’ 늘 교사들은 늘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아요. 새로운 연수를 시작하잖아요? 그럼 마치 정답인 것처럼 말하니까 내가 해온 것을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죠. 따라서,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유행에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의미로 한 우물을 파라고 말했던 것 같아요.




-작년은 모두가 다 힘든 시기였죠. 교사가 자기 스스로 챙기기도 힘든 시기였어요. 고생했던 본인에게 한마디를 한다면요.


저 스스로 많은 자괴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되어서 막막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내가 선생님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서 대학원에 오게 되었고요. 스스로에게 ‘그런 고민을 잘했다. 잘 살았다.’라고 말해주어야겠습니다.




-옆 반 선생님에게는요?


서로 막막한 상황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몰랐던 상태에도, 서로 의지하면서 한 해 동안 열심히 했어요. 고생 많았고, 선생님 덕분에 저도 덕분에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올해 계획이 있을까요?


제가 대학원에 파견 과정으로 와있어요. 좋은 기회기도 하고 많은 선생님들이 원하는 기회를 제가 받았기 때문에 그만큼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미로의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책글피에서 연수원을 맡고 있는데. 참여하시는 선생님들의 국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선생님의 선한 영향력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오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정선생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봐 온 사람으로서 정선생 프로젝트를 항상 응원합니다. 그리고 이 재미나고 멋진 프로젝트에 출연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올해도 인터뷰 제안을 안 해줬으면, 정선생과 아는 척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참 다행입니다. (웃음)








Interviewee 양효준


Interviewer 정주석


Date 202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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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hearted.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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