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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올라 Apr 11. 2022

아프리카에서 외식하는 방법

물가가 낮을 것 같지만 사실 매우 높습니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보통 물가가 낮고 사람들이 가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아프리카에 오기 전까지는 물가가 낮아서 생활비도 아끼고 생활하기도 편하겠다고 생각했으니까. 


 현지인 물가와 외국인 물가가 천지차이이다. 현지인들은 한 달에 20만 원이나 30만 원이 안 되는 월급으로 지내기도 하고, 외식을 할 때 5불도 안 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외국인들이 갈 수 있는 식당은 보통 기본 인당 20불은 내야 한다. 분위기가 조금 괜찮다 싶은 곳은 인당 40불 정도는 기본이다. 분위기도 좋고 맛있고,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원하는 음식을 다 시켰을 때는 보통 한 명당 5-60불 정도가 나왔다.

 

 살면서 내가 가본 나라들 중 이렇게까지 빈부격차가 차이나는 곳은 처음 봤다. 길을 걸어가기만 해도 느껴질 정도이다. 툭 터놓고 말해서, 아예 피부로 느껴지는 경험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도로에서 벤츠를 타고 기사를 고용해서 편하게 차를 타고 가는 사람 바로 옆에서는 그 차의 창문을 두들기면서 돈을 구걸하는 아이들이 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너무 불편했고 내가 타고 있는 차에도 노크를 하며 돈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는 이런 환경에 조금 적응이 된 나 자신이 뭔가 부끄럽기도 하고 적응이 된 나 스스로가 불편하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미국 달러와 현지 화폐를 통용하고 있다. 1달러는 잘 받아주지 않지만 5달러나 10달러, 20달러는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100달러도 종종 사용한다. 달러는 조금이라도 상처가 나있거나 낙서가 되어있으면 거절을 당할 때도 있다. 위조 달러 지폐를 만드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습관적으로 계산을 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1달러는 무조건 1,000원이라고 환산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40달러가 한국 돈으로 대략 5만 원 정도 된다는 걸 계속 잊고 괜스레 40불이면 나쁘지 않다는 마음이 생긴다. 십만 원이 아니라 100불이라고 표현하게 되면 단위가 적어서 그런가 더 쉽고 가볍게 돈을 사용하게 된다.


외국인들이 가는 식당은 깔끔하고 비싸다


 사실 이곳에서 지내면서 돈을 쓸 만한 곳은 식당이나 장을 보는 것뿐이다. 외식을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한국보다 음식 값은 비싼데 맛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격과 맛이 완전히 비례하지는 않는다. 같은 메뉴라도 가격이 싼 곳이 맛있을 때도 있다. 대체적으로는 비싼 만큼 맛있긴 했지만.


 외식을 할 때는 가격과 상관없이 무조건 맛있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 어차피 쓰는 돈, 이왕이면 맛있는 곳에 투자하겠다는 마음으로 외식을 하게 된다. 장 보는 것과 외식 이외에는 딱히 할 게 없는 것도 한몫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격보다는 맛을 우선시하자는 마음으로 지내는 중이다. 


피자 한 판에 USD 29.50, 한화로 약 37,000원! 


  피자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화덕에 구운 피자는 기본 20불을 넘는다. 프랜차이즈 피자 집에서는 아주 작은 피자는 10불 미만이지만 세 명 이상이 같이 먹을 거라면 20불에서 25불 정도를 지불하고 먹는 게 제일 적당하다. 치킨 가격도 한국보다 싸지는 않다. 닭다리 하나와 감자튀김, 콜라를 시키면 10불 정도는 나온다. 


 아프리카이지만 의외로 피자나 파스타를 파는 이탈리안 음식점이 많고, 샤와르마 chawarma 같은 무슬림 음식을 파는 곳이 많다. 인도 음식점도 있고, 아시안 음식점도 있다. 아시안 음식점은 대체적으로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등 여러 나라 음식을 통틀어서 팔기 때문에 그렇게 맛있지는 않은데 가격도 매우 비싸서 잘 가지 않는다. 배부르게 먹으려면 최소한 한 명 당 40-50불은 내야 한다. 인도 음식점들은 대부분 인도 사람들이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맛있었고 가격도 인당 약 20불이나 30불 정도 지불하면 꽤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다.


 현지 음식점의 장점은 가격은 매우 싸다는 점이지만 대신 위생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리고 불어나 현지어를 아주 잘하는 게 아니라면 의사소통이 어렵고, 외국인에게는 가끔 안 좋은 고기를 주거나 양을 적게 주기도 한다. 외국인들끼리만 가는 게 아주 안전한 방법은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고, 재미있는 추억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에 오면 물가가 싸니까 돈을 아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일 수 있다. 오히려 동남아 물가가 더 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당뿐만이 아니라 마트에서도 한국과 물가가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스테이크용 소고기는 엄청 싸지만, 과일이나 야채는 정말 비싸고 과자도 엄청 싼 과자는 싸지만 프링글스 같은 과자들은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여기에서 식당이나 마트를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은 빈부격차가 나는 것만큼 세상이 불공정하게 돌아가는 건 없다는 것이다.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나는 이래서 가끔, 빈부격차가 대놓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내가 태어나고 싶은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데 정말 세상은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걸까. 곱씹다보니 괜히 또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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