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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올라 Mar 31. 2022

아프리카에서 작은 사파리 구경가기

미니 사파리 구경기

 

사파리 투어를 하기 위해 탄 지프차


 내가 지금 지내고 있는 아프리카에도 사파리가 있긴 하다. 가격은 한 명당 30불이고, 한 시간반 정도 불어와 현지 언어를 사용하는 가이드와 마흔 명 정도가 함께 아주 큰 지프 차를 타고 하는 투어이다. 보통 아프리카의 사파리를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세렝게티에 있는 큰 초원이나 라이온 킹에 나오는 넓은 들판이 있는 곳은 아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고, 사파리 파크 안에 동물들이 풀어져있기는 하지만 제한적인 장소이다. 위험한 동물들은 울타리가 쳐있기도 해서 완전히 자유로운 곳은 아니다.  한국보다 넓은 사파리이기는 하지만 동물들에게 그렇게 친화적이지는 않은 곳이다. 동물들은 아주 아주 넓은 곳이긴 하지만, 정해진 장소에서만 돌아다닐 수 있다. 사슴이나 얼룩말처럼 사람에게 큰 해를 가하지 않는 동물들은 상대적으로 넓은 장소에서 지내고 울타리가 거의 없는 산 속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사자나 악어같은 동물들은 아주 넓지만 낮은 울타리가 쳐져있는 장소에서 지낸다.


비교적 자유로워 보였던 코뿔소

 이 곳을 가기 전에는 무조건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예약을 하고 가지 않은 날은 하마, 얼룩말, 악어, 코뿔소, 사자를 볼 수 있었다. 예약을 하고 간 날은, 사슴과 기린도 볼 수 있었다. 기린도 신기하긴 했지만 제일 특별했던 건 독특하게 생긴 사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알비노 사자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런데 사자들이 너무 지치고 우울해보여서 죄책감이 들었다. 

 악어는 너무 커서 무서웠다. 사육사가 고기를 던져주고 그 고기를 10미터 앞에서 뜯어먹는 모습을 보는데 사람들과 악어를 분리시켜놓은 우리가 없으면 인간은 정말 연약하고 무용지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악어는 야생에서 직접 사냥을 해 먹는 것보다 고생하지 않으면서 고기를 받아먹을 수 있는 지금의 삶이 행복할까 궁금했다.

 한국보다 넓은 사파리이기는 하지만 동물들에게 그렇게 친화적이지는 않은 곳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일부 공감하는 편이었다. 아주 작은 칸막이 속에서 사는 동물보다는 낫겠지만 사자나 악어는 지쳐있고 외로워보였다. 


군데 군데 많이 보이던 엄청 큰 개미집

 정말 특이한 사슴들이 많아서 재미있었고, 에버랜드에서만 보던 기린이 아니라 초원에서 정말 말 그대로 혼자 뛰어다니는 기린을 봐서 신기했다. 한 마리밖에 못 보긴 했지만. 사슴들은 무늬가 특이하기도 했고, 말 그대로 백설공주에 나오는 그런 귀여운 사슴들도 볼 수 있었다. 

 하마나 말들도 귀여웠고, 알파카도 귀여웠다. 말들은 무리 지어서 달리는 모습이 멋있었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말들도 볼 수 있었다. 알파카는 침을 뱉을까봐 근처에 가지 못했지만 복실복실한 털이 참 귀여워보였다.

 사실 동물들을 보는 것보다도 덜컹거리기는 했지만 넓은 산 속을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게 좋았다. 내가 자연을 사랑하는 구나라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 사유지라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을 만큼 넓은 산 속을 큰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데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리카에서 지내는 동안 그래도 사파리를 한 번은 가봐야지라는 마음으로 몇 번 방문을 했었다. 방문을 하는 날마다 날씨도 좋고 시원하고 햇빛도 밝은 완벽한 날들이었다.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엄청 덥지도 않았다.


 걷기 싫어하는 사람이 굉장히 좋아할만한 체험이었다. 덜컹거려서 엉덩이가 조금 쑤시긴 했지만 차를 타고 다니면서 다니기 때문에 다리도 안 아프고 바람도 맞으면서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자연을 가로지르며 바람을 맞으며 맑은 공기와 햇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 곳도 물론 자연이 많고 행복한 곳이었지만, 동물들에게도 자유로운 그런 진정한 자연을 느끼고 싶고, 자유로운 동물들을 보러 세렝게티 초원같은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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