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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올라 Jan 07. 2023

내향형 인간의 캄보디아 여행기 01

동남아시아 - 캄보디아, 프놈펜 02 & 씨엠립 01

 프놈펜에서의 하루 일과는 느릿느릿하게 흘러갔다. 느지막하게 10시쯤에 기상을 해서 씻고 난 뒤에 주변 관광을 조금 하고 밥을 먹다가 강을 따라 햇빛을 받으며 걷다 보면 하루가 흘러갔다. 도시 자체가 베트남보다 조용하기도 하고 관광할 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은 도시라서 여유롭게 지낼 수 있었다. 계획도 설렁설렁 짜놓아서 즉흥적으로 가고 싶은 곳을 다녀온 뒤에는 그냥 강을 따라 걷거나 동네 구경을 하며 다녔다.

 어느 저녁에는, 강가를 걷다가 충동적으로 야시장을 가기도 했다. 걸어가는 동안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져서 불안하다 싶었는데 역시 도착하자마자 비가 억수처럼 쏟아졌다. 비가 와서 급하게 툭툭를 잡아서 호텔로 돌아가는 데 즉흥적이었지만 운치 있었다. 동남아 야시장들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좌판이 쭉 깔려있고 파는 물건들은 도시 이름이 적힌 티셔츠, 양말, 신발, 자석, 액세서리, 열쇠고리 등이다. 프놈펜 야시장은 다른 동남아 도시들과 달리 상점 주인들이 그렇게까지 억새지도 않고 물건을 강매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다들 순박한 느낌에 호객 행위도 많이 하지 않았다. 다들 비를 피하기 위해 좌판 위에 천막을 씌우느라 그런 거일 수도 있긴 하지만.

 씨엠립으로 이동을 하기 이틀 전 날은 구글 맵에서 찾은 인도네시아 음식을 판다는 식당에 가보았다. 식당이 맛있어서 추천하기 위해 이름을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다. 이유는 이 단락을 다 읽으면 알 수 있다. 미고랭, 어목 생선, 똠양꿍 이렇게 세 가지 메뉴를 시켰다. 혼자 갔지만 혹시라도 다른 메뉴가 실패할까 봐 안전하게 미고랭 하나, 똠양꿍은 원래 잘 못 먹어서 맛만 보려고 시키고 어목 생선은 궁금해서 시켜보았다. 식당의 첫인상은 그렇게 깨끗하지 않았지만 워낙 맛있다고 해서 기대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음식은 맛있었다. 미고랭도 맛있고 똠양꿍도 무난했고 어목 생선은 칠리소스를 뿌려서 달달하니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이라 든든하게 먹고 나왔다. 유일한 단점은 먹는 도중에 바퀴벌레가 식당 안을 돌아다닌 것이었다. 내가 먹고 있는 테이블에 작은 바퀴벌레가 기어 다녀서 계속 째려보다가 밥을 먹었다. 식당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을 때 슬쩍 불러서 바퀴벌레를 가리켰더니 쿨하게 휴지로 때려잡고 민망한 듯이 허허 웃으시는 데 그냥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끝까지 잘 먹고 나왔다. 나는 내가 아주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을 하면서 생각보다 내가 그렇게 민감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씨엠립으로 떠나기 전 프놈펜에서는 계속 여유를 즐기고 발 마사지를 받고 피자를 배달시켜 먹으며 방에서 쉬었다. 올드 마켓에 가서 달러를 리엘로 환전하기도 했는 데 환전은 무조건 최대한 여러 군데를 들려봐야 한다! 태국 같은 경우는 환전을 하러 다녀보면 환전소마다 환율이 거의 다 비슷했는데 캄보디아는 환전소마다 천차만별이었다. 프놈펜은 올드 마켓 근처에 환전소가 따닥따닥 붙어있는 데 눈치 보지 말고 아무 데나 가서 먼저 물어보면 된다. 사실 나는 지독하게 내향형이라서 하나하나 물어보는 게 괜히 미안하고 눈치 보였는데 어차피 하루보고 말 사이니 당당하게 물어보면 된다. 100달러를 환전하러 갔는데 처음 간 환전소는 40000리엘에 해주겠다고 해서 바로 그 옆 환전소로 갔다. 그곳에서는 39500리엘을, 그 옆에서는 똑같이 40000리엘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간 곳에서는 100달러를 41330리엘로 환전해준다고 해서 그곳에서 환전을 하고 바로 옆 과일 가게로 가서 귤과 리치, 망고스틴을 구매했다. 과일을 한 봉지 가득하게 구매해서 호텔에 가서 호텔 매니저와 나눠먹고 다음 날 씨엠립을 갈 준비를 했다.

 버스를 타러 여유 있게 도착해서 티켓을 보여주고 짐을 풀고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다시 티켓 검사를 하는데 이게 웬걸... 내가 한국에서 바보처럼 2022년이 아니라 2023년 티켓을 예매해던 것이다. 자리가 남으면 현장 결제를 해서 타고 가기로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리가 없다고 해서 내려서 황망하게 서있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티켓 예매 사이트에 다시 들어가서 검색을 하니 근처에 다른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마침 30분 뒤에 출발한다고 해서 다급하게 달려갔다. 다행히 자리가 두 개가 남아서 현장 예매를 하고 안전하게 버스를 탑승했다. 원래는 여섯 시간 예상이었는 데 기사님이 엄청 빠르게 가셔서 5시간 30분 만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툭툭를 잡아서 호스텔로 갔다.

나의 인생 코코넛 초콜릿 케이크

 씨엠립 호스텔에서 1인실을 예약하고 가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고 외국인이 엄청 많은 호스텔이었다. 매일 밤 디제이가 노래를 틀어주고 수영장에서 풀파티를 하는 곳이어서 사실 조금 괴로웠다. 시끄러워서 귀마개를 꽂고 자본 적은 처음이었다. 근처 식당인 Tevy's Place라는 식당에서 어목 피시를 먹어보았는데 여기는 생선 코코넛 카레 같은 어목 피시가 나왔다. 프놈펜에서 먹었던 어목 피시와는 달라서 신기했다. 너무 맛있었고 한국인들이 다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대만족! 여기서 코코넛 초콜릿 케이크도 시켰는데 거짓말 안 하고 내가 살면서 먹어 본 초콜릿 케이크 중에 제일 맛있었다. 인생 초콜릿 케이크를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만나다니.



예전 책자라 가격이 조금 다르다. 지금은 가격이 올랐지만 참고용으로 올린다. 오른쪽은 번쩍거리던 로얄 가든 팰리스 정원.

 사실상 씨엠립은 앙코르와트와 여러 사원들을 보는 것이 주목적인 곳이다. 펍 스트리트 근처에 여행사가 많다고 해서 돌아다니면서 가격을 알아보았다. 호스텔이나 펍스트리트의 모든 여행사나 가격은 다 똑같았다. 앙코르 와트 일출은 $15, 스몰 투어 Small Circuit Tour와 빅 투어 Grand circuit는 여러 사원들을 보는 것인데 각각 $20이다. 둘의 차이점은 어떤 사원들을 둘러보느냐이다. 스몰 투어는 Banteay Kdei 반티 크데이, Taprom타쁘롬, Baoyon바이욘, South Gate남문, Bakeng Hill을 둘러본다. 빅 투어는 Banteay Srei반티 쓰레이, Prerub프레룹, East Mebon이스트 메본, Neak Pean닉 핀, Preah Khan쁘레아 칸, Tasom타쏨을 둘러본다. 빅과 스몰의 차이는 앙코르 와트를 중심으로 넓게 도느냐와 좁게 도느냐의 차이인 것 같았다. 여행사 별로 어떤 곳의 환율은 $1에 4100리엘, 어떤 곳은 4200리엘이기 때문에 잘 비교해보는 게 좋다. 나는 앙코르 와트 일출을 $15에, Grand Circuit까지 같은 여행사를 이용해서 $18로 깎아서 결제했다. 앙코르 와트 일출은 4200리엘로 계산해서 결제하였는데 호스텔에서 주최하는 투어는 $1을 4100리엘에 해준다는 것을 듣고 여행사 직원과 흥정해서 Grand Circuit 투어는 4100리엘에 결제했다. 투어 결제를 하고 나서 저녁에는 시간이 남길래 로열 가든 팰리스를 구경하고 사원도 하나 구경하고 방에 들어가서 첫날을 마무리했다. 가든 팰리스는 캄보디아스러운 느낌보다는 그냥 거대하고 불빛이 많고 야경이 예쁜 정원이었고, 근처 공원에 현지인들이 다이어트 댄스를 하고 쉬는 걸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첫 날치고 한 것도 많고 정리된 것도 많아서 뿌듯하게 귀를 틀어막고 잠도 잘 잤다. 씨엠립에서의 첫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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