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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희 Jul 22. 2022

감독님, 저 이 짬뽕 시킨 적 없는데요.

<외계+인> 1부 리뷰. 2022


소나기가 왔다 안 왔다 하는 요즘, 짬뽕 한 그릇이 땡기는 날이 있다.



영화도 그렇다.

하나의 장르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게 찍은 영화도 좋지만 가끔은 이것저것 섞인 영화가 끌리는 날이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 보증 수표 최동훈 감독이 만든 짬뽕은 무슨 맛일까,

오래 기다려왔다.



그런데...



최동훈 감독의 짬뽕이라길래 한우 차돌박이 짬뽕을 기대했더니

냉동 해산물이 들어간 휴게소 짬뽕이 나온 건 왜일까?









오늘 리뷰할 영화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 1부>이다.


<외계+인 1부>의 포스터.




"최동훈 신작 개봉!"


이 한 문장만으로도 이번 여름을 기다리기 충분했다.


1년이 넘는 촬영 기간 동안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어 만든 SF 영화가, 그것도 최동훈 감독이 찍은 영화가 개봉한다니... 얼마나 두근 거렸는지 모르겠다.




오랜 기다림 끝, 마침내 예고편이 떴다!

원래 영화를 보기 전 예고편 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나지만 이번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



두근두근 예고편을 봤는데...


https://tv.naver.com/v/27816562(공식 예고편 링크)








쎄했다...



예고편처럼 영화가 나오면 망할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보통 예고편을 보면 영화가 지향하고자 하는 지점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예고편에는 그런 게 보이지 않았다.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영화임을 알고 봤음에도, 영화의 지향점은 불분명했고 오히려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최동훈 감독의 영화니까!

이렇게 떡밥을 쫙 풀어놓고 훌륭하게 회수하는 감독이니까. 큼지막한 이야기를 끝내주게 잘 풀어내는 감독이니까.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을 안고 영화관에 갔는데...




아쉽게도, 영화는 예고편과 비슷했다.




최동훈 감독이 하고 싶었던 걸 너무 다 해 버린 걸까?


장르부터가 SF 사극 액션을 섞은 짬뽕 영화인데다가 CG 팍팍 넣고, 감동적 요소도 좀 필요하고, 기왕이면 재난 상황도 하나 있으면 좋겠고, 타임 슬립 넣고, 코믹 절대 못 놓치는데 소재는 또 마냥 코믹하게 풀어나갈 소재는 아니고... (심지어 이거 말고도 재료가 더 있다) 이것저것 다 넣으려다 보니 잘 어우러지지 못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좋은 요리를 만들어 보려고 좋다고 소문난 재료를 싸그리 싹싹 긁어모아서 섞긴 섞었는데, 재료들이 신선하지는 못했다. 몇 개의 재료가 맛이 이상하니 다른 재료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 전체적인 요리의 맛을 떨어뜨려버린 그런 느낌이랄까.



  <외계+인 1부>의 경우 솔직히 아쉽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감독은 최동훈뿐이라고 생각되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최동훈 감독이 만든 영화라서 더 아쉬운 것 같다. 다른 감독이 이 정도의 영화를 만들었으면 오히려 더 영화를 높게 평가했을 것 같달까.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 기대하고 있는 것들이 잘 충족되지 못했다. 영화관 분위기는 장소와 시간대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다른 영화관 상영 분위기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간 영화관은 웃음소리 없이 적막했고 쿠키도 보지 않고 나가는 관객들이 절반이었다.




시리즈물을 제작할 때, 1부의 흥행 성적을 평가한 후 2부의 제작 결정을 내리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외계인>은 달랐다. 이미 1, 2부 촬영을 마쳤고 2023년에 2편 개봉을 확정 지었다. 1편을 재밌게 본 사람이 많아야 2편도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될 텐데... 2부까지 흥행하기를 바라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영화였다. SF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우리나라에서 SF 영화를 계속 제작했으면 바람이 있다 보니 이 영화를 응원하게 되지만 비싼 영화값을 생각하면 선뜻 주변 친구들한테 보러 가라고 권하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액션신, CG 기술, 배우들 라인업,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 다양한 볼거리 등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영화 관람을 추천한다! 나는 영화를 엄마랑 같이 봤는데, 엄마는 재밌다고 하셨다. 보는 눈은 모두 다르니 ..! 더운 여름날 영화관에 시원하게 앉아서 느렁느렁 보기 좋다.





 별점: ★★






~ 여기서부턴 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대형 스포는 지양할게요! ~






1. 거대한 이야기판


포스터만 봐도 주력 배우들이 엄청나다!


최동훈 감독은 이야기 판을 잘 이끌어 나가는 감독이다.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하는 스토리 라인을 세련되고, 이해하기 쉽게 그려내는데 탁월하다.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 강한 개성을 뽐내고 끝내주는 대사를 하며, 드넓은 이야기 판에서 노니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스토리가 이해되고,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인물들의 대사가 입에서 줄줄 나온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최동훈 감독은 이런 센스와 연출력을 제대로 살려 <타짜>, <도둑들>, <범죄의 재구성> 등의 흥행작들을 여럿 만들어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최동훈 감독의 신작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나 같은 관객들이 많았을 텐데...



이번 영화는 이런 최동훈 감독의 능력이 100% 발휘돼도 모자랄 정도의 큰 이야기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최동훈 감독의 능력을 꽁꽁 감춘다. 영화의 이해가 어렵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굉장히 다양한 소재를 써서 이야기의 판을 큼직하게 벌여놨는데, 그게 재미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시공간을 왔다 갔다 하는 데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진입장벽까지 느껴지는 SF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신검'이라는 칼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인물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삐까 뻔쩍하게 싸우는 것이 이 영화의 메인 사건이다. 아주 단순하지 않은가? 거기에 인간의 뇌는 외계인 죄수를 수감시키는 감옥의 역할을 한다는 특이한 설정을 집어넣었다. 인간이 외계인을 위한 숙주가 되는 것이다. 죄수가 있으니 당연히 교도관(가드)이 있고, 다른 별까지 유배 온 외계의 죄수가 탈옥을 하려고 하니 당연히 지구가 난장판이 된다. 거기에 고려 시대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한다는 SF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 영화의 전체적인 틀이다. (더 이상은 쉿.. 대형 스포임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설정으로 인해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런 구성으로 해야만 했다”며 “영화를 복잡하게 만들어도 관객은 본능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사람들이 만나고 엮어지는 것이 밑바탕에 있는 이야기”라며 “영화가 관객들에게 재미와 위안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겨레 오승훈 기자의 인터뷰 중 최동훈 감독의 말



최동훈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이 영화의 흐름을 본능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 그냥 보고 있으면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다.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영화를 보다 보면 왜 다들 이렇게까지 신검을 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지, 왜 지구가 난장판이 되는지 ... 생각할 필요가 크게 없다. 영화가 알아서 떠먹여준다. (그리고 그냥 납득이 안 가도 그러려니 하게 되는 지점도 있다.)



스포방지를 위해 모든 걸 언급하진 않겠지만 대충 이 정도로만 언급해도 보통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스케일 아닌가. 보통 신박하게 영화를 찍으면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이 영화는 이해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이 정도 스케일의 대작이 이해하기까지 쉽게 만들어졌는데 왜, 도대체 왜 재미가 없을까?



재밌으라고 섞었는데, 오히려 너무 섞다 보니 재미가 반감되어 버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방대한 사건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사건에 집중이 되지는 않는다. 이해와 집중은 다르다. 관객 입장에서도 적절하게 집중력을 분배해 영화를 감상해야 하는데 여기에 집중했다가, 저기에 집중했다가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영화를 100% 즐기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최동훈 감독이 워낙에 이런 대형 사이즈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다 보니 욕심을 냈던 것 같은데... 이 때문에 최동훈 감독의 장점이 약점으로 작용해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아무리 재밌게 시나리오를 써도 시나리오가 산만해 집중이 안 되면 웃을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외계+인 1부>는 과유불급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2. 대사가 주는 설득력


사진만 봐도 대사 자동 재생 가능.


<타짜>를 소리 끄고도 볼 수 있는 사람, 꽤 많을 거다. <전우치> 강동원의 대사도 마찬가지로 '도사란 무엇인가~'만 들어도 뒤 대사가 떠오른다. <암살>의 이정재 대사를 따라 한 사람들은 셀 수조차 없다. 그만큼 최동훈 감독의 영화 속 대사는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그런데 왜 <외계+인 1부>의 대사 중에는 기억에 남는 게 없을까.



이 영화는 앞서 언급했든 2부작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기-승-전-결로 치면 보통 1부가 기-승으로 구성될 테니 아직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오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1부에서는 스토리를 빌드 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을 터, 최동훈 감독은 이 빌드 업을 대사를 통해서 한다. 고려 시대에서 건너 온 아이인 이안은 매일같이 가드의 파트너인 썬더와 질답을 하고, 신검을 찾아야 하는 무륵은 이곳저곳 설명을 듣고 다니고, 죄수들이 탈옥해 하려는 일들도 설명해야 하고... 이 영화에는 설명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귀에 쏙쏙 박히는 유쾌한 대사 대신 설명을 위한 대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보니 영화를 이해하기는 보다 쉬워졌지만 재미가 없어져 버렸다. 영화에 다양한 설정을 넣다 보니 자연스레 설명할 거리는 많아지고, 설명이 쌓이면 쌓일수록 관객은 피로해진다.



결국 대사를 통해 관객에게 영화의 설정에 대한 설득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관객은 집중할 힘이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설명이 폭발하는 중반부가 지루하다는 평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






3. CG+액션신



<외계+인 1부>가 이것저것 너무 뭘 많이 섞다 보니 아쉬운 지점도 분명 있지만 이 짬뽕만이 줄 수 있는 매력도 분명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액션신이다. SF 장르에 도술을 섞어서 액션신을 만들어 버리다니... 이건 진짜 귀하긴 하다. 로봇 슈트를 입고 레이저를 쏘면서 싸우는 액션신부터 피리를 이용한 도술로 싸우는 액션신까지, 액션신의 스펙트럼이 다채롭다. 영화 볼 때 액션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하시면 충분히 만족하실 것 같다!


넷플릭스 공개작인 <승리호> 촬영 현장

거기에 이 액션신을 그려내는 CG 기술이 기존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CG 수준이다. <승리호>가 넷플릭스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도 많은 관객들이 CG 수준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는데, <외계+인 1부>를 봐도 우리나라 CG 수준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진다. <외계+인 1부>는 영화관에서 봐서 그런지 CG 기술력에서 오는 감동은 확실히 <승리호>의 그것보다 컸다. 나는 액션신과 CG 기술력에는 크게 조우가 없는 관객이라 2D 영화관에서 감상했지만 다채롭고 기발한 액션신과 화려한 CG가 주는 만족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특별관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여기까지, <외계+인 1부> 리뷰를 써보았다.



오랜 시간 기다려 온 영화였고, 더욱이 SF 영화 불모지인 한국에서 스타 감독이 촬영한 영화라는 소식에 기대가 컸다 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여기에 쓴 내용은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나에게는 아쉬운 영화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좋은 영화일 수 있으니 관심이 생기시는 분들은 영화관에 방문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부가 아쉽다고는 하나, 나는 내년에 2부도 챙겨 볼 예정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떡밥 던져놓으신 것들 어떻게 회수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영화의 전-결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최동훈 감독님... 내 취향에서 한 편 미끄러졌다고 이렇게 못 보내드림...)




참고한 최동훈 감독 인터뷰 링크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51968.html






CGV에서 필름마크도 받았당!





외계+인 1부

감독 최동훈

출연김태리, 류준열, 김우빈,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개봉 2022. 0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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