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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희 Aug 22. 2022

6. 나는 언제쯤 무언가를 지지할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미디어과 졸업생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번도 SNS를 운영해본 적이 없었다.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미디어과 학생인 내게 이 모든 것은 그저 배움과 탐구의 대상이요, 동시에 남들의 일상을 몰래 엿볼 수 있는 창구에 불과할 뿐. SNS를 통해 내 일상을 공유하고 친구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나란 인간, 남의 일상은 신나게 구경하면서도 내 일상은 공유하지 않는 이 얼마나 이기적인 인간인지...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SNS에 올리는 게시물을 통해 주변 사람들이 나를 평가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 평가가 두려웠다. '공유할 만한 일상도, 멋도 없는 내가 감히 SNS를?' 이런 마음이었달까.




  덕분에 이 선택으로, 나는 대학시절 동안 SNS가 필수적인 서포터즈 활동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SNS 미운영을 후회한 적은 없었지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바로 이 서포터즈 활동을 못 해봤다는 점이다. 단순히 이력서에 뭐라도 한 줄 적을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아쉽다기보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기업들의 담당자들과 대화 한 번 해보고 싶었고 그 기업을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 즉 나와 공통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신나게 해보고도 싶었다. 


  내가 이런 갈증을 가지게 된 이유는 나의 관심사가 바로 '책'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국제 도서전이 끝나면 사람들의 후기가 하나 둘 올라온다. 그중 읽자마자 공감의 박수를 친 후기가 있었으니, '열심히 찾고 찾아도 주변에 책 좋아하는 사람 찾기가 그렇게 힘든데, 도서전가서 압사당할 뻔했어요. 다들 어디 숨어 계시다가 나오신 건가요? 전국에서 몰려온 독서인들을 보면서 괜히 뿌듯했습니다.'라고 전하는 후기였다. 역시나 나 외에도 공감한 사람이 많은 후기였다. 이처럼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분명 전국 곳곳에 숨어있지만 오프라인 세상에서 이들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 독서인이 0에 수렴하는 인간관계 속에서 나 역시 누군가에겐 부담스러울 독서라는 주제를 굳이 입 밖에 잘 내지 않기도 했다. 설령 이 주제가 대화의 장에 올라 이야기가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그 대화 참여자들의 독서 취향이 일치하기란 극악의 가능성을 자랑한다. 


  때문에 나는 아무리 재밌게 읽은 책이 있어도 내적 감탄만 할 수 있을 뿐. 


  소리 없는 아우성의 내적 감탄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고 주접을 떨고 싶었다. 이런 내가 서포트하고 싶은 기업은 당연하게도 출판사였다. 


 



  작년 나의 세계를 구성한 책들에겐 놀라운(!)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라는 것. 하미나 작가의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 등. 내 세계의 한 편을 옹골차게 차지한 책들을 출간한 출판사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내가 SNS를 막 시작해 인스타툰을 하나 둘 올릴 무렵, 동아시아 출판사 서포터즈 6기 모집이 시작됐다! 


  드디어 나도 서포터즈에 지원해 볼 수 있는 건가 감격에 겨운 것도 잠시, 내 SNS 상태에 대한 객관화가 되자 곧 풀이 죽었다. 내 일상 만화를 막 올리기 시작한 인스타툰 계정과 어제 초기화 신청을 해 놓은 네이버 블로그, 이제 막 두 개의 글이 올라 간 브런치. 얼마 되지도 않는 SNS 게시물을 눈 씻고 찾아봐도 '독서'라는 단어조차 언급되지 않는 이 계정들의 운영자에게 도대체 어느 출판사의 홍보 담당자가 서포터즈 자리를 내어주겠는가. 그것도 완전 초짜 SNS 운영자에게 말이다.  




  당연히 내가 마주하게 될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신청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신청에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주접이라도 실컷 써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신청서를 작성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작성하기 시작한 신청서였지만 막상 신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하니 은근한 기대감이 피어올랐고, 결국엔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꼼꼼하게 신청서의 항목을 채워나갔다. 그리고 신청서의 마지막 항목에 나는 최후의 어필을 했다. 나에겐 다른 사람들에겐 없는 것이 있다고 말이다. 


  그것은 바로 초심과 만화. 비록 팔로워도, 독서에 관련된 게시물도 없지만 이제 막 SNS를 시작한 만큼 미숙해도 누구보다 강한 초심을 불태우고 있다고. 그리고 이 초심을 동아시아 출판사와 함께 태워보고 싶다고 적었다. 아울러 글 위주의 서평 대신 만화의 형식으로 된 서평을 작성할 수 있으니 차별화된 서평을 원하신다면 꼭 뽑아달라고도 적었다.




  그리고 결과 발표일이 되었다. 


  진심을 다해서 신청서를 작성했지만 나를 제외한 다른 신청자들의 진심의 크기도 모두 컸나 보다. 기대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의 소리를 키워놓고 알림이 울릴 때마다 부리나케 확인했지만 그날 밤, 나는 결국 출판사에서 문자를 받을 수 없었다. 





  > 조만간에 업로드될 7화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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