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 그 시절 나의 친구에게

영화관에서 문득

by Dodam Byul

유호진 PD가 그런 이야기를 인터넷 공간에 남긴 적이 있다고 한다.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만들기까지 주변을 스쳐간 많은 사람들의 취향이 옮아와 지금의 취향이 형성되었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내 취향을 옮겨주고, 또 그들의 취향을 나에게 옮아오기도 했겠지? 지금은 연락도 잘 닿지 않고 어떻게 지내는지 어쩌다 한 번 궁금해지는 친구지만 그 시절 나의 친구를 떠올리며 몇 글자 적어보고 싶다.


# 영화를 좋아했던 그 친구.

지금 내 취미 중 하나는 영화를 보는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도 극장까지의 거리가 도보 3분이라는 점이다. 그 친구와 친해지고 나서 참 많은 영화를 보고 자연스럽게 현재까지도 내 취향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영화 장르에 대한 편식도 특별히 없었다. 어느 날은 블록 버스터, 어느 날은 멜로 영화, 어느 날은 코미디 영화.

중학생이 놀아봐야 뭐하고 놀겠냐 싶었는데 그 친구와는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시시콜콜한 말들을 하면서 돌아다녔던 기억들이 자리 잡는다.


# 창 너머 사람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던 친구.

이 친구와 친해지기 전 이 친구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말은, '너는 창밖에 뭘 보고 있는 거야?'였다. 실제로 그 말을 처음 건네면서 이 친구와 가까워졌다. 그냥 사람 구경이 좋다는 답변에 그 친구를 따라 아무 말 없이 5분 정도 그 친구처럼 사람 구경을 했다.

침묵이 흐르고 그 친구가 조용히 날 바라보며 물었다. "어때?", "어떤 느낌인지 조금 알 것 같기도."라고 답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프랜차이즈 카페가 범람하기 전 시기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유명한 대형 카페가 하나 있었다. 통창이 크게 뻗어있고 유동인구가 많았던 곳에 그 카페는 그 친구와 함께 사람 구경하기 좋았던 장소다. 서로 대화는 하는데 눈은 바깥에 사람들에게 가 있고, 사람들을 바라보지만 사람들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를 했던 그 친구와의 대화가 가끔 기억에 남는다.



지금의 나를 떠올려보면 스쳐가거나 아니면 지금도 함께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들의 취향들이 조금씩 옮아가 만들어져 있다. 대체 이런 걸 왜 먹냐며 씁쓸하다고 했던 자몽을 좋아하는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어 준 사람, 사람들과의 대화 사이에서 아무 말 없이 조용한 텀이 생겨도 불편하지 않은 사이가 정말 편안한 사이 아니겠냐고 따뜻하게 웃던 친구, 너는 사람들과 계속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그 거리를 넘어서면 조금씩 다른 모습을 알게 된다고 말하던 친구. 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이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신의 동굴 속에서 그 어려운 일을 다 끝내야 나오는 친구. 그 어려운 일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동굴 속에서 그 일을 잘 마무리하고, 동굴 밖을 나와 이런 일이 있었는데 잘 해결됐다며 웃으며 말해주길 바라며, 그때 영화 한 편 재미있게 보고 카페에서 사람 구경하며 얘기하자. 친구야. 건강하고 좋은 일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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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건강하고 좋은 일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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