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문득
유호진 PD가 그런 이야기를 인터넷 공간에 남긴 적이 있다고 한다.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만들기까지 주변을 스쳐간 많은 사람들의 취향이 옮아와 지금의 취향이 형성되었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내 취향을 옮겨주고, 또 그들의 취향을 나에게 옮아오기도 했겠지? 지금은 연락도 잘 닿지 않고 어떻게 지내는지 어쩌다 한 번 궁금해지는 친구지만 그 시절 나의 친구를 떠올리며 몇 글자 적어보고 싶다.
# 영화를 좋아했던 그 친구.
지금 내 취미 중 하나는 영화를 보는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도 극장까지의 거리가 도보 3분이라는 점이다. 그 친구와 친해지고 나서 참 많은 영화를 보고 자연스럽게 현재까지도 내 취향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영화 장르에 대한 편식도 특별히 없었다. 어느 날은 블록 버스터, 어느 날은 멜로 영화, 어느 날은 코미디 영화.
중학생이 놀아봐야 뭐하고 놀겠냐 싶었는데 그 친구와는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시시콜콜한 말들을 하면서 돌아다녔던 기억들이 자리 잡는다.
# 창 너머 사람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던 친구.
이 친구와 친해지기 전 이 친구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말은, '너는 창밖에 뭘 보고 있는 거야?'였다. 실제로 그 말을 처음 건네면서 이 친구와 가까워졌다. 그냥 사람 구경이 좋다는 답변에 그 친구를 따라 아무 말 없이 5분 정도 그 친구처럼 사람 구경을 했다.
침묵이 흐르고 그 친구가 조용히 날 바라보며 물었다. "어때?", "어떤 느낌인지 조금 알 것 같기도."라고 답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프랜차이즈 카페가 범람하기 전 시기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유명한 대형 카페가 하나 있었다. 통창이 크게 뻗어있고 유동인구가 많았던 곳에 그 카페는 그 친구와 함께 사람 구경하기 좋았던 장소다. 서로 대화는 하는데 눈은 바깥에 사람들에게 가 있고, 사람들을 바라보지만 사람들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를 했던 그 친구와의 대화가 가끔 기억에 남는다.
지금의 나를 떠올려보면 스쳐가거나 아니면 지금도 함께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들의 취향들이 조금씩 옮아가 만들어져 있다. 대체 이런 걸 왜 먹냐며 씁쓸하다고 했던 자몽을 좋아하는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어 준 사람, 사람들과의 대화 사이에서 아무 말 없이 조용한 텀이 생겨도 불편하지 않은 사이가 정말 편안한 사이 아니겠냐고 따뜻하게 웃던 친구, 너는 사람들과 계속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그 거리를 넘어서면 조금씩 다른 모습을 알게 된다고 말하던 친구. 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이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신의 동굴 속에서 그 어려운 일을 다 끝내야 나오는 친구. 그 어려운 일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동굴 속에서 그 일을 잘 마무리하고, 동굴 밖을 나와 이런 일이 있었는데 잘 해결됐다며 웃으며 말해주길 바라며, 그때 영화 한 편 재미있게 보고 카페에서 사람 구경하며 얘기하자. 친구야. 건강하고 좋은 일 가득했으면 좋겠다.
친구야. 건강하고 좋은 일 가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