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고 있는 피지배층의 가치.

AI와 자동화의 역습

by 미친생각
지배층과 피지배층


인류가 문명을 만들고, 문명의 품 안에서 살아온지도 어느덧 6,000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국가의 형태가 갖춰지면서 문명의 구성원은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나뉘게 되었지요.
전례를 살펴보면, 지배층은 주로 국가의 관리자 역할이나 설계 등의 역할을 주로 담당했고 피지배층은 주로 생산자, 납세자, 병력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전 글 ('피지배층의 황금기. NOW.') 에서 말씀드렸듯이, 산업혁명으로 인한 생산의 비약적인 증가와 국가간 경쟁 패러다임의 변화, 그리고 뉴딜정책의 등장 등으로 피지배층은 기존 역할 외에도 소비자 군단의 역할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역할이 부여되면서, 국가의 소비력은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개발의 시작이 늦었음에도, 많은 인구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기도 했죠. 중국뿐만 아니라 인구수가 많은 나라 치고 약소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없습니다.


민주주의가 주류 국가운영체제로 선택되면서 유권자로서의 가치도 커졌죠.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는 피지배층의 최고 황금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계의 발전과 AI의 등장으로 인간의 역할에 심상치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존 피지배층이 수행하던 역할에서 인간의 비중이 눈에 띄게 축소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가치 하락은 진행중...




1. 병력분야의 인간가치 감소

AI · 자동화가 전쟁 패러다임을 바꾸다.


사실, AI등장 이전부터 군사자원과 전쟁의 패러다임은 인간 병력의 축소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산업화 이전까지는 전략과 전술이라는 변수가 있더라도, 전투력의 결정적 요인은 결국 병력 수였습니다.


산업화 이후 세계대전에서는 항공기와 전차가 등장하며, 단순히 병력 수가 아니라 기술력의 비중이 과거보다 현저히 커졌습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의 핵무기 투하는, 인간 병력이 아무리 많아도 무력해질 수 있다는 절망적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냉전 시기와 걸프전에서는 핵무기가 아닌, 정밀 미사일 중심 무기체계가 전쟁의 주역으로 부상했습니다. 위성을 기반으로 한 정밀유도 미사일은 원거리에서 적을 타격하는 주된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이 시기부터는 인간이 전선을 이루어 맞붙는 고전적 전쟁은 사실상 종언을 맞는 듯 보였습니다.


바이락타르 TB2

그러나 ‘미사일 중심의 전쟁’의 양상은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전환점을 맞습니다. 이 전쟁은 무인기의 실효성이 처음으로 전면전에서 입증된 사례로, 군사 연구자들에게 큰 충격과 영감을 주었습니다. 미사일 외에 무인기가 추가적으로 전쟁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에서도 이러한 전술은 더욱 심화되었으며, 저가의 드론으로 고가의 장비와 시설을 파괴하면서 자국의 인명 피해는 최소화하는 방식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실제로 군사자원의 메타(자원 배분 구조)는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세기 중반까지는 군사비의 다수가 인건비와 병력 유지비였지만, 21세기 들어서는 무기 연구·개발, 위성 시스템, 드론, 사이버전 분야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병력 규모 역시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냉전기 전 세계 현역 군인은 약 2,800만 명 수준이었지만, 2020년대에는 약 2,000만 명 내외로 줄었습니다. 반면 전 세계 군사비 총액은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즉, 국방 지출은 늘어나지만 사람은 줄어드는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전쟁에서 사람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 AI가 있는 것 또한 명확합니다.




2. 생산분야의 인간가치 감소

메타플랜트가 보여준 자동화의 힘


AI로 인한 생산분야에서 인력비중 감소현상은 병력분야보다 더욱 두드러집니다. 지금까지 기술발전은 주로 노동자 계층인 블루칼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AI의 등장은 기존 블루컬러뿐만이 아닌, 화이트컬러의 일자리 마저 위협하고 있죠. 이것은 많은 분야의 산업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일자리와 고용의 메타가 또 한번 큰 변화를 맞이한 것입니다.


현대자동차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제조업의 경우 현대차의 '메타플렌트 아메리카'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공장은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50만 대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80명 안팎의 직원만 고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사와 나무위키간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생산량 대비 고용인원이 대폭 감소했다는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공장을 비교해봅시다. 도요타의 켄터키 공장은 차량 50만 대를 생산하는데 약6,600명을 고용하고 있고, 테네시 공장은 55만 대의 생산능력에 약 6천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수준의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 공장들 또한 자동화로 고용을 축소한 공장들 입니다.


화이트컬러 직군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미국의 법률 보조직 일자리가 2023년 이후 약 33% 감소했다고 합니다. 금융회사의 정점, 모건스탠리는 내부적으로 2,000개의 직무 감축을 준비 중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 창구 이용 건수는 2007년 약 20억 건에서 22년에는 약 3억 건으로 감소했습니다. 85% 이상이 감소한 수치입니다. 이에 따라, 은행 지점의 수가 줄어드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AI와 이것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스마트폰의 발달은 다양한 직군의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3. 납세자로서의 인간가치 감소

납세자에서 유권자로, 그러나 약화되는 역할


AI의 등장, 발전과는 별개로 피지배층 납세자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미국 IRS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10%가 연방 소득세 전체의 75.8%를 부담하고 있다고 하며, 한국의 한 언론에 따르면, 상위 1%가 종합소득세의 절반 가까이를, 상위 10%는 종합소득세의 84.8%를 부담하고 있다고 합니다.



OECD 국가 다수는 저소득층이 세금을 거의 내지 않거나 복지 혜택을 더 많이 받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선진국의 피지배층 다수는 납세자로서의 가치가 낮거나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득 상위가 국가를 떠받치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역사적 평행

로마 제국의 자영농 몰락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시스템 역시, 겉으로는 국민 주권이 최고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지배층이 설계한 틀 안에서 국민이 선택하는 구조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민의 표는 그 설계된 방향을 정당화하는 장치일 뿐, 권력의 본질적 주체는 여전히 지배층입니다. 어느 나라든 형태만 다를 뿐, 이 구조적 현실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지배층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언제든 변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포에니 전쟁 관련 그림


고대 로마제국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대 로마는 시민의 참여 제도를 통해 제국의 지위까지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포에니 전쟁 이후, 고급 노예가 대거 유입되면서 귀족의 대농장(라티푼디움)은 급격히 확대되었고, 귀족 농장의 생산력은 급증했습니다. 생산자로서의 이용가치가 떨어진 자영농은 도시빈민으로 내몰렸습니다.


도시 빈민이 된 자영농들은 병역을 수행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더욱 여유가 없어지자 세금을 내는 것 조차 힘들어졌습니다. 로마를 일으켜 세운 자영농은, 결국 가치를 상실했습니다. 아우구스투스 시기, 자영농의 이용가치와 힘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귀족들은 플레브스 계급의 정치적 영향력을 축소시켰습니다.


지금이 그런 시점의 초입같은 느낌이 듭니다.




문명에 삼켜진 인간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느리고 약한 몸을 지키기 위해 무리를 짓고 살았습니다. 무리를 짓다보니 다른 무리를 이기기 위해서 더욱 체계적으로 뭉쳤고, 결국 문명을 이루었습니다. 더욱 안정적으로 먹고, 안전하게 지내고,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했습니다. 문명 안에서 개인은 더욱 입지를 다지고, 더욱 기여하고, 더욱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며 살았겠지요. 현시대의 개개인처럼 말입니다. 즉, 인간은 자신들의 안위와 만족을 위해서 문명을 만들고 발전시킨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문명은 인간의 생존 수단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문명은 진화했고, 하나의 생명체가 되었으며, 인간을 삼켜버린 듯 합니다.


지금의 인류는 문명에게 잠식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부적응자 인간


이 이야기는 제가 쓴 책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전자책 '사회부적응자 인간'에서는 문명을 신경회로의 관점으로 분석했습니다.

여러분께 신선한 관점을 제공해드릴게요.

많은 이용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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