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배층의 황금기. NOW

양의 탈을 쓴 전쟁: 무역

by 미친생각

지배층과 피지배층


인간은 문명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지배층과 피지배층'


현재는 직업군도 다양해지고,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계층 이동이 과거에 비해 활발하게 이루어 지는 편이기 때문에, 이런 구분을 느끼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대 국가가 생긴 이후부터 문명은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분명하게 나뉘기 시작합니다. 세계사는 보편적으로 생산량이 증가한 청동기 시대부터 변화가 생긴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도 고조선부터는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명확히 나뉜 것을 확인 할 수 있죠. 우리나라에 다수 분포한 고인돌은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구분을 증명하는 유적이기도 합니다.

강화 부근리 지석묘

문명이 생기고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구분되면서부터 이들의 역할과 필요성은 명확하게 나뉘었습니다. 지배층은 주로 국가의 관리자 역할이나 설계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피지배층은 납세자, 병력, 생산자의 역할이 핵심적이었지요. 현 시대를 포함한 몇몇 민주 문명에서는, 피지배층이 유권자로서의 가치도 가졌습니다.


따라서 국가는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했고, 전쟁에서 이긴 국가가 패배한 국가의 인력을 수탈해 오는 일은 비일비재했습니다. 지금 관점에서는 지탄받을 일이라고 여겨지는 것이지만,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 또한 인류 전체 역사에서는 정말 최근의 일에 속합니다. 다양한 국가의 역사는 인구가 국가에서 중요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뉴딜정책

피지배층의 부상


루즈벨트 대통령

특히, 1930년대 뉴딜 정책은 피지배층 가치 상승의 화룡정점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비스마르크의 사회보험이나 영국의 공장법 등 피지배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은 존재했습니다만 뉴딜정책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뉴딜 정책 이전의 정책은 특정 계층과 제한된 제도에 국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죠. 반면에 뉴딜 정책은 국가가 본격적으로 피지배층 전체의 권리를 제도화한 정책입니다. 사실상 현대적 복지국가의 틀을 만든 첫 대규모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때부터 민주당의 정치적 위상이 상승한 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뉴딜정책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정책입니다. 이는 피지배층의 소비력을 확보함으로써 공황을 극복하려는 전략이었던 것이죠. 피지배층의 소비력 회복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개념이 지금은 흔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지만, 이전까지만해도 피지배층의 소비로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려던 전례는 없습니다. 상당히 혁신적인 정책이었다는 말이죠.


하지만 한껍질 더 벗기면, 다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에 문명이 생긴 이후, 지구의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경쟁을 반복했습니다. 경쟁의 주된 방식은 전쟁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총과 탱크로 싸웠고, 더 이전에는 칼과 총으로 싸웠으며, 더 이전에는 칼과 활로, 더 이전에는 돌과 막대기로 싸웠습니다.

국가간의 유혈대립은 2차 세계대전까지도 반복되어 왔던 스토리입니다. 2차 산업혁명 이후 세계 열강 국가들은 단순 전쟁뿐 아니라 식민지를 늘이는 행위를 반복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간의 대규모 전면전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그 많던 전쟁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전쟁의 새로운 형태: 무역

전쟁도, 무역도, 약탈이 목적이다.


먼저 전쟁의 목적부터 생각해봅시다. 우선 전쟁은 공격하는 나라가 있어야 시작됩니다. 공격이 줄었기 때문에 전쟁이 줄었겠지요. 그렇다면 왜 다른 나라를 공격할까요? 자원과 재화를 약탈하기 위함이 가장 주요할 것입니다. 문명 역사의 무수한 전쟁은 대부분 이런 이유로 일어났습니다. 표면적으로 다른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결국은 자원과 재화가 원인이었던 경우가 태반이죠. 즉, 이길 자신이 있고, 이기면 약탈하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2차 산업 혁명 이후, 빠르게 발전한 영국 등의 국가들은 더 많은 자본과 자원을 약탈하기 위해 약소국을 점령했고 수탈했습니다. 이 시기를 '신제국주의'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수많은 약소국을 약탈하여 엄청난 이득을 볼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리스크는 커지고 순이익은 낮아졌습니다. D.K. Fieldgouse, Patrick O'Brien 등의 많은 경제사학자들도 비슷한 평을 내놓았습니다.


결국 물리적인 공격과 점령, 그리고 약탈이라는 방식의 전쟁은 자원과 재화 약탈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흐름의 석양 즈음에 나온 것이 뉴딜정책입니다.

뉴딜 정책 직후 2차 세계대전이 터졌고, 세계의 명실상부한 패권국가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갔습니다.

이후 자원과 재화를 약탈하는 방식은 변했습니다. 그리고 더 정교해졌습니다. 무역이라는 방식으로 말이죠.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이 기술과 생산력을 앞세워서 압도적인 무역을 시전하며 약소국의 재화와 자원을 무난하게 확보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이 시기에 브레튼우즈 체제, GATT체결, WTO설립, 마셜 플랜 등 무역을 활성화시키는 다양한 국제법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무역은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세계무역 성장율 그래프(출처: Our World in Data)


전쟁의 목적이 자원과 재화의 약탈이라면,

무역은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었던 것이죠.


그러면서 국가의 소비력이 국가의 경쟁력으로 부각됩니다. 피지배층의 소비는 더 많은 기술과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고 소비가 많은 국가는 협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지배층은 깨닫지 못했겠지만 일종의 전투원이 된 것입니다. 소비를 하면서 도파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2차 세계대전 이후, 피지배층은 생산자, 납세자, 병력, 유권자, 소비자라는 방식으로 국가에 기여를 하게됩니다. 인류 역사상 피지배층이 이렇게 많은 임무를 부여받았던 사례는 없습니다.


여기에 민주주의의 열기로 유권자로서의 가치까지 올라가니, 피지배층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대우를 누리게 됩니다. 그게 바로 지금입니다.




이 글을 기반으로 만든 유튜브 영상입니다.

읽는 것보다 보는 것이 좋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쓴 책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전자책 '사회부적응자 인간'에서는 문명을 신경회로의 관점으로 분석했습니다.

여러분께 신선한 관점을 제공해드릴게요.

많은 이용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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