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토닌이 결핍된 세상
이제는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팬데믹 이전의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북적거렸던 기억이 분명합니다. 회식도 잦았고, 각종 모임도 많았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은 지금보다 훨씬 빈번했죠. 이것은 기억만이 아니라 자료로도 확인됩니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발생 이후 개인적 모임과 회식이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팬데믹이 인간관계를 단절시켰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 단절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미 팬데믹 이전부터 인간관계에 피로를 느끼고,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 했습니다. ‘사회적 탈진’이나 ‘인간관계 정리’ 같은 단어가 점차 대중화된 것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구글 엔그램뷰어를 보면, 이러한 단어들의 사용 빈도가 이미 팬데믹 이전부터 상승하고 있었죠.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굳이 만나지 않게 된 덕분에, 오히려 인간관계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여기서 역설이 발생합니다. 사람과의 대면으로 피로를 느끼던 분위기는 잠시 완화됐지만, 사회적 고립감과 탈진감은 오히려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역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만나기 싫은데, 안만나니까 외로워..'
신경과학적으로 인간은 도파민(dopamine) 과 세로토닌(serotonin) 같은 보상 회로의 신경전달물질을 갈구하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더 빠르고, 더 확실하게,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을 설계합니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보상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말이죠.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일은 피로도가 큽니다. 듣기 싫은 말도 들어야 하고, 시간과 에너지도 사용해야 합니다. 심지어 배신의 위험도 존재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가 주는 만족감은 게임이나 소비, 성취만으로는 대체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사회적 인정’, 그리고 그와 가장 밀접한 호르몬인 세로토닌 때문입니다. 세로토닌은 단순한 쾌락의 물질이 아니라, 존중받음·지위·소속감 같은 사회적 안정감과 관련된 물질입니다. 반대로 세로토닌이 결핍되면 상대적 박탈감이 강하게 유발됩니다. 이것은 개인적 성공 여부와 별개로 작동합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인류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도파민을 얻는 법을 배웠습니다. 쇼핑, 게임, 콘텐츠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이로 인해 일시적인 삶의 만족도나 여가 만족도는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줄어든 자리를 대신한 것은 SNS였습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SNS의 보상 구조는 세로토닌이 아닌 도파민의 영역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좋아요와 댓글은 ‘사회적 존중’이 아니라 ‘즉각적 보상’으로 인식됩니다. 즉, SNS의 이용만으로는 사회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1인가구의 증가, 1인 노동의 증가 등이 부각되는 현 시점에서, 인간의 고립감 해결과 사회적 만족도를 상승시키기 위한 해결책은 분명히 필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데이트 알바의 증가, 랜덤 모임의 증가는 개인의 사회적 욕구를 일시적으로나마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결국 지속가능한 행복을 얻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어쩌면, 앞으로의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도파민보다 세로토닌을 채워주는 방향으로 커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어떤 대체 수단도 지속 가능한 세로토닌의 안정감을 주지 못합니다. 결국 인간의 사회적 만족감은, 빠른 도파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세로토닌의 회복에서 비롯됩니다. 우선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 그리고 오래된 친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작은 세로토닌의 순간이, 다시 인간관계를 회복시키는 출발점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