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문명은 무엇인가?

메타생명체의 등장

by 미친생각

사회성 동물의 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기존의 단순 집단은, 수메르에서 쐐기문자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국가로 전환되었습니다. 정보가 안정적으로 저장될 수 있게 되었고, 국가의 CPU격인 국왕의 연산과 프롬프트를 각 구조에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최초의 시스템이 갖추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국가를 바라보면, 각 계층은 국가라는 정보처리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관 또는 구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가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복잡도, 그리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에 따라 계급이 분화되었으며, 왕은 국가 전체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CPU에 해당하는 존재였습니다.


각 지방과 분야의 관리들은 특정 영역의 정보를 대신 계산하고 정리하는 RAM이나 GPU와 같은 보조 장치의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들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정보를 처리할 수 있었으며, 최종 판단은 중앙의 CPU가 맡았습니다.


반면, 피지배층은 국가 시스템의 말단에 위치한 키보드나 모니터와 같은 단순 입출력 도구에 가까웠습니다. 자신의 생존과 일상에 직접 연결되는 단순한 정보만을 처리할 수 있었고, 전체 시스템의 방향이나 의사 결정에는 관여할 수 없었던 구조였다고 판단합니다.


정보의 흐름은 반대 방향으로도 존재합니다. 피지배층은 납세, 생산, 노동, 병력 제공 등 국가 유지에 필요한 출력 기능을 담당했으며, 이들의 출력 결과는 각 기관을 거쳐 중앙기관으로 집적되었습니다. 중앙은 이 입력을 다시 해석해 국가유지에 적합한 방향으로 전체 시스템의 연산을하고 다시 각 기관에 입력하는 무한루프가 형성됩니다.


이와 같은 입력, 연산, 출력의 순환 구조 전체가 바로 국가라는 시스템이라고 판단합니다.


이 시스템은 생명과 다르지 않습니다. 국가는 분자 이상의 유형 정보로 구성된 구조이며, 기후 변화나 적의 침입 등 외부 자극을 입력으로 받아, 식량 생산, 방어, 확장 등 에너지 획득과 구조 유지라는 방식으로 출력합니다. 또한 확장과 정복을 통해 자국의 정보 구조를 외부로 전이하기도 합니다.


생명에서 DNA와 RNA가 정보를 저장하고 해석하듯, 국가는 문자를 통해 정보를 저장하고 인간을 통해 이를 구현합니다. 문자는 DNA와 같은 정보 저장 장치이며, 인간은 RNA처럼 이 정보를 해석하고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존재입니다. 국가는 고등동물처럼 중앙정보처리기관의 연산에 의해 전체가 움직이는 하나의 유기적 구조가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저는 한 개의 국가를 ‘생명체’라고 인식합니다. 단지 DNA나 RNA가 아닌 다른 형태의 정보 구조를 사용할 뿐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생명체는 수메르를 넘어 메소포타미아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여러 국가들이 등장하면서 거대한 집단, 즉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확산되고 기준이 되었을까요? 인간의 탐욕회로는 보상을 더 빠르게, 더 확실하게,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때 강하게 발화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보상이란 식량 같은 에너지일 수도 있고, 자신이 지향하는 이상향일 수도 있습니다. 즉, 에너지 또는 이상향을 가장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구조가 집단의 지향점이 됩니다. 이런 구조는 도파민과 에너지의 총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시간 단축과 결과의 확실성은 결국 총량을 크게 증가시키지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더욱 많은 정보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문자 체계는 자연스럽게 이상향이 되었고, 놀라움과 삶의 개선을 제공하는 수학과 그 파생 학문들 역시 확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대로 과거 방식은 더 적은 보상과 에너지만을 제공했기 때문에 지향점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배제될 때의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이전 가치를 버립니다.


결국, 기존 방식을 압도적으로 능가한 수메르 시스템은 주변 집단에게 이상향이 되었고, 이 시스템을 달성하게 된 집단은 국가로 탈바꿈했습니다. 국가들이 서로 엮여 만들어낸 거대한 정보의 집합이 바로 문명입니다.


그렇다면 문명이란 무엇일까요? 기존 사전적 정의는 물질, 기술, 사회적으로 발전한 인류 집단 정도로 설명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문명이란,

국가라는 생명체들이 서로 정보의 입출력을 주고받으며 자기 유지 구조를 형성한 ‘메타생명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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