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회로가 선택한 문화 정보의 확산
알렉산드로스의 정복 활동은 찬란하게 빛났습니다.
그러나 제국 자체는 허망할 정도로 빠르게 끝났지요.
하지만 정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 여파는 실로 굉장했습니다.
당시 그리스 지역 국가였던 마케도니아의 정복 활동으로 그리스 문화 정보는 동방까지 전이되었고, 역으로 동방의 정보 역시 서방으로 유입되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의 정복 활동이라는 강제적 문화 접촉을 통해 동방과 서방의 정보풀이 하나로 혼재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파격적으로 확산되는 문화가 등장하는 한편, 도태되거나 주변화되는 문화 또한 발생했습니다. 마케도니아의 정복 활동은 이러한 현상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급격하게 만들어버렸다고 판단됩니다. 이 현상을 헬레니즘이라고 부릅니다.
헬레니즘의 세부적인 양상과 사례는 이미 다른 문헌들에 풍부하게 정리되어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과정의 메커니즘은 무엇이었을까요?
질문부터 던져보겠습니다.
고유의 문화 정체성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흔히 국가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라고 말하곤 하지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문화 역시 정보의 구성 단위에 불과하다고 판단됩니다. 이는 생물학적 종(species)이 각 번식 집단 단위로 고유한 유전정보를 유지하는 것과 유사한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유한 유전정보는 고립과 단절 속에서 유지됩니다. 같은 정보끼리만 다음 세대로 전이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구현된 생명이라는 정보는 종을 둘러싼 자연의 선택압에 따라 잔존하는 것과 사라지는 것으로 나뉘게 됩니다. 문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화 또한 다양한 정보로 구성된 유형화된 정보의 집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케도니아 제국 시기를 기준으로 보면, 이 문화 정보들은 문자로 기록되기도 하고, 춤사위나 주거 형태, 옷의 양식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각 사회의 핵심 사상은 언어와 말로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받아들이는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아날로그로 입력받고, 뇌에 디지털처럼 저장합니다. 그 정보가 다시 신체로 출력될 때는 아날로그가 되기 때문에, 완전한 복제와 전이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문화 정보들은 자연선택과 유사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다만 문화 정보가 받는 선택압은 자연환경이 아니라 인간의 도파민 회로입니다. 인간은 유전적 요인과 성장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가치관과 기대치를 형성하며 살아갑니다. 탐욕이라 불리는 도파민 회로는 기대치를 초과하는 결과에 반복적으로 도파민을 발화시키는 정보 패턴에 의해 강화됩니다.
이 강화된 패턴은 개인의 가치관으로 고정되고, 비슷한 정보풀을 공유하는 집단 단위에서는 사회적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지역마다 사회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문화 정보를 접하더라도 집단마다 도파민 발화 수준에는 분명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 중에서 더 많은 도파민을 발화시키는 문화 정보는 가치관으로 확립되고, 기대치를 형성하며 빠르게 확산됩니다. 반대로, 도파민 자극 효율이 낮은 기존의 문화 정보는 점차 선택에서 밀려나 도태됩니다. 이 과정에서 명확하게 빠르고 확실게 많은 결과를 제공하는 정보일수록 더 강한 도파민 반응을 유도하고, 인간과 집단에 더 빠르게 수용됩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문화 정보가 널리 퍼지며 전체 정보풀에 변화를 주는 현상을 밈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즉, 헬레니즘은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광역 규모의 밈 현상이었다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