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화된 시스템은 국가의 신경망입니다.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가 경이로운 규모의 영토를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1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소멸은 확장보다도 더 경이로웠습니다. 알렉산드로스가 사망하자 정복은 즉시 중단되었고, 제국은 곧 분열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에는 여러 원인이 존재합니다. 후계 문제, 장군들의 권력 다툼, 문화적 이질성 등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지요. 그러나 이를 하나의 구조로 묶어보면, 결국 광대한 영역을 관리할 시스템, 즉 국가의 신경망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으로 보입니다.
이는 문자가 등장하기 이전, 국가라는 개념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못했던 상황과 구조적으로 유사합니다.
문자는 국가의 시스템을 구조화하고 고착화하는 도구였습니다. 시스템이 구조화 될 때, 국가가 성립하는 것이지요. 문자를 통해 법과 조세, 행정과 명령은 기록되고 정량화될 수 있었고, 이는 개인의 기억이나 카리스마에 의존하지 않는 통치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문자 이전의 집단에는 규칙은 존재했을지언정, 이를 유지할 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국가도 존재할 수 없던 것입니다. 구조화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지요.
마케도니아는 반대의 의미로 이와 유사한 상태였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전쟁에는 압도적으로 능했지만, 제국 전체를 관통하는 정형화된 법과 행정 관료 시스템을 구축하지는 못했습니다. 문자도 존재했고 규칙도 존재했지만, 기록하고 남긴 시스템이라는 구조화된 정보를 충분히 구축하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마케도니아 제국은 시스템이 아니라 한 인물의 판단과 권위에 의해 유지되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이 구조에서 알렉산드로스는 단순한 통치자가 아니라, 시스템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카리스마와 승리는 충성과 인망을 만들어냈고, 이는 법과 제도를 대체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알렉산드로스의 부재는 곧 시스템의 부재를 의미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곧 마케도니아 제국 운영 체계의 종언이었던 셈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그리스의 도시 국가 테베의 반란입니다. 테베는 알렉산드로스가 북방 원정 중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반란에 대해 중앙의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반란 소식은 신속하게 전달되었고, 알렉산드로스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귀환해 반란을 진압했습니다. 도시는 철저히 파괴되었고, 이는 그리스 전역에 강력한 경고로 작용했고 그리스는 온순해졌습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는, 영웅도 그저 인간일 뿐입니다. 기원전 323년, 알렉산드로스가 사망하자, 마케도니아의 시스템도 덩달아 사라졌습니다. 알렉산드로스 자체가 시스템이었기 때문입니다. 대체할 사람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빛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케도니아는 문자 이전 집단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사라지자 곧바로 구조가 붕괴되는 상태로 되돌아갔습니다. 각지의 세력은 독립을 시도했고, 이를 통제할 신경망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마케도니아는 알렉산드로스의 죽음과 동시에 분해되버린 것입니다.
시스템이란 구조화되고 고착화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을 갖습니다. 이는 신경망과 뉴런이라는 신경구조물이 없는 상태에서 신호 전달이 불가능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신경망이 없는 생명은 마비와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는 자신의 존재 외에 시스템이라 부를 만한 것을 남기지 못했고, 이것이 이 제국의 가장 치명적인 한계였습니다.
이후 로마와 몽골 제국, 중국은 광대한 영토를 관리하기 위한 구조화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긴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