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의 본질에 대한 질문
나는 최근 들어 가격이라는 것이 과연 실체를 가진 개념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가격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비싸다, 싸다, 합리적이다, 거품이다 같은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그러나 정작 가격이 무엇이며, 어떤 기준을 통해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많지 않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나는 가격의 본질부터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우리가 돈으로 구매하는 것은 무엇이며, 가격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가.
우리는 돈으로 다양한 것을 구매한다. 반짝이는 귀금속부터 식료품, 게임 아이템, 넷플릭스 구독권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매우 넓다. 이 가운데는 형태를 가진 물질도 있고, 형태가 없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형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이 모든 대상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들은 모두 정리되어 제시된 것이라는 점이다.
음악은 무작위로 발생한 소리가 아니라, 일정한 규칙과 구조로 배열된 음악적 자료다. 장신구 역시 사람이 착용하고 선호하도록 설계된 패턴의 집합이다. 영화와 게임 아이템, 식량 또한 마찬가지다. 형태가 있든 없든, 우리가 구매하는 모든 대상은 인간이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된 자료, 다시 말해 정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돈으로 구매하는 것은 물질 그 자체라기보다 정보의 소유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가격은 결국 정보의 소유권에 매겨지는 숫자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이 질문은 우선 매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돈까스를 하나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돈까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돼지고기와 계란, 빵가루와 밀가루를 구매해야 하고, 기름을 데우기 위한 가스비도 필요하다. 이 모든 비용을 합산했을 때 돈까스 하나를 만드는 데 4,000원이 들었다면, 그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손해다. 따라서 가격은 최소한 이 비용을 초과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은 원재료 비용만이 아니다. 돈까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는 칼로리를 소모했고, 이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또 다른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이 역시 비용이다. 결국 돈까스 하나에는 물질의 비용과 함께, 소모된 에너지에 대한 비용이 포함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가격의 바닥에는 물질과 에너지가 있다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이 설명은 모든 경우를 포괄하지 못한다.
만약 내가 해변을 걷다 우연히 금반지를 하나 주웠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금반지를 얻기 위해 특별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았고, 원재료를 구입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이 금반지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내가 거의 아무 비용도 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헐값에 팔아야 할까. 비슷한 질문은 디지털 세계에서도 반복된다. 게임을 하다 우연히 고가의 아이템을 획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아이템은 물질적 형태조차 없고, 이를 얻기 위해 소모한 에너지도 모니터 앞에 앉아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한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아이템은 돈까스보다 훨씬 저렴해야 할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해변에서 주운 금반지는 시장에 형성된 금 시세를 기준으로 거래되고, 게임 아이템 역시 커뮤니티에 형성된 시세표를 따른다. 판매자는 자신이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았다는 사실과 무관하게, 이 시세 이하로 팔 이유를 느끼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이 게임 운영에 비용을 지불하는 게임 회사의 소유주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금의 시세는 도대체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가. 게임 아이템의 가격을 정하는 커뮤니티의 기준은 무엇인가. 가격은 과연 누군가가 정해둔 값인 것일까, 아니면 그때그때 형성되는 임시적인 합의에 불과한 것일까. 어쩌면 가격은 애초에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불안정한 개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불안정성 자체가, 가격의 본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부터 수사를 시작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근본적인 부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