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 에너지가 포함된다고?

불안정한 존재들의 작동 비용

by 미친생각

우리가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인간이 구매하는 품목은 매우 다양해 보인다. 먹을 것, 입을 것, 주식, 구독권, 의료 서비스까지 표면적으로 보면 서로 전혀 다른 것들을 구매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매우 단순하다. 우리가 구매하는 모든 것은 에너지와 리스크다. 이 부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시작하겠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양자적 상태가 안정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현실에서 인간이 만지고, 보고, 냄새 맡고 느낄 수 있는 모든 물질은 크게는 분자, 작게는 원자 단위의 결합 상태로 구성되어 있다. 집, 음식, 방향제, 그림처럼 형태를 가지거나 감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구매하는 모든 것이 형태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주식, 게임 아이템, 소프트웨어 구독권, 유료 와이파이 같은 것들은 이를 인식할 도구가 없다면 존재 자체를 느낄 수 없다. 이러한 것들은 분자나 원자의 형태라기보다, 양자적 상태의 변화와 그 유지로 표현할 수 있다. 전기 신호나 장의 변화처럼, 양자 수준의 움직임이 전이되고 확장된 결과물인 셈이다. 흔히 이런 상품을 무형의 상품이나 서비스라고 부르지만, 이것들은 결코 무물질적인 상태가 아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 그 이면에서는 엄연히 물리적 상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구매하는 것들은 무작위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패턴을 가진 상태이며, 패턴을 통해 분류될 수 있기 때문에 정보로 취급할 수 있다. 유형의 상품이라 불리는 것들 또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양자가 특정 규칙을 가진 상태로 고착된 결과를 분자라 부르고, 분자가 모여 물질을 이룬다. 인간은 이 모든 상태를 분류하고 이름을 붙인다. 따라서 우리가 구매하는 모든 것은 정보라고 보아도 논리적 문제는 없다고 판단한다.


양자 단위의 물질은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여기서 말하는 안정성이란, 에너지가 더 낮아질 수 없는 국소적인 최소 상태로 수렴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이러한 안정성이 흔들리며 상태 변화 가능성이 커질 때, 우리는 그것을 에너지라고 인식한다. 이 에너지가 존재하기에 양자는 다양한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양자 상태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물질 자체의 희소성을 논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는 광활한 사막에서 모래의 희소성을 논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모래를 어떤 상태로 변형시키고, 그 상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무엇을 만들어 판매하느냐의 문제다. 결국 우리가 구매하는 것은 변형시키는 힘, 즉 에너지이며, 그 에너지가 실패할 가능성인 리스크다.


인간이라는 생명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는다. 인간은 섭취를 통해 칼로리를 얻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획득한다. 그렇다면 칼로리란 무엇인가? 물 1g의 온도를 1℃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다. 결국 인간이 섭취하는 것은, 움직임으로 환산될 수 있는 에너지라는 뜻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고, 식물 역시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획득한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우리는 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가? 그리고 왜 다른 존재를 섭취해야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가? 한 번이라도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리가 먹는 것의 대부분은 다른 생명이다. 아니, 모든 동물이 먹는 것의 대부분의 대부분은 다른 생명이다. 풀이 되었든, 고기가 되었든, 버섯이든, 과일이든 간에 말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이 저장해 둔 에너지를 사용한다. 식물은 예외적으로 태양이라는 비생명 에너지를 생명 구조 안에 저장한다. 그렇다면 왜 생명은 다른 생명을 먹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생명이라는 존재 자체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숭고하게 여기는 생명은, 기계적 혹은 정보적 관점에서 보면 정보처리장치다. 외부 정보를 입력받고, 연산을 수행한 뒤, 출력을 만들어내는 존재라는 뜻이다. 장담하건대, 어떤 생명도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기계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생명은 꺼지면 죽는다는 점과 자기를 유지하는데 연산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정도다. DNA 기반이며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구조적 특징일 뿐 기능적 차이는 아니다. 결국 생명은 정보처리장치다.


모든 정보처리장치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존재다. 불안정한 상태로 존재할 때만 외부 정보를 입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의 시세포가 불안정한 상태로 존재하기에 가시광선을 인지할 수 있고, 신경계 역시 칼륨 펌프와 같은 전기적 불안정성을 유지해야 기능할 수 있다. 반대로 이 불안정성이 해소되어 평형 상태에 도달하면, 정보 입력과 연산은 중단되고, 그 결과는 기능 상실이며 결국 죽음이다. 기계 역시 마찬가지다. 전원이 켜지는 순간, 전기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며 비로소 정보를 입력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된고, 반대로 꺼지면 안정된다.


불안정하다는 것은 곧 평형을 이루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떠올려보자. 차가운 물이 담긴 유리잔에 커피 원액을 붓는 순간, 컵 전체가 즉시 균일한 색으로 변하는가? 그렇지 않다. 커피 원액은 부어진 지점에서부터 퍼져나가며 점차 전체로 확산된다. 물론 중력의 영향을 받지만 중력의 범위 안에서 평형을 향해 변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빨대로 저으면, 더 큰 운동성이 부여되며 더 빠르게 평형에 도달한다.


그런데 만약 커피 원액을 부어도 커피가 컵 전체로 퍼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상하지 않은가? 자연스럽게 퍼질 것이라 기대했을 텐데, 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초능력을 떠올리기보다는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연스러운 평형을 방해하는 힘, 그것이 바로 에너지다. 실제로 생명의 상태가 그렇다. 생명은 주변과 평형을 이루지 못한 채, 자신만의 테두리 안에서 불안정성을 유지하는 존재다. 이 불안정성이야말로, 생명에게 있어서는 안정적인 상태다.


그러나 이 상태는 자연스럽지 않다. 따라서 이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운동성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것이 정보처리장치가 에너지를 소모하고 필요로 하는 이유다.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한 채 입력과 연산, 출력을 수행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존재, 그것이 생명이다.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은,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섭취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생명이 왜 다른 생명을 먹어야 하는지도 단순해진다.


다른 생명은 정보처리장치로서 살아가기 위해 이미 에너지를 저장해 두었기 때문이다. 정보처리장치는 곧 저장된 에너지 덩어리다. 반대로 애초에 정보처리장치가 아니었던 존재는 저장된 에너지가 거의 없다. 달궈진 돌이나 용암, 뜨거운 사막처럼 열의 형태로만 에너지가 존재할 뿐이다. 사실 열이라는 것 자체가 전자 움직임의 결과지만 말이다. 그러나 생명은 단백질 기반 구조이기에 이러한 에너지를 직접 섭취하면 구조적 변형으로 망가지거나 죽는다. 예외적으로 식물은 태양광이라는 형태의 에너지를 직접 획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생명은 그렇지 않다.


결국 생명은 외부 에너지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다른 정보처리장치를 섭취하는 방식을 선택해 왔고, 이 구조가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결국 모든 생명, 아니 모든 정보처리장치는 각자의 방식으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정보처리장치가 화폐를 만들어 구매 행위를 수행하는 이유 역시 이 연장선 위에 있다. 반대로 정보를 판매해서 화폐를 얻으려는 판매자의 행위도 이 연장선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