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가격이 맞다. 리스크도 포함된다.

가격은 에너지와 리스크 비용의 정량화 결과 입니다.

by 미친생각

그렇다면, 화폐를 통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획득하는 행위가 어떻게 가격으로 이어지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힌트는 매우 원초적인 영역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자의 사냥을 떠올려보자. 사자는 아프리카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분류되지만, 모든 동물을 손쉽게 사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젤은 빠른 속도로 도주하고, 물소와 코뿔소는 강한 힘과 위협적인 뿔로 대응하며, 코끼리는 질량과 부피 자체로 사자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자는 어떤 사냥을 선택하든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며, 부상이나 죽음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사자의 사냥 패턴을 보면, 이 과정이 충동이 아니라 연산에 가깝다는 점이 드러난다. 새끼나 약한 개체, 이미 죽어 있는 동물을 우선적으로 노리기 때문이다. 사자는 적은 에너지와 낮은 리스크로, 가능한 한 큰 에너지를 획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우선한다.


초식동물 역시 다르지 않다. 풀을 뜯는 행위 자체는 큰 에너지를 요구하지 않지만, 섭식 중에는 언제든 포식자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따라서 초식동물은 시야가 트인 장소를 선택하거나, 무리를 지어 경계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낮춘다. 심지어 어항에서 사육되는 체리새우조차 육식성 어류와 함께 두면 수초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행동 변화를 보인다.


결국 모든 동물은 에너지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에너지와 리스크를 지불한다. 그리고 이때 소모되는 에너지와 감수해야 할 위험이 바로 비용이다. 지불한 비용보다 더 큰 에너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될 때 행동은 발생하며, 반대로 그렇지 않을 경우 행동은 중단된다. 세상에 적자를 보면서 장사를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 한달 생활비를 탕진해서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구조는 가격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숫자 기반의 화폐 시스템에서 가격은 에너지와 리스크에 관한 비용을 정량화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돈까스 판매자는 재료 조달과 조리 과정에서 소모한 에너지와 비용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야 판매라는 행동을 선택한다. 구매자 역시 자신의 수입과 자산을 기준으로, 해당 소비가 감당 가능한 비용이라고 판단될 때 구매를 실행한다. 즉, 가격이란 야생에서 경험과 본능에 의해 이루어지던 에너지와 리스크 연산이, 화폐 시스템 안에서 숫자로 정량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섭식행동을 중심으로 에너지에 대한 개념을 설명했지만, 에너지와 리스크에 관련된 행위는 섭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TV 앞으로 이동해 버튼을 직접 조작하는 수고를 대신해 리모컨을 사용하는 행위는, 더 적은 에너지로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선택이다. 추운 겨울에 난방을 가동하는 것 또한 신체의 안위를 위협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행동에 해당한다. 이처럼 우리 생활 속 대부분의 행동은 에너지 소모와 리스크 관리라는 두 요소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단순한 행위조차 가스 폭발이나 식중독과 같은 리스크를 미세하게나마 동반한다.


따라서 정보처리장치로서의 생명체가 수행하는 모든 행위에는, 에너지와 리스크에 관한 비용이 수반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비용은 가격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보인다. 특히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최저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비용보다 싼 가격으로 거래할 경우 손실만 누적되기 때문이다.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소모된 에너지와 리스크는 최저비용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