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에서 에너지 순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것이 향방을 가를 것 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구매하고 있는가? 사람들은 음식과 의류, 주식과 구독권, 의료 서비스까지 다양한 상품을 소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를 조금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들여다보면, 인간이 화폐로 교환하는 대상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우리가 구매하는 것은 에너지와 리스크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양자 단위의 특정한 상태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와 그 과정이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비용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물질이나 상태 그 자체가 가격에 포함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하향해온 앵겔지수가 말해주듯이, 생산 기술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발전하면서 보편적인 생필품의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해왔다. 이는 인류가 더 적은 에너지와 더 낮은 리스크로 동일한 상태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가격이 끊임없이 요동치는 이유는 기대의 근원인, 도파민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초과적인 비용을 지불하거나 요구하는 것을 감수하는 성향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생산 과정에 인간이 관여하고, 여기에 도파민이 혼재된 인건비가 상품가격에 포함되면서, 전반적인 상품 가격에는 일종의 프리미엄이 청구되는 것이다.
다만 이 프리미엄은 영구적일 수 없다. 싸게 거래하려는 사람과 비싸게 거래하려는 사람, 양측의 기대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허상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지만, 동시에 이를 무한히 허용하지도 않는다. 가격은 결국 일정 수준의 관리 가능한 허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수렴한다. 이제 질문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옮겨간다. 앞으로 화폐와 가격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인가? 이를 논하기 전에, 이미 진행 중인 화폐의 이분화된 방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문명의 핵심 노동력은 인간이었다. 대부분의 역사에서 인간은 거의 유일한 생산 주체였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전기 기반의 기계가 노동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고, 그 역할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의 기계가 단순 반복 노동에 머물렀다면, 오늘날의 기계는 개발, 분석, 전투, 회계, 법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급여를 요구하지 않는다. 기대를 설정하지도 않는다. 전압만 제공하면 작동한다. 그 결과, 기계의 개입 비중이 높은 상품과 서비스는 인간 노동이 중심이 된 상품보다 구조적으로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 인건비라고 불리는, 인간의 기대와 보상이 가격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이를 수용하고 본격화시키는 기업들은, 이미 전기 중심의 생산과 거래를 진행하고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 속에서 상품은 점차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인간이 주로 개입한 상품과, 기계가 주로 개입한 상품이다. 다른 표현으로 말하면, 인건비라는 기대 프리미엄의 농도가 높은 상품과 낮은 상품이다. 현재의 추세를 보면, 여력이 있는 기업일수록 기계 중심의 생산 라인을 구축하려는 유인을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메타플렌트나 아틀라스 도입처럼 말이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은 강렬한 저항을 시도하고 있으나,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또한 구조적으로는 기계화의 압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오히려 기존 화이트칼라 직군은 물리적 설비 의존도가 낮아, 전환 속도가 더 빠를 가능성이 존재한다.
생산 과정에서 인간의 비중이 줄어들수록, 휴가와 복지, 승진 기대와 같은 인건비에 포함된 부대 비용도 함께 사라진다. 이는 생산 비용의 급격한 하락을 의미한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상품 가격은 점차 인건비를 배제한 구조로 재편될 것이며, 보다 순수한 전기 기반 비용에 수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가격은 점점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자체에 가까워질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 그리고 기업과 국가 간의 거래부터 전기 중심의 거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5년 기준으로도, B2B 거래 규모는 B2C 거래의 5배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기업이 생산과정에서 인간 비중을 낮추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간의 거래는 소모된 전기 에너지 중심의 거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사람을 고용할수록 기업은 가격적인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며,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문명에서 도태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태된 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국가는 현재 문명에서 지속되기 힘들다.
그렇다면 개인과 국가, 기업과 개인 간의 거래는 어떻게 될까.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 개입이 줄어들수록, 가격에서 기대와 허상의 비중은 낮아지고, 양자가 특정한 상태를 갖추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의 순도는 높아진다. 이미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물건이 전기 기반의 통신 장비라는 점을 고려하면, 구매 이후에도 전기는 지속적으로 소모된다. 생활 전반에서 전기의 비중은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이 지불하는 가격은 점차 순도 높은 에너지 비용으로 수렴할 것이며, 국가도 이러한 논리를 기반으로 세입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국가 신용 기반 화폐에도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국제 질서는 패권국의 신용을 중심으로 유지되어 왔으며, 이를 통해 패권국 자신의 우위를 수호했다. 그러나 거래의 중심이 전기 기반 비용으로 이동한다면, 단지 국가의 신용도만으로 질서와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보다 단순하게 말해, 전기를 더 많이, 더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에너지와 화폐 양측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현재 가장 강력한 국가로 평가받는 미국과 중국은 모두 세계 최대의 전기 생산국이며, 생산량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중국은 전기 생산에 국가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전기 패권을 가진 국가가 경제적 패권을 지닐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주된 거래방식도 기존 화폐에서 전기로 전환되고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생산 과정에서 인간이 배제되는 흐름이 확대될수록, 상품의 가격은 낮아지고, 화폐의 기준 또한 에너지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 패권이 경제적 패권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더 이상 가설이 아니라 점차 관측 가능한 경향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