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는 허상의 첫단추인가?

호가와 도파민으로 만드는 급여의 구조

by 미친생각

급여가 허상이라면, 일자리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기 위해 소모된 시간과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 직관적으로는 그것 역시 최소비용에 포함되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컴퓨터 판매를 가정해보자. 컴퓨터를 팔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판매할 컴퓨터를 확보하는 일이다. 도매업체에서 구매하든, 폐업한 매장에서 헐값에 넘겨받든,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판매자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두 가지다. 얼마에 확보했는가, 그리고 얼마에 팔 수 있는가. 컴퓨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었는지는 최종 판매자의 계산식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이미 과거에 발생한 비용이며, 현재의 거래 가격을 직접 규정하지 않는다.


인건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피고용자 자체가 판매 상품은 아니지만, 기업의 이윤 계산식 안에서는 분명한 비용 항목으로 작동한다. 고용에 있어서, 기업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단순하다. 필요한 능력을 가진 인력을 얼마에 확보할 수 있는가. 그 인력이 어떤 경로를 거쳐 현재의 능력에 도달했는지, 얼마의 시간과 비용을 개인적으로 소모했는지는 대체로 중요하지 않다. 고용자는 업계 전반에 형성된 호가를 기준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피고용자는 그중에서 가장 합당하다고 판단되는 제안을 선택한다. 그렇게 합의가 이루어지는 순간, 인건비는 확정된다.


이 과정은 인간의 고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물질이든 서비스든, 대부분의 가격은 유사한 방식으로 형성된다. 석유나 우라늄과 같은 천연자원은 생성에 억겁의 시간이 걸리고 매장량도 제한적이지만, 이를 판매하는 기업의 계산표에 ‘억겁의 시간’은 등장하지 않는다. 희소성 역시 비용이라기보다는 가격을 밀어올리는 심리적인 협상 재료에 가깝다. 실제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자원을 회수하는 데 들어간 에너지, 감수한 리스크, 그리고 경쟁자의 역량이다. 경쟁자가 무능하거나 시장이 독점에 가까울수록, 높은 호가는 시장가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채용시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같은 학벌과 같은 스펙을 가진 두 사람이 입사했다고 가정해보자. 한 사람은 고액 과외와 재수 끝에 대학에 입학했고, 다른 한 사람은 독학과 장학금으로 같은 위치에 도달했다. 고용자가 이들이 과거에 들인 시간과 비용의 차이를 급여에 반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용자는 이미 형성된 업계의 호가를 제시하고, 두 사람은 그 조건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이 합의 과정에서 양측 모두가 도파민을 얻었다면 거래는 성립된다. 그리고 이 인건비는 다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에 포함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


이 구조는 고용자의 입장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피고용자 역시 이 합의에 응할 수 있는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음에도 그 이상을 바라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생존에 필요한 최소 비용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 주거, 식량, 에너지, 정보 접근까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기술과 시스템의 발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압축되어 왔다. 이는 생활의 질이 향상되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더 낮은 인건비를 감내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피고용자는 더 이상 생존을 위해 높은 급여를 즉각적으로 요구하지 않아도 된다.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한, 제시된 호가 중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 행동이 된다. 이때 급여는 ‘노력의 보상’이 아니라, 현재의 생활 구조 안에서 감내 가능한 비용으로 재정의된다. 고용자와 피고용자 모두가 이 조건에서 도파민을 얻는다면, 그 합의는 더욱 쉽게 고착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수의 피고용자는 도파민을 얻기 위해 생존과 필요 이상의 지출을 일으키며,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더욱 많은 급여를 원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가격 형성 과정에 도파민이 개입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를 ‘정당한 보상’으로 해석하려는 태도다. 시장은 개인이 감내한 노력이나 고통을 기억하지 않는다. 인건비는 단지 현재의 조건 속에서 성립된 합의의 결과일 뿐이다. 결국 고용자와 피고용자는 현재를 기준으로 서로 다른 방향의 가격을 추구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이 반복 속에서 호가는 점진적으로 합의점을 향해 수렴한다. 이 과정에는 분명 허상이 개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생존 이상의 비용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구조 안에서 그 허상은 무한히 증폭되지는 않는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