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최저시급을 계속 올리는 이유는 기대입니다.
인건비는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른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가격의 구성 요소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격의 최저치는 소모된 에너지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로 형성된다고 가정해보자. 문명에 존재하는 수많은 작업 요소 중, 에너지 효율이 거의 개선되지 않은 희귀한 대상이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이다. 인간의 DNA는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해왔지만, 연비를 극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집중 수렴하지는 않았다. 대신 문명은 기계를 발명하고 발전시키며 생산 전반의 에너지 효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인간의 연비가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인건비는 근대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이는 오늘날 문명에서 인간이 단순히 생산만을 담당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생산의 주체이자,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정치에 참여하며, 문명의 거의 모든 의사결정을 처리하는 핵심 요소다. 즉 인간은 문명 에너지의 중심에 놓인 존재다. 따라서 국민의 선망을 받지 못하는 국가는 언제든지 위태해질 수 있다. 국민이 국가를 위해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화폐 경제는 인건비 하나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대출과 금리,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소비와 판매 등 수많은 변수가 함께 작동한다. 인건비는 이 복잡한 요소들과 상보적으로 맞물린 톱니바퀴이며, 문명의 중심 CPU라 할 수 있는 국가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을 설정한다. 잘못 설계된 인건비 구조는 다른 요소들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건비는 정교한 설계를 필요로 하는 변수다.
설계에 있어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한 번 오른 인건비는 다시 낮추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인간의 기대 메커니즘에 있다. 기대는 도파민을 얻기 위한 일종의 설정값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은 도파민을 획득하기 위해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한다. 설정값보다 좋은 결과를 얻으면 도파민 발화는 크게 증가하고, 설정값 수준의 결과에서는 평소 수준의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러나 기대 이하의 결과에서는 도파민 발화가 감소한다. 그리고 한 번 달성한 기대치는 곧바로 새로운 기준값으로 리셋된다. 때문에 과거에 달성한 성과만으로는 더 이상 만족할 수 없게 되며, 기대는 구조적으로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원리를 인건비에 적용해보자.
인건비가 오르면 일할 의욕은 증가하고, 동결되면 그럭저럭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인건비가 낮아지는 순간, 인간은 실망을 경험하고 행동의 의지는 급격히 감소한다. 당신은 실망한 국가와 회사를 위해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가? 이 관점에서 보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우상향하는 인건비 구조일 수 있다. 인건비는 생산비용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우상향 구조는 국가가 국민의 행동 의지를 유지하기 위해 설계한 여러 장치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근대 이후 국가가 법적으로 최저임금을 인하한 사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 역시 한 번 인상한 기본급을 다시 낮추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국가와 기업이 인간의 기대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대 이하의 결과는 행동 의지를 급격히 약화시키고, 그 순간 조직과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붕괴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인건비가 구조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시 낮추지 못하는 이유 역시 이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건실한 회사가 직원의 급여를 낮춘다는 것은, 사실상 우회적인 해고 통보에 가깝다.
이런 관점에서 인건비를 바라본다면, 인건비는 인간의 에너지와 리스크, 가치를 정확히 반영한 가격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계한 허상의 호가일 가능성 충분히 존재한다. 이 허상의 호가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세상 대부분 가격 또한 허상의 확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