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가 에너지 비용이 되는 순간

팬데믹 이후 엥겔지수와 인건비의 변화

by 미친생각

가격은 생산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와, 그 과정에 내재된 리스크에 의해 최소비용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관측되는 가격은 이 최소비용을 바탕으로, 호가 시스템을 통해 조정된 결과다. 생산기술의 발전과 리스크 관리의 고도화는 장기간에 걸쳐 다수 거래 품목의 최소비용을 낮춰왔다. 이 과정에서 실질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생활비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장기적으로 낮아졌다. 엥겔계수의 우하향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엥겔계수는 다시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단기적인 가격 변동이라기보다, 보다 구조적인 비용 체계의 변화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겠지만, 그중 하나로 팬데믹 이후 급격히 상승한 인건비를 의심해볼 수 있다. 사실 전염병 이후 노동비용이 상승하는 현상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로마 제국 말기나 중세 유럽의 흑사병 이후에도, 팬데믹에서 유발된 대규모 인구 감소는 노동 공급을 축소시켰고, 이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고용자에게는 분명한 비용 부담이었지만, 전염병에서 살아남은 노동자에게는 협상력이 강화되는 기회로 작용했다. 초과 사망으로 인해 경쟁이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팬데믹은 이전 사례들과 구별되는 특징을 갖는다. 과거의 팬데믹은 대규모 사망을 동반했고, 노동 공급의 물리적 감소가 임금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 반면 코로나19는 과거 팬데믹에 비해 초과 사망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건비는 빠르게 상승했다. 이는 사망이 아니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통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봉쇄와 이동 제한, 산업별 셧다운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노동의 범위를 크게 축소시켰다. 노동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면서, 임금에 대한 호가가 상승한 것이다.


이후 방역 완화와 함께 노동 공급은 점차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지만, 상승한 노동비용은 다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않았다. 비용은 고착되었고, 이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하한선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제한적인 초과 사망으로, 인구 규모가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코로나 이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 결과 기업은 인건비가 상승한 상태에서도 고용을 유지하거나 추가 고용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이후 상용근로자의 비중이 감소하고, 임시·일용근로자의 비중이 확대된 현상은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조치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엥겔계수가 상승했음에도 세계 주요 식료품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과거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생활비 부담의 확대가 기업의 이윤 확대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문제는 이윤이 아니라, 비용 구조 자체일 가능성이 크다. 가격은 소모된 에너지와 리스크가 만든 최소비용에서 출발한다. 인건비 상승은 이 최소비용을 위로 이동시킨다.


그렇다면 노동에 대한 호가가 다시 안정선으로 낮아질 경우 엥겔계수 역시 안정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는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가격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가격은 과연 실체를 가진 결과물인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고착된 비용 구조가 만들어낸 그림자에 불과한 것인가. 지금의 가격 체계는 인건비라는 호가가 에너지 비용으로 전환된 구조 위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