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창의 빗대어 본 세상의 가
최소비용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엥겔계수가 올라가는 모순을 논하기 이전에, 나는 먼저 호가라는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격이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여기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호가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거래에 대해 각자 내놓는 기대치의 제안이다. 매도자가 아무리 비싼 가격에 팔고 싶어 하더라도, 매수자가 그 가격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 가격은 의미가 없다. 반대로 매수자가 아무리 싼 가격에 사고 싶어 하더라도, 매도자가 그 가격에 팔지 않으면 그 또한 의미가 없다. 이 둘의 접점이 생겼을 때만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다. 그리고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가격은 확정되지 않는다. 이 구조는 품목의 종류와 무관하게 모든 거래에서 동일하게 발생한다. 나는 이것이 가격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내 방식으로 다시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하나만 묻자. 세상에 대체되지 않는 물질이 정말 존재하는가? 이 집이 아니면 바로 옆동네의 조금 더 오래된 집을 사면 되고, 쌀이 비싸면 빵을 먹으면 된다. 이 옷이 아니면 저 옷을 사면 그만이다. 그마저도 싫으면 그냥 안 사면 된다. 대체 수단은 널리고 널렸다. 현대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재화는 생각보다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기대는 어떤 한 점으로 과하게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쏠림은 반드시 가격으로 나타난다. 내가 보기엔 이 현상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호가창이다. 이제 이를 부동산과 주식, 코인에 걸쳐 보자. 이 세 가지의 거래는 실제로 호가창이 존재하거나 호가창과 매우 유사한 구조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먼저, 부동산을 살펴보자. 부동산은 내가 무엇을 사는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인지할 수 있는 실물의 집이 존재하고 집이 지어진 땅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아파트 중심 사회다. 같은 단지의 같은 평형은 구조가 거의 같고, 층수까지 같다면 차이는 더 줄어든다. 애초에 건축 특성상 다른 구조가 같은 건물에 존재하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매물을 살펴보면, 같은 아파트의 같은 면적의 매물 가격이 상이한 경우를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다. 이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해봤나?
다음은 주식이다. 주식은 부동산보다 한 단계 추상적이지만, 우리가 무엇을 사는지는 분명하다. 회사의 지분을 대표하는 주권이다. 물론 재무제표를 정밀하게 읽고, 시장을 이해하고, 벤자민 그레이엄처럼 정밀하게 계산해서 가격을 평가하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저 소문과 기대감으로 매수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이 손실을 기록한다. 문제는, 그레이엄식 증권분석을 해도 반드시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그 계산이 물리학처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구조였다면, 파산하는 증권사도 없었을 것이고 엘리트 트레이더가 마이너스의 수익률을 찍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믿기 힘들다면, 한경 스타워즈의 지금까지 수익율을 찾아보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호가창은 그런 차분한 계산의 세계가 아니다. 현실의 호가창은 울분과 환호를 반복하는 조울증 환자같은 모습이다. 또한 대부분의 주가는 정석적인 분석과는 거리가 먼 가격표를 달고 있다. 그렇다면 철저한 정량적 분석으로 저평가된 주식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열광하는 주식에 더욱 열광하게 되는 것인가? 파산 직전의 재무재표를 가진 회사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왜 그런 것인가? 가만히 있던 평범한 회사가 갑자기 왜 테마에 엮이는가?
코인은 더 심오하다. 코인은 실체가 거의 없다. 부동산은 건물과 토지이고, 주식은 회사 지분을 대표하는 주권이다. 그런데 코인은 대체 무엇을 사는 것인가? 당신이 매수하는 것은, 그저 매도자가 내놓은 가격이 아닌가? 왜 꼭 비트코인이어야 하는가? 구매의 실체가 없다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도지코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머스크가 언급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그쪽으로 몰렸기 때문인가? 자, 이제 다시 돌아와서 부동산과 주식, 그리고 코인을 살펴보자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코인이든, 셋 중 무엇을 사든 합리적으로 대체 가능한 선택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다른 것도 충분히 훌륭하고, 정량적인 계산으로도 문제가 없어 보이는 대체품이 널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매수자는 어떤 정보에 의해 기대감을 갖고, 그 기대가 한 점으로 몰린다. 그리고 이 기대에 의해서 사고 싶어지거나 팔고 싶어지는 것이다. 혹은 아예 사고 싶거나 팔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이것은 투자에만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거래와 가격이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도파민을 자극시키는 정보로 무장한 높은 호가의 상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높은 빈도로 이 정보를 입력받게 된다. 그렇게 다수의 기대가 고조는 과정을 거쳐 기대는 한 점에 몰리게 된다. 그리고 호가에 동의하고 돈을 지불하며 가격을 확정짓게 만들며 살아간다. 내가 오랜 관찰 끝에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가격은 비용의 합이 아니라, 기대의 일치다. 구매 자체가 호가에 동의하고 가격을 만들어주는 행위라는 말이다.
자, 이제 올라버린 엥겔 계수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