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와 리스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가격의 움직임
생명이 다른 생명을 포식하며 에너지를 획득하는 구조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이라는 종에 있어서는, 스스로 직접 다른 생명을 사냥하는 방식의 에너지 획득은 이미 오래전에 도태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식사시간마다 식탁 위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놓이지만, 이를 직접 사냥하거나 곡물을 채집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선진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러한 경험을 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심지어 시장의 정육점 가게나 야채 가게조차도, 직접 사냥하거나 채집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역사상 가장 풍족한 에너지를, 가장 손쉽게 섭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인간이라는 정보처리장치는,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획득하고 있는가? 인간은 집단을 이루고 국가를 형성하며 문명을 구성하는 순간부터 분업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명령만 내리고, 누군가는 전쟁만 참여하며, 누군가는 생산만을 담당하는 식이다. 이 분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세분화되었고,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왔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은 사냥과 채집에 따르던 에너지 소모와 리스크를 점진적으로 명백하게 줄어든 것이다. 분업의 세분화와 규모의 확장은 비용을 낮추었고, 위험을 분산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가계의 총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엥겔 계수라고 하는데, 엥겔 계수는 처음 측정되기 시작한 19세기 중반 이후로 장기적으로 하락추세를 보였다. 특히 산업화가 본격화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그 하락이 더욱 뚜렷하다. 이는 소득이 상승한 영향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동시에 식료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비용이 구조적으로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일부에서 여전히 식량 부족을 우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전체의 식량 생산량이 인류의 총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흐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특히 펜데믹 이후, 엥겔 계수는 근래 보기 드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 기술은 더욱 발전했고, 생산 비용과 리스크는 줄었으며, 분업과 규모화는 오히려 더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현상은 엥겔 계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다수의 식료품 가격은 펜데믹 이전보다 더 자주, 더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생산 비용과 판매 가격이 더 이상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기현상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