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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드 Oct 14. 2024

10. 이상하고 무서운 꿈


이상하고 긴 꿈이었다.


그와 나는 난민처럼 어떤 아파트에 다른 사람들과 섞여 살았다. 거기엔, 집주인은 아니지만 주인 행세를 하는 중년 커플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그리고 6살 남짓 되어 보이는 아주 맑고 예쁜 여자아이와 할머니.


 여자아이는 우리와 친하게 지냈다. 할머니가 잘 안 놀아준다며, 거실에서 재잘재잘 수다를 떨다 들어가곤 했다.

 

 색감은 흑백 TV처럼 회색빛이었다. 평화롭지만 우울한 느낌의 꿈을 표현한 것 같았다.


그는 말이 거의 없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가오나시가 센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는 것처럼, 소리 없이 내 뒤를 따를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누구에게 어떤 물건을 전달해야 하는데 내가 해줘야 할 것 같다며 내일 아침에 출발해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혼자 보낼 것처럼 얘기하더니, 그는 다음날 조용히 나를 따라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곳에서, 어떤 중년 부인이 그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남아있던 벤치 옆자리에 앉아 그에게. 말을 걸었다. 가지고 온 물건의 주인이었다.


"별일 없지? 무사해서 다행이야. 근데 어떡하니.. 그 여자, 이번에는 결혼까지 하고 들어간 거라던데."

  아주머니는 이상한 말을 꺼냈지만 그는 다 알고 있단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에휴.. 그러게요. 어쩌면 좋을지."


"정말 무서운 여자야. 어쩜 그렇게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끔찍한 짓을 하는 거니?"


그러고 나서 끔찍한 소식을 전했다.


"그래서, 그 아이는 결국 죽었다잖아."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꿈 안에서의 내 머릿속에서 갑자기 한 장면이 파바박 스쳤다. 중년 커플 중 남자가, 여자아이를 무자비하게 밟고 때리는 장면이었다.


알고 보니, 그중년 커플은 보험금 때문에 그런 짓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 중 여자는, 원하는 타깃이 생겼을 때 적절한 남자를 구해 데이트를 하고 필요할 경우 혼인신고까지 한 뒤 일이 끝나면 헤어지거나, 남편 혹은 애인이었던 남자를 해치고 사라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남자가 잘못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 여자, 숨겨둔 남편이랑 다 계획하고 저지르는 짓이잖아."



탄탄한 전개는 아니었으나 15세 관람가인 공포 스릴러물도 마음을 졸이며 반쯤 눈을 감고 보는 내 작은 간이 한껏 아 잠이 깰 듯 깨지 않았다. 등장인물 중 일부가 현실에서 내가 알던 얼굴들이라 더 무섭게 느껴졌고, 어떤 내용은 현실과 비슷하기도 해서 생생했다.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대성통곡을 하는 내 얼굴을 닦아주는 그의 손이 너무 차가웠다. 왜 이렇게 차갑지? 추운가? 의문을 가질 때쯤 잠에서 깼더니, 너무 무서워서 눈만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상하고 무서운 꿈이었다고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자마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아.. 이렇게 끔찍하고 이상한 꿈에 같이 나왔다고 말할 사람이 없었다.


 이런 꿈이 처음은 아니라 생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변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꿈을 꾸면 깨서 꿈생각에 괴롭고. 나쁜 꿈을 꾸면 또 꿈생각이 아른거려 힘들고. 안 나오면 머리가 먹칠을 한 것처럼 깜깜한 느낌에 절망스럽고. 진짜 가지가지한다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그쳐졌다.


 언니 집 서재에서 자다가, 형부가 재택 교육을 듣는다고 해 어린이집에 간 조카의 침대로 옮겨 자던 중 꾼 꿈이었다. 이불에서 나는 아기냄새를 맡으니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내 기운과 기분이 조카에게 전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불을 팡팡 털고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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