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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수인의 호수토리 Jul 03. 2020

디트로이트 '배드 보이즈' (2부)

좋든 싫든 간에 기억되어야 하는'백투백 챔피언'

# 인종차별 발언 논란 그 이후


NBA 사무국에서조차 'BAD BOYS'라는 타이틀로 소개하기 시작한 '만인의 나쁜 놈들' 디트로이트 피스톤즈.


그들은 지난 시즌 보스턴 셀틱스를 상대로 경험한 뼈아픈 플레이오프 패배에 대한 빡침을 가슴 깊이 새긴 채 87~88 시즌에 임한다. 그리고 나쁜 놈들의 빡침은 코트 위에서 프랜차이즈 신기록인 정규시즌 54승, 그리고 프랜차이즈 첫 번째 센트럴 디비전 타이틀이라는 성과를 창출한다.


'88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워싱턴 불리츠를 꺾은 배드 보이즈는 2라운드에서 87~88 정규시즌 MVP & 득점왕 & 올해의 수비수에 빛나는 '새로운 신성'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를 만나게 된다. 디트로이트에서 치러진 1차전은 배드 보이즈가 11점 차로 여유롭게 승리하였으나, 2차전에서는 36 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친 조던을 봉쇄하는데 실패하며 충격적인 홈 패를 당한다.


그리고 이 패배는 배드 보이즈를 상징하는 디펜시브 아이덴티티 구축의 시발점이 된다.


아이재이아 토마스, 조 듀마스, 빌 레임비어 (출처 : DETROITBADBOYS.COM)




# '조던 룰(Jordan Rules)'의 탄생


충격적인 2차전 홈 패 후 치솟는 빡침을 참을 수 없었던 배드 보이즈는 경기 종료 후 락커룸에서 마이클 조던에 대한 '피지컬한' 견제를 맹세하며 3차전이 치러질 시카고 스태디엄으로 이동한다. 그들의 새로운 수비 전략(?)은 훗날 현지 미디어를 통해 '조던 룰'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는데, 이를 요약해서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조던 룰*

(1)  지속적인 디나이 디펜스 및 '컴포트 존' 진입 차단

(2)  베이스라인 드라이브 및 이지 페네트레이션 봉쇄

(3)  변칙적인 더블팀 로테이션 및 트랩 디펜스 풀가동

(4)  페인트 지역으로 드라이브-인 성공 시 빡센 '응징'

* 척 데일리 감독은 Sports Illustrated 지와의 인터뷰에서 조던 룰의 핵심 조던의 오른쪽 돌파 사전 봉쇄, 즉 왼쪽 돌파 유도라고 말한 바 있다.


핏방울 없이는 심판 콜도 없다던 80년대 말의 NBA, 조던 룰은 코트 위에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조던의 페네트레이션에 대해 '응징'하는 빌 레임비어 / 출처 : ESSENTIALLYSPORTS


조던 룰 도입 전후 마이클 조던 스탯

- 2차전 : 36 득점 (야투 14/22, 63.6%) 11 리바운드 2 턴오버

- 3차전 : 24 득점 (야투 8/20, 40.0%) 7 리바운드 5 턴오버


무엇보다 조던 룰 숫자가 아닌 '정신력' 부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조던 룰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3차전의 시작과 함께 빌 레임비어는 도를 넘어서는 하드 파울을 바탕으로 조던에게 물리적 압박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조던이 평정심을 잃고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받는 등 멘털 측면에서도 조던을 흔들리게 하는 데 성공한다. 결과는 101 : 79로 배드 보이즈의 압승.


3차전은 배드 보이즈 에라의 서막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배드 보이즈 멤버들로 하여금 피지컬한 플레이와 멘털 대미지를 중심으로 그 누구든 박살 낼 수 있다는 '광기 어린' 자신감을 갖게 해 준 터닝 포인트였다.


최근 FS1 방송에 출연해 배드 보이즈의 '멘털 터프니스'에 대해 강조하는 아이재이아 토마스


'88 플레이오프 피스톤즈 vs 불스 시리즈 스코어

- 1차전  피스톤즈    93 : 82    불스

- 2차전  피스톤즈    95 : 105  불스

- 3차전  피스톤즈  101 : 79    불스   ('조던 룰')

- 4차전  피스톤즈    96 : 77    불스

- 5차전  피스톤즈  102 : 95    불스


'NO EASY BASKET!!' (출처 : NBA.COM)




# 조던 룰, 그 이후


GOAT마저 무력화시키면서 불스 시리즈를 4승 1패로 마감한 배드 보이즈는, 정규시즌에 29.9 PPG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래리 버드의 보스턴 셀틱스와의 리매치에서 4대 2로 승리하며 리벤지에 성공, 명실상부한 동부 콘퍼런스 최강팀으로 등극한다.


데니스 로드맨과 래리 버드 (출처 : BOSTONGLOBE)


LA 레이커스를 상대로 치렀던 '88 결승전에서는 배드 보이즈가 3대 2로 시리즈를 리드하며 승기를 잡는 듯하였으나, 6차전 아이재이아 토마스의 소름 끼치는 발목 부상* 및 경기 종료 직전 카림 압둘 자바의 스카이 훅에 대한 오심 및 이에 따른 자유투 헌납(이른바 'PHANTOM CALL'**)으로 인해 기세가 역전되고 만다. 결국 최후의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배드 보이즈는 1패를 추가로 기록하며 챔피언십 트로피 획득에 실패한다.


* 토마스는 한쪽 발목으로만 뛰면서도 3 쿼터에만 무려 25 득점을 퍼부으면서 희대의 명장면을 연출한다.

** 압둘 자바의 스카이 훅 및 이에 대한 빌 레임비어의 파울(노 파울) 콜은 역대 최악의 오심으로 꼽힌다.


NBA TV에 출연해 'ANKLE GAME'을 회상하는 존 샐리, 아이재이아 토마스, 제임스 워디 (출처 : NBA TV)




# 88.2%


배드 보이즈의 '89 플레이오프 전 경기 승률이다.


무려 15승 2패라는 압도적인 플레이오프 전적을 기록하며 '89 챔피언에 등극한 배드 보이즈는 NBA 최고의 팀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었다.


규시즌 63승 19패 기록의 배경에는 100개 포제션 기준으로 공격 7위 & 수비 3위에 달하는 공수 양면의 훌륭한 밸런스가 존재했다.


시즌 중 팀 동료들과의 조화 문제로 이슈가 되었던 애드리안 댄틀리는, 우승반지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또 다른 걸출한 득점원인 마크 어과이어*로 대체되며 팀 케미스트리를 완성시켰며, 이를 바탕으로 배드 보이즈는 어과이어 영입 후 잔여 시즌 중 무려 44승 6패라는 훌륭한 피니쉬를 기록한다.

* '81 드래프트 전체 1번 픽에 빛나는 마크 어과이어는 커리어 내내 개인 중심적인 플레이어라는 혹평을 받았으나, 디트로이트 합류 후 베테랑다운 희생정신을 선보이며 배드 보이즈 우승의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거듭난다


플레이오프에서 보스턴 셀틱스와 밀워키 벅스를 상대로 전승을 기록하며 동부 콘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한 드 보이즈는, GOAT의 시카고 불스를 4승 2패로 제압하며 LA 레이커스와의 결승전 리매치를 성사시킨다.


그리고 리매치의 결과는 4승 0패. 배드 보이즈 압승이었다.


비록 레이커스의 스타팅 백코트인 매직 존슨과 바이런 스캇이 시리즈 대부분을 결장했지만, '89 결승전은 80년대를 지배한 보스턴 & LA, 그리고 GOAT를 박살 내며 새로운 챔피언으로 등극한 배드 보이즈가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됭 커밍 아웃 파티였다.


DETROIT FREE PRESS 지의 메인을 장식한 배드 보이즈 (출처 : PINTEREST)




# 백투백 챔피언의 우승 공식


하프코트에서 전개되는 정교한 세트 오펜스. 지속적인 오프볼 무브먼트와 스크리닝 및 패싱 게임. 리틀 맨 스킬을 기반으로 한 다이내믹한 3인 가드 로테이션. 3점 슛이 가능한 센터를 통한 스트레칭 및 스페이싱의 극대화. 물불을 가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


바로 30년이 지난 2020년에도 여전히 통하고 있는 배드 보이즈의 챔피언십 DNA다.


위의 공식에 더해 코트 전 영역에서 압박수비를 펼치는 이른바 '94 피트 디펜스', 그리고 상대팀의 하프코트 오펜스가 세팅되기 전에 흐름을 미리 방해하는 플레이가 바로 배드 보이즈가 '배드 보이즈'로 거듭나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겠다.


88~90 배드 보이즈의 100개 포제션 당 리그 공수 효율성 (플레이오프 성적)

- 87~88 : 공격 6위 / 수비 3위 (준우승)

- 88~89 : 공격 7위 / 수비 3위 (우승)

- 89~90 : 공격 11위 / 수비 1위 (우승)


'리핏'과 '쓰리핏'의 위엄이 엄연히 구분되는 NBA의 역사에서, '88 플레이오프 보스턴 시리즈에서의 뼈아픈 실책과 오심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쩌면 90년대 시카고 불스보다 한 발 앞서 쓰리핏을 달성해버린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를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라스트 댄스'에서도 소개되듯이, 현실의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는 '91 플레이오프에서 시카고 시리즈 마지막 4차전 종료 7.9초를 남긴 상황에서 불스 선수들에게 악수조차 거부하며 그 유명한 'WALK-OFF'를 시전 하며 배드 보이즈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불명예스럽게 장식하고 만다. 



CHICAGO TRIBUNE 지의 헤드라인. 'TERROR'와 'GARBAGE'라는 표현에 눈길이 가게 된다. (출처 : CHICAGO TRIBUNE)


당시 경기장 터널에 서서 퇴장하는 배드 보이즈 선수들 하나하나를 포옹하던 잭 맥클로스키 단장이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어쩌면 이 'WALK-OFF' 인해 배드 보이즈의 업적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돼버렸다는 사실을 직감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THE END' (출처 : ESPN)


*디트로이트 '배드 보이즈' 스토리는 NBA ON AIR 시즌 5 제27화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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