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디즈 Dec 26. 2017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거 어때요?

짜릿해요. 늘 새로워요. 

이제는 워낙 익숙해져서 듣기만 해도 로봇처럼 대답이 나오는 질문. "왜 와디즈에 갔어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어때요?" 어떤 궁금증으로 묻는지 알고 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냥요!'라고 답하기 보단 최대한 상세하게 답해주려고 한다. '그냥'이라고 스치듯 말하기엔 이 회사에 스친 내 옷깃이,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 인연이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가장 많이 묻는 것이 "스타트업 어때요?"이다. 가까이는 친동생부터 사돈에 팔촌까지 안부처럼 묻곤 한다. 아마 첫 질문보다 듣고 싶은 바가 더 명확한 질문일 것이다. 오늘은 와디즈의 마케터로 일하면서 배운 경험을 토대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매직넘버 3에 입각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고자 한다. 



1. 배우는 것 : 성장하거나 상처받거나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장점, 특히 와디즈의 장점은 

1)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해볼 수 있는 환경과
2) 새로운 걸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꼭 해야 할 것을 하고 남은 시간에는 찰흙 놀이하는 유치원생처럼 혼자서 하고 싶은 걸 뚝딱뚝딱 만들어본다.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채널을 탐색해 오픈해보기도 한다. 원래 해오던 것들이 마음에 안 들거나,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여기저기 찾아보고 다른 스타일로 바꿔볼 수도 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광고 현장에서 이런 광고가 탄생했다!

올해 초에는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세요'라는 슬로건으로 투자 광고를 진행해 기획회의부터 촬영까지 참여했다. 무에서 번듯한 유를 창조하기까지 고통의 과정을 지켜보며 여러 교훈을 얻었다. 최근에는 팟캐스트를 만들기 위해 직접 오디오 콘텐츠를 녹음하기도 했다. 깨끗한 마이크로 담은 내 목소리를 내 귀로 직접 듣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도 알았다. 의자에 가시라도 돋아난 듯 음절 하나하나가 귀에 꽂힐 때마다 몸이 움찔거렸다. 어찌 되었든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경력의 꼬마 마케터에게는 이런 일들이 짜릿하고 신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남는 건 크게 2가지였다. 성장하거나, 상처받거나. 변화를 결심했을 때 그 결과는 오로지 내 몫이기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야심 차게 도전해봤는데 결과가 생각만큼 다이내믹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전에 하던 것보다 효과가 더 좋지 않았을 때는 루저 외톨이 센척하는 겁쟁이 가삿말의 주인공이 되어 한껏 처진 어깨를 버텨내야 한다. 하지만 그 순간까지 감내해야 다음 나아갈 길이 보인다. 


믿고 싶지 않은 숫자가 눈 앞에 있더라도 이 결과는 오롯이 내 것이 되어 내일의 실수로 주어진 5개의 보기 중 적어도 1개는 지워준다. 학창 시절, 수능 고득점자들이 줄줄이 만점비법 중 하나를 오답노트로 꼽은 것을 보고 따라한 적이 있다. 그땐 겉보기에만 번지르르한 노트만 만드느라 몰랐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정말 정답이었다.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이 값진 이유를 꼽으라면 아마도 여기저기 생채기 난 이 오답노트가 아닐까 싶다. 





2. 재미있는 것 : 엄마는 다 알아

'우리 딸 어디 어디 들어갔어~'라고 자랑해보는 게 자식 키우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이 곳을 선택한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해주어도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것이 엄마 입장에선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와디즈에 오고 난 뒤 내 첫 목표는 바로 엄마에게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알리는 것이었다. 한 2년쯤 걸릴 줄 알았던 이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횟집을 하는 엄마의 눈에 내가 맡고 있던 문주수산 펀딩이 떡하니 들어온 것이다.


은인 펀딩 문주수산, 와디즈엔 테크 외에도 다양한 펀딩들이 존재한다!

설날에 맞춰 전복을 배송하는 문주수산의 펀딩이 2천만 원 가까이 모은 것을 보자 엄마 입장에서는 다음 인류나 쓸법한 테크 제품이 가득했던 우리 회사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갑자기 예비 메이커가 되어 '우리도 해삼 한 번 해볼까?' 넌지시 물어왔다. 날이 풀리자 밀려든 손님에 해삼 펀딩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어쨌든 엄마는 우리 회사를 기억하게 되었다. 


이제 뉴스나 신문에서 종종 우리 회사 이야기가 들리면 내게 자랑하듯 이야기해주곤 한다. '딸~ 너희 회사 여기 나왔더라' 엄마, 나는 다 알아. 그런데 누구보다 엄마가 알아줘서 너무 행복해.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우리 회사에서 일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 덕분에 지금은 두 번째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중이다.





3. 명심할 것 : 초심 잃지 말기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면 인생은 내게 경의를 표하리라!


내가 와디즈에 들어온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준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경의를 표하는 것까진 바라지 않았고 그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행복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종종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이곳에 있으면 들뜨는 순간도 많다. 내가 담당했던 펀딩들이 성공하고, 메이커께서 분에 넘치는 감사 인사를 전해주신다. 회사 역시 함께 커가며 투자도 받고, 상도 받고, 언론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한다. 성장과 성공의 순간을 함께 맞이하다 보니 이 공이 내 것이라 착각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래서 와디즈에 있으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초심을 잃는 것이라고 정했다. 



2015년 1월 29일, 1년 간 와디즈 생활을 정리하고 복학하기 전 남긴 글


다행스럽게도 와디즈는 내가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함께의 힘을 알려주는 곳이었다. 어느 펀딩 하나 혼자 완성되는 것이 없다. PD 님이 좋은 펀딩들을 선별해서 전달해 주시고, CD 님이 그 원석을 열심히 갈고닦아 빛나는 스토리로 만들어주신다. 마케터는 그렇게 완성된 펀딩을 열심히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다른 팀 역시 펀딩의 뒤편에서 열정적으로 서포트해주신다.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배우 이준기의 말이 인상 깊었다. 일찍 스타가 되어 쉽게 거만해졌고 그랬더니 사람들이 떠나갔다고. 초심을 잃게 되면 나와 함께 힘써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사라지고, 그 후에는 그 사람들까지 주변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 네 일을 내 일같이 여기는 멋진 사람들을 오래 만나고 싶기에 늘 명심한다. 나 혼자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와디즈에 온 이 초심을 잃지 말자.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거 어때요?"라는 물음에 한 마디로 (사실 두 마디) 말하자면   

짜릿해요, 늘 새로워요. 



'내일은 어떨 것이다.' 하는 예언은 노스트라다무스의 것만큼이나 의미 없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핑퐁처럼 오가고, 새로운 얼굴들도 정답게 오가는 이 곳이 늘 짜릿하고 새롭다. 이 짜릿함 안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결과의 따가움도, 몰랐던 걸 경험하는 놀라움도, 엄마의 달라진 반응에서 온 쾌감도, 처음 와디즈를 만난 스물셋 나와의 밀당도 모두 들어있다. 결코 즐겁기만 한 것도, 모든 순간이 의미 있기만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직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두 번째 목표를 너머 세 번째, 다섯 번째, 열 번째 목표까지 이룰 수 있도록 늘 와디즈와 짜릿하게 일하고 싶다.





-

밋밋한 벽에 문고리 같은 게 달려 있기만 해도 '혹시 열리나?' 하는 마음에 괜히 돌려보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입니다. 돌로 만들어진 벽이야 그런다고 열릴 리 만무하지만 관계로 이루어진 우리는 한 번의 터치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열기에 충분합니다. 저는 콘텐츠를 문고리 삼아 사람들의 마음속 문을 열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와디즈 콘텐츠 마케터 문연이 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스터 그룹을 소개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