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는 예산, 빡빡한 시간, 광활한 공간, 우리의 '안녕'을 만들 준비
자기 집 이사하는 것도 살면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데, 하물며 70명의 대식구의 이사를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이었는지... 난 이일을 마치고야 비로소 머리와 마음과 몸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원래 모르니까 용감하게 덤비는 거다. :-)
오늘도 내일도 우리가 즐겁게 출근할 수 있을까? 오늘도 여전히 첫날의 흥분과 기대, 열정이 안녕할 수 있을까? 당장에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어떤가? 회사 구성원들이 여전히 자신의 일에 재미를 붙이고 일하는지가 그 스타트업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한다. 좋은 회사를 지원해주는 와디즈는 어떻게 좋은 회사가 될 수 있을까? 그 고민은 현재 진행 중이다. 구글의 최고 인적자원 책임자(CHRO) 라즐로 복의 책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에서 묘사된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회사를 우리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며, 우리는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
지난 5년간 우리는 드라마 '미생'의 세트장이 연상되는, 전형적인 사무공간에서 일해오다 2016년 12월 드디어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그곳은 기존 공간의 딱 2배 되는 크기였다. 아파트만 빽빽이 들어찬 도시의 풍경처럼 판교도 유리 건물로 가득 차 삭막함이 느껴진다. 삭막한 빌딩 숲을 지나, 와디즈의 문을 여는 순간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새로운 공간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충분히 전달되고, 와디즈-다운 라이프스타일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상상했던 기대치를 현실화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예산&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고, 광활한 200평만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다가왔다. 그래도 힘들여 진행할 이유는 마음에 충분히 가득 차 있었다. 와디즈-다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던 과정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가짜 웃음을 강요받으며 서비스하는 것만큼 괴로운 것이 있을까? 와디즈는 올바른 가치를 가진 좋은 회사라는 미션을 갖고 있다.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멤버들 스스로도 가짜 웃음이 아닌 진짜 웃음소리가 가득하게 함으로써 '인생을 아름답게'만들어가길 바란다. 하루하루를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선택한 이곳, 와디즈에서 서로의 꿈을 지켜줄 수 있으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인생의 절반을 보내는 와디즈 빌리지에서 더 많은 일상의 행복을 함께 느끼고 싶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을 존중하고 함께 모이는 커뮤니티로서 활기와 기쁨이 가득한 공간. 회사가 아닌 마을이 될 수 있다면, 다양한 개성들을 더욱 존중하며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회사는 원래 다 그런 거야'라는 원칙을 깨고, 다른 각도에서 이사를 바라보았다.
먼저, 멤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위해 설문을 했고, 다양한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중요하다. 혼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다양한 이슈들이 발견되고 새로운 해답이 발견되었다. 아무래도 전 사무실 환경이 개인 공간, 회의공간, 휴식공간 등 모든 공간이 여의치 않았서 모두 힘들었던 모양이다. 한쪽 벽면을 화이트보드로 채우는 방향도 이 설문조사를 통해 용기를 내 진행할 수 있었다.
몇 년 뒤 비워주어야 할 공간이기에 원상 복구해야 할 부분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그래서 인테리어의 분위기를 좌우활 중요요소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조명', 그리고 '바닥'은 이사오기 전상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철거하기 전, 전면 유리창, 사무실 여닫이 문과 같은 자재들은 재활용할 수 있도록 시공사와 논의하였다. 시공비를 많이 차지하는 가벽 설치도 최소화하여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설계도면은 '키노트'를 이용하였다. 전문 툴을 사용한 도면이 아니라 어설프지만 시공단계에서 올 멘붕을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의지처였다. 시공업체와 실측을 논해야 하므로 1cm가 1m를 대응할 수 있도록 세팅하였고, 최대한 직관적이고 상세하게 적어두려고 했다. 요구사항의 변경과 더불어 추가로 상세히 설명드려야 할 부분이었던 콘센트, 페이트 컬러 등 키노트로 만든 도면은 3개월 동안 수십 차례 바꾸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예산의 압박이 있어도,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한 가지가 있다. 가슴 뛰는 일을 해나가는 우리가 성취해가는 스토리로 가득 찬 있기를, 그리고 그 스토리를 통해 열정과 목적의식이 지속적으로 공고해질 수 있기를 바랐다. 다양한 기업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 어디를 가든 와디즈가 잘 보이고 느껴질 수 있도록 최대의 스타일링과 프로그램을 만들어갔다.
8개월 뒤쯤 이 글을 쓰기 위해 공간을 둘러보니, 군데군데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각각의 멤버들이 자기만의 소품들을 통해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꾸미며 변하는 모습을 보니 즐거운 마음이 든다. 봄을 전하는 꽃이 사무실 곳곳에 놓여져있어, 일하다 괜스레 우울한 마음에 힘없이 처진 입가에 봄을 닮은 미소를 가져볼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해주는 곳. 말 한마디 나눌 때마다 웃어 보이고, 서로의 안부를 버릇처럼 묻는 와디즈 멤버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곳. 우리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와디즈를 통해 신뢰사회의 작은 표본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믿고 맡겨준 것만으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회사였다면 이런 기회가 오지도 않았겠지만, 지금 같은 일정과 비용, 효과는 가능하지 않았을 거라 나름 자부해본다. 누군가의 믿음에 고마운 마음이 들고, 그만큼 더 잘하고 싶어 지는 마음이 들었던 지난 겨울의 시간. 이사를 마치고 3달 뒤쯤 읽게 된 책 <타이탄의 도구>에서 만난 <엘 마리아치>의 감독은 시험 삼아 찍은 최저예산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지난 겨울 시간에 어울리는 말한마디를 나에게 남겨주었다.
한계 안에는 자유가 들어있다.
사진 : 조현주, 금혜원, 차재영, 안예은, 채경희
글 : 조현주
200평에 최대 6억 최소 2억의 비용(2016년 9월 시장조사 기준으로 전문 인테리어 업체와 함께할 경우)이 발생하는데 비해, 우리는 예산 5천만 원에 최종 8천만 원의 비용으로 공사를 마무리 지었다. 기획부터 디자인 시공까지 총괄할 수 있었던 것이 준비기간 3개월, 시공기간 3주의 짧은 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었던 큰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퀄리티는 비용 대비 만족할 정도일 뿐, 다음엔 꼭 전문가와 함께할 정도로 와디즈가 성장해 있기를 희망해본다. :-) 다음 이사 때는 더 재미있고 편안한 인간다운 삶을 사는 공간을 만들어볼 수 있을 거 같다.
Space& Money ㅣ
200평 규모의 사무실 인테리어 최종 약 8000만 원 비용 지출
Work ㅣ
200평의 공간, 철거부터 목공사, 인테리어 필름, 페인트 시공, 랜선 공사, 에어컨 공사 등의 다양한 제반 공사와 현관 설치, 사이니지 설치, 시트지 작업, 이사비용, 가구 구매 및 모든 이사 관련 행정업무들
(천장과 바닥은 기존 유지)
Who ㅣ
열정뿐인 디자이너&인사담당자, 철거를 잘 아시는 시공업체
During ㅣ
3개월의 준비, 3주의 시공
Special Thanks! ㅣ
인테리어 내내 빈부분을 채워주었던 유연진
효율과 퀄리티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해주셨던 정태열
누구보다 빠르게, 싸게, 좋게 시공해주신 <그대로 되리라>
그리고 힘써주신 와디즈 멤버들.
윤지훈, 김경은, 홍무열, 김유호, 황인범, 문종배, 조인식, 윤성욱, 김인희, 최준혁, 이경훈, 이상호, 장용기, 류호준, 최명지, 이세실, 채경희, 금혜원, 김현선(호칭 생략했어요!)
와디즈에서 브랜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조현주입니다. 좋은 회사가 좋은 브랜드가 되기를 바라는 사명감으로 와디즈에 온 지 이제 1년이 되어갑니다. 현실의 과제 속에서 브랜드의 방향에 대한 확고함을 갖고 다양한 질문을 하며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 기록이, 기업가들에게 "나만의 방식으로 나의 일을 시작하며 브랜드를 정의한다"는 것에 도움이 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