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디즈 Jul 25. 2019

푸른 보석처럼 아름다운 다기를 빚다. 토림도예

좋아하는 것과 삶의 방향이 같은 부부의 브랜드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흙을 빚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안성 어느 깊은 시골에 터를 잡고 살며 토림(土琳)이라는 이름처럼 ‘흙에서 옥과 같은 귀한 도자기를 만들어 내는’ 젊은 부부 신정현, 김유미 작가가 그 주인공입니다. 흙을 빚는다는 행위가 마냥 좋아 일과 삶을 하나의 여정으로 함께 빚어 나가는 이들의 작품은 그들을 닮아 자연스럽고, 섬세하며, 우아합니다. 2017년 가을,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며 와디즈 펀딩에 성공한 토림도예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냥 다기가 좋아서

“왜 다기를 만드세요?” 부부가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이야기는 남편인 신정현 작가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작가는 어릴 적부터 늘 차를 마시며 지냈습니다. 다도를 공부한 작가의 어머니는 항상 가족들을 위해 차를 우려 놓았지요. 향긋한 차 냄새에 이끌리기도 했지만, 차가 담겨 있던 다기를 감싸 쥐던 순간의 온기가 참 좋았다고 합니다. 한국 작가들의 식기와 다기를 좋아했던 어머니 덕에 도자기는 그에게 무척 친근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도자기를 전공하고, 도예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참 자연스러운 행보였습니다. 아내인 김유미 작가 역시 학교에서 도자기를 만들면서 만났어요. 김유미 작가에게도 도자기를 만드는 일은 마냥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과 삶의 방향이 같은 이 두 부부는 그래서 왜 다기를 만드냐는 질문에 한 목소리로 답합니다.


“그냥 다기가 좋아서요.”




섬세한 편안함을 담다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두 작가는 토림도예만의 다기로 탄생시키기 위해 다기로서 갖춰야 할 섬세한 규칙을 지켜가며 각각 본인들만의 다기 철학을 담습니다. 신정현 작가의 작품은 얇고 날렵한 곡선이 특징입니다. 마치 차의 깊고 섬세한 맛을 날카롭게 표현하는 듯하지요. 반면 김유미 작가는 러프하고 비정형적인 느낌을 좋아합니다. 차가 주는 편안함을 고스란히 담는 것입니다.


토림도예는 신정현 작가의 정제되고 안정적인 메인 라인을 기본으로 하여, 김유미 작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담은 작품을 한정판으로 선보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두께. 토림도예의 작품은 대부분 날렵합니다. 차는 향과 맛으로만 마시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속한 공간의 분위기와 공기, 다기의 생김새, 그리고 입술에 닿는 순간 느끼는 적당한 온도와 감촉,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그 순간 차 맛을 결정하지요. 


어릴 적부터 차를 즐긴 작가에게 다기의 사용감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두꺼운 찻잔이 입에 닿았을 때 느끼는 불편하고, 투박한 느낌을 최대한 배제합니다. 차를 마시는 이들이 차를 가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자연을 닮은 색과 빈티지 블루

맑은 백색과 비옥한 토양을 닮은 진한 흙색, 화창한 날 해가 비치는 바다처럼 투명한 옥색과 해가 질 무렵의 진한 하늘색. 토림도예 작품들이 입고 있는 색들은 자연을 닮아 곱고 산뜻합니다. 그중 토림도예의 시그니처 컬러인 빈티지 블루는 아주 미세한 차이에도 많은 변화를 가지고 있어 완성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유약이지요. 도자 느낌과 블루가 만나 내는 특유의 빈티지함이 한국적인 듯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더합니다.


이렇게 매혹적인 다기를 만든 덕분에 그간 수집한 다기를 놓으려 작업실 옆에 따로 마련한 차실은 이제 토림도예의 쇼룸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작품을 알아보고 선뜻 시간을 내어 와준 고객에게 종종 차실에서 차를 대접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차라는 매개가 있어서인지 오랫동안 마주 앉아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자연 속에서 그들만의 철학을 담은 다기를 정성스레 만들며 사는 젊은 부부의 브랜드, 토림도예. 그들을 통해, 만드는 사람의 지나온 삶과 지향하는 삶이 그대로 브랜드에 녹아날 때, 사람들에게 얼마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의 손길이 하나하나 깃든 진정한 메이커의 무브먼트를 또 한 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와디즈에서 토림도예와 Magpie&Tiger가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위 기사는 와디즈넥스트 매거진 1호에 실린 내용을 편집했습니다. 와디즈넥스트 매거진은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 등 공유 오피스와 책 발전소, 아크앤북 등 서점 및 스타트업 기관 등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와디즈 브랜드 키트를 공개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