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두 번의 부산 출장은 새로운 시작과도 같았습니다.
저는 글을 아주 가끔씩 쓰는 편입니다. 글 재주가 출중하지 않기에 이야기하기 좋은 주제가 있지 않으면 쉽사리 글을 쓰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네요. 그렇습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여러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겠지요?
부산은 지금 축제 중 입니다.
한참 TV를 떠들썩하게 했던 BOF(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BIFF(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부산디자인페스티벌, 부산불꽃축제까지. 얼마나 더 많은 축제들이 있을지 궁금해서 포털에 검색을 했더니, 훨씬 더 많은 축제들이 10월 중에 계획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한참 뜨거운 부산에 벌써 이 달에만 두 번을 다녀왔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받다 (10.8 ~ 10)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21번째를 맞은 아시아 최대 영화제입니다.(올해 행사는 여러가지 이슈로 매우 축소되었다고 하네요.) 언젠가 한 번은 영화제가 있는 부산, 전주에 꼭 놀러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이 다름아닌 출장이라니 생각보다 기뻤습니다. 왜 기뻤냐고요? 제가 몸담고 있는 와디즈가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부산국제영화제하면 밤새도록 영화를 보며 즐겨야 할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제가 영화제에서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많은 영화들이 해운대 인근의 영화관에서 상영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영화 제작사, 배급사, 투자사들이 부스를 설치하고 또 최근 영화와 관련한 트렌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내가 지금 여기 부산에 놀러온 것이 아니라 출장을 왔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되었습니다. 각 부스를 돌아다니고 또 세미나도 참여하며 영화계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또 어떤 단어를 쓰는지를 더 유심히 들었습니다. 참고로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알고계신 최근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한국 제작발표회에도 다녀왔어요. 이 작품을 만든 신카이마코토 감독도 직접 눈 앞에서 보기도 했답니다. (사실 누군지 몰랐어요)
이야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흘렀네요. 위에 사진에도 어둡게 나와있지만 바로 영화계 종사자들이 모여있는 큰 프로그램을 AFM(ASIAN FILM MARKET)이라고 부릅니다. 기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 올해 AFM에서는 작년보다 더 많은 계약이 성사되었다고 하네요. 와디즈 신대표님은 AFM에서 '영화계 새로운 투자로 떠오르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을 소개하기 위해 연사로 초청을 받았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영화 제작 및 투자환경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고, 향후 크라우드펀딩이 궁극적으로는 콘텐츠 투자 시장에 어떤 임팩트를 가져올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요. "내년에는 영화 이외에도 이 자리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한 더 많은 문화콘텐츠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신대표님의 15분 간의 발표는 끝났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저녁시간이 되자 함께한 멤버들은 해운대 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산곰장어가 그렇게 맛있다는 저희 이사님의 추천 덕분이었는데요.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다같이 AFM에서의 15분의 발표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분명 위대한 출발이라는 것을 자축하며 해운대시장의 곰장어 집에서 술 잔을 기울였습니다.
조금 과장을 덧붙이자면..
우리가 하는 비즈니스, 크라우드펀딩을 영화계에서도 본격적으로 주목했다고 해석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부산디자인페스티벌에 초대받다 (10.13 ~ 14)
부산디자인페스티벌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아마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2월 개최를 앞두고 있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서디페)이 지난 2002년부터 시작하여 올해 15회째를 맞은 행사라면 부산디자인페스티벌(부디페)은 올해 2회째를 맞은 행사입니다. 참고로 부디페는 서디페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산지역으로 확장된 행사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부디페에는 다름 아닌, 제가 초청을 받았는데요. '디자인 분야에서 크라우드펀딩이 갖는 의미와 미래'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면 좋겠다는 제안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부산디자인페스티벌의 '디자인 세미나' 부분에서 첫번째 연사로 발표를 했는데요. 디자이너 출신의 자동차기업 모헤닉게라지스의 김태성 대표님, 병뚜껑 스피커 코르크의 이연택 대표님, 브라운 공기청정기 에어세이브, 프로젝트 팀으로 시작해 지금은 법인 등록을 앞두고 있는 디자인 그룹 에이드런, 트래블러스하이 박인혁 대표님 등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이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현재 어떻게 발전해나가고 있는지를 소개했습니다. 아, 그럼 크라우드펀딩과 디자인이 만났을 때 어떤 미래가 만들어질 것 같냐고요? 이 부분은 기회가되면 다른 글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하시죠?)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20분의 발표를 진행하고 본격적으로 디자인 관계자들이 부스를 열고 있는 전시회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천천히 모두 둘러보는데 거의 3시간을 쓴 것 같은데요.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지름신을 강림하게 하는 제품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의 목적은 다른데 있었습니다. 이번엔 기필코 가지고 간 명함을 모두 쓰겠다고 다짐했었는데요. 이 다짐의 이면에는 과거에 아픈(?) 경험이 있었습니다. 한 참 일을 시작하고 와디즈를 알려보겠다고 여기저기 전시회에 많이 다녔었는데요. 당시에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명함을 내미는 것이 왜그렇게 부끄럽고 또 어려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명함을 꺼내면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이 무엇인지 소개를 해야하는 것도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어떠했냐고요? 결과적으로만 이야기하자면 저는 제가 돌리겠다고 준비한 명함의 약 80%를 제 지갑 바깥으로 꺼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분들의 60% 정도는 와디즈를 이미 알고 계셨고, 또 그 중에는 오전에 짬을 내어 제 강연에 참석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30% 정도는 와디즈를 몰랐지만 크라우드펀딩을 들어보았거나 주변 분들이 진행해서 알고 계셨고, 나머지 10%는 와디즈 또는 타플랫폼에서 펀딩을 준비 중이거나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들이었습니다.
"돈 필요한 사람이 요즘 와디즈 모르면 안되죠"
와디즈에서 곧 펀딩을 해보고 싶다는 한 대표님께서는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일주일 간 두 번의 부산 출장으로 지쳐있었지만, 이 맛에 일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두 번의 부산 출장에는 도움을 준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먼저 이번 부산영화제가 벌써 15년째이신 와디즈의 윤이사님. 진정으로 부산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깨알같은 방법들을 하나하나씩 알려주셨는데 저는 영화제 뿐 아니라, 부산의 매력도 함께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도 저는 우리 이사님을 또 따라갈 예정입니다. 또 2박 3일 내내 함께 다니고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좋은 숙소를 잡아주신 권프로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디자인페스티벌에 같이 출장가면 모든 것을 책임져주겠다다던 우리 팀원 류프로님께도 감사 인사드립니다. 정말 모든 것을 책임진다고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그 결과 정말 맛있는 회를 먹을 수 있었고 또 토박이들만 아는 곳의 밀면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출장의 매력은 무엇보다, 현지에서 원래 알고 지내던 분들과 만난다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에이드런의 두 대표님과 라돈의 대표님께도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아래 3가지 이야기도 나중에 적어보고자 하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떤 것이 가장 궁금하신가요?
1.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디자인페스티벌 즐기는 팁
2. 전시회에서 명함돌리는 팁
3. 즐거운 비즈니스트립을 준비하는 방법
(엄청 주관적인 글이 되겠죠?)
여러모로 두 번의 부산 출장은 와디즈에게도, 또 제게도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며 간만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