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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범 Aug 16. 2016

스타트업 3년차에게 여름휴가가 준 교훈

그동안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8.22일 업데이트

정상적으로 회사생활로 돌아오니, 역시나 저도 사람인지라 욕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 글을 작성해서 배포한 이유 중 하나가 '아래 내용대로 마음가짐을 유지해보자'였는데요. 다시 한 번 쉽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쯤은 꼭 생각해봐야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8.17일 업데이트

많은 분들이 이 글을 공유해주시고 읽어주시며 개인적으로 메시지까지 보내주시며 감사인사를 전해주셨습니다. 감사인사를 받기에는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개인의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생각해주시고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황팀장님은 전에 뭐하셨어요?" 


요즘 제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료들은 보통 외부 관계자들과 미팅을 할 때 '크라우드펀딩 업계에서 가장 오래 일한 멤버 중 하나', '와디즈 초창기 멤버'와 같은 표현으로 저를 소개해주시고, 저 역시 외부에서 미팅을 할 때 비슷하게 스스로를 소개하곤 합니다. 여담이지만 저의 전 직업은 '군인'이었습니다. 군에서 전역 후, 다음 날 저도 예상치 못하게 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적어보겠습니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가 스타트업에서 3년차가 되면서 처음 맞이한 여름 휴가 기간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얻은 몇가지 교훈에 대한 것 입니다. 아마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현직 종사자의 생생한(?) 소회를, 현재 스타트업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분들께는 어느정도 공감이 갈만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1. 투입한 시간과 그로부터 나타난 결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2015년 1년동안 한 것 중 굉장히 후회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일'을 위해 주 3-4일 새벽출근을 했다는 것 입니다. 야근 후 3-4시간 정도 잠만자고 출근한 후 '답장하지 못한 메일에 회신하고',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회의자료를 만들고', '팀원들에 과제를 전달하는' 것들을 위해 주로 출근 전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말 일을 하기 위해 아침일찍 출근한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지나친 피로감이 몰려오는 것은 물론 개인의 업무 역량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시간에 새로운 것을 추진하기 위한 공부를 했거나 독서, 운동 또는 내가 왜 잔여업무를 이 시간에 하고 있는지 프로세스를 점검했더라면 더 훌륭한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일을 처리하는 것에' 투입할 수 있던 것은 '나는 누구보다 일을 많이하고 조직에 기여하는 사람이야'라는 쓸데없는 자존심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행이도 최근에는 출근 전 아침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운동을 하거나 헬스장을 가거나 현재 마주한 과제들이 '왜' 발생했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것도 1년 정도는 해보아야 제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2.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제가 와디즈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구성원은 6~9명 정도였습니다. 현재는 50명 쯤 되었으니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많은 경력자분들이 합류하는 것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누군가는 내가 했던 업무의 일부를 가져가서 그것만 하는 분들도 있고, 또 새로 합류한 누군가는 당장의 일이 바쁜데 계속해서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회의를 소집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주는 피로감은 생각보다 상당히 큽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못하는대로, 변화에 따라가려면 그 속도를 맞추기 위한 여러가지 상황들이 벌어지는데, 이 때 마다 '내가 그동안 해 왔던 것들이 잘못된 것인가?'라는 생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 마음은 결국 상대에 대한 적대감으로 커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회사 그리고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 경력자분들이 합류했다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는 아마도 내가 해왔던 것에 대해 '내려놓을 줄 아는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내려놓고 그동안 해 온 업무의 실제를 가감없이 공유하는 순간 작은 부분에서 효율이 올라가고 이는 나와 조직 모두의 질적/양적 성장을 가져오게 됩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에는 이러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3주간 큰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 때 당시 대표님이 기분전환을 시켜주시겠다며 경치 좋은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대표님, 저는 제가 변화에 빨리 대응하고 잘 마주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던 것 같아요."


아마,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많은 초기 멤버들이 갖는 생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여전히 '내려놓는 마음가짐'은 제게 큰 어려운 과제이기도 합니다.


3.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 지 관심을 가져야한다


"이메일을 쓸 때 누구누구를 수신인으로 포함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인턴 직원 분들이 합류 할 때 마다 동일하게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사실 위 궁금증에는 상당히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자리 너머로 있는 사람들이 어떤 팀 소속인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내가 보내는 메일을 받아볼 관계자들인지, 의사결정자는 누구인지, 저 사람의 이름은 무엇인지 등등... 깊게 따지고 보면 조직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기는 궁금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직구조를 잘 아는 것이 업무에 자신감을 상당부분 향상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조직구성원이 7-9명일 때는 아젠다와 관계없이 내 앞,뒤,옆으로 앉아있는 동료가 내가 해결하지 못한 일을 도와주고 굳이 이메일을 쓰지 않아도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래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조직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3가지를 작성해보았습니다. 


1)팀장이 조직구조를 잘 이해하고 또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2)팀원은 조직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해해야 합니다. 

3)서로에 대한 관심이 중요합니다. 50명의 스타트업도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조직입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빠르게 의사결정을해서 일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서면상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서로에 대한 관심(친목) 증대를 위해 서로가 노력해야합니다.


4. 스스로에 대한 변화관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서 변화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모든 것이 항상 변화한다는 사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드러커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중대한 변화를 관리하는 것을 '변화관리'라고 표현하는데요. 쉽게 표현하자면 조직원이 늘어날 수 록 찾아오는 변화 등에 대한 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조직만 변화를 맞이하는 것일까요? 성장하는 조직에 있는 '나' 역시 계속해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즉, 경영자가 조직에 대한 변화관리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리를 시작할 때, 각각의 개개인 역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관리를 잘 해나가야 한다는 것 입니다. 구성원이 많아지면서 이사를 하게 되는 일이 빈번해질 때, 새로운 인원이 합류했을 때, 회사의 체계가 변화할 때와 같이 이렇게 다양한 변화들은 안정되어있는 조직 보다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스타트업에서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항상 새로운 사람들이 합류하고 기존 멤버들이 나가고 또 언제든 이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두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외부환경으로부터 동요되지 않기 위해서.



끝으로 제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맞이한 여름 휴가 동안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바로, '쉼'입니다. 사실 그동안 쉼없이 달려왔다는 표현이 무색할만큼 열심히 일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물론 많은 동료들과 함께 말이죠. 그런데 무서운 사실은, 스스로 휴식을 취하는 것에 굉장히 인색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시간을 5분단위로 쪼개서 휴일을 보내고 있고, 또 그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스스로 자책하는 시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하는 일을 내려놓고 또 팀원들에게 잘 인계해주는 것 역시 나의 역량 중 하나일 것 입니다.  


문득 군 생활 동안 중요하게 생각했던 어떤 책에서 본 문구를 오늘 3년만에 다시 꺼내보게 되었습니다. 다시금 새겨가며 간만에 긴 휴식을 마무리 하려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일상과 관계와 생활의 현장으로 더 잘 돌아오기 위해 나는 떠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나의 자리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분명한 확신이 있어 더 잘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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