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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범 Mar 18. 2018

제주에 공간 만들기

마침내 제주에 공간이 생겼다.

평소 지나친 몰입을 한다. 일에도 사람에게도 공간에도.


제주에서 많은 사업자들을 만나며 지난 1년 간 수 차례 제주를 왕래했다. 제주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이곳이 누군가에게는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보다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관광지로만 느껴지던 제주가 서울보다 4-5년 정도는 느리지만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지역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황팀장 사업하면 진짜 잘 할 것 같은데?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만나보면서 얼마나 사업 아이템이 많이 떠오르겠어?" 많은 사람들이, 아니 사업자들이 나에게 말한다.


요즘은 창업, 사업,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사업자등록'이라는 행정적 진입이 있어야만 가능한게 아니라 내 인생의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창업이자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스타트업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의 새로운 도전인 제주도에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사실 제주에 공간이 생긴 것은 작년 가을의 일이다. 제주의 빈집을 활용하여 리모델링한 집이 많아지고 있다지만 나의 공간은 그런 곳은 아니다.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작은 마당이 딸린 펜션같은 형태의 타운하우스이다.


하나의 대기업에서 30년간 일하며 퇴직한 아버지, 그리고 지금도 젊다며 계속해서 일을 해야하고 투자의 기회에 눈이 밝은 어머니.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늘상 새로운 아이템과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만나는 나. 온 가족이 힘을 합쳐 제주에 공간을 만들었다.



이미 시공70% 단계에 있는 상태에서 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에 인테리어나 구조변경 등은 원하는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부라도 잘 꾸며보자는 생각에 가구 가게를 하루종일 돌아다녀 보기도 했다.심지어 제주도민들도 잘 모른다는(내 추측이긴하다) 제주도 '이케아'(이케아 공식 제주 대행사가 있다)에서 가구를 구매하고 직접 만들어 비치하기도 했다.


부지와 신축 건물 매입을 위해 은행에서 내 이름으로 첫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본 결과, 우리의 크라우드펀딩처럼 이보다 민주적인 자금조달 방식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이유를 말하면 욕이 먼저 나올 것 같아서 생략한다) 그럼에도 은행은 있어야만 한다. (언제 또 대출을 필요로 할지 모르니까)


  


제주에 계속 있을 수 없어 부모님과 내가 오며가며 새로운 가구를 비치한 결과 조금은 오묘한 실내가 만들어졌다. 1층엔 거실 겸 주방 그리고 안방과 창밖의 데크형 테라스, 2층에는 작은 방 2개와 다락방 그리고 타일과 난간으로 구성된 큰 테라스가 있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사진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찍은 사진이 너무 안예뻐서.


각 침실에는 침대와 매트리스 그리고 침구류가 충분히 비치되어 있다. 이것저것 다 사보았지만, 나는 이불이 이렇게 비싼지 몰랐다. 뭐든 사람 피부에 닿는 것은 일단 비싼가보다.


제주에 공간이 생기며 매달 큰 돈이 대출 원리금을 갚는데 사용되고 있다. 제주 가스비는 또 왜이렇게 비싼지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나의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하고 이것이 창업이고 스타트업을 하나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많게 느껴진다. 여름 밤 테라스에 led 전구를 여러개 걸어두고 아끼는 사람들과 맥주 한잔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행복하다. 2-3개월 정도 휴직을 하지 않아도 제주에서 노마드 형태로 와디즈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 5일 중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이 4시간이 채 되지 않기에 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새로이 몰입 할 수 있는 컨텐츠가 생겨난 것이 매우 즐겁다.


조만간 제대로 된 다른 사진들을 준비하며 또 제주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써보려 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궁금한 사항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답변드립니다.



이 공간이 생기기까지 정말 감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special thanks to
/ 나의 부모님에게 감사합니다. 요즘 많이 느끼는 사실은 내가 가진 자산과 환경이 어떠하냐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한 정보 습득에 관심을 두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지 아닌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의 부모님이 넉넉한 환경은 아니지만 새로운 투자에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30년만에 알게 되었습니다.

/ 와디즈 윤성욱 이사님, 다자요 남성준 대표님 두 분은 이 공간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것을 마련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새로운 도전에 거리낌 없는 자세를 만들어준 와디즈에도 정말 고맙습니다. 문득, 내가 와디즈에서 일을 하지 않았으면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 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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