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커피를 마실 때마다 눈치가 보인다

나의 취향과 당신의 취향

by WAFFLE

술을 좋아한다. 치킨에 소주, 동태탕에 막걸리, 머릿고기에 와인처럼 안주와의 발란스를 무시할만큼 술을 즐기는 편이다. 소주로 반주를 시작하다가도 꼭 맥주를 마신다. 그러다 친구가 진열장에 있는 위스키라도 따는 날엔 다음 날 숙취를 각오하더라도 끝까지 간다. 섞어 마시면 다음 날은 힘들지만, 여러 종류의 술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


이런 나의 스타일과는 다르게, 오로지 소주만 마시는 지인들이 있다. 내가 시원하게 맥주 한잔 마시겠다고 하면 그들은 그게 술이냐며, 먹고 취하냐고 짐짓 모르는 체하며 묻는다. 맥주는 배가 부르고,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하고, 또 섞어 마시면 다음 날 숙취로 힘들다며 황송하게 걱정까지 해 주신다. 그러다 몇 잔이 더 들어가면 비로소 소주를 마셔야 술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던진다. 그들이 말하는 우리야말로 ‘진정한 애주가’라고 스스로 타이틀까지 부여한다. 불콰해진 얼굴로 혀는 꼬부라진 채로.


‘소주만 마신다’는 말의 기저에 존재하는 얄팍한 우월감이 재미있다. 그들이 소주를 대하는 태도를 옷이나 음악에 대입하면 이런 느낌일까. “나는 반팔 스트라이프를 좋아해서 겨울에도 그것만 입어. 감기? 나는 안 걸리지. 목티는 추위에 약한 사람들이나 입는 거고.”, “난 빠른 비트 힙합만 들어. 눈물, 콧물 짜는 노래가 노래냐? 노래 듣고 기분이 좋아져야지 울기는 왜 울어?” 다른 이야기지만, 가격으로 보나, 용량으로 보나 다른 술에 한참 못 미치는 소주가 어떻게 이런 지위에 올랐고, 진정한 애주가의 상징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엊그제였다. 배가 고파 믹스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직장 동료가 나를 보더니, “어? 믹스커피 드세요? 전 믹스커피 안 마시는데. 아저씨 같잖아.”라며 말을 툭 던졌다. 속이 좁은 나로서는 아저씨임에도 아저씨라는 말에 먼저 기분이 상했다. 더 기분이 나빴던 건 본인의 텀블러를 가득 채운 쓴 커피와 내 커피를 비교하며 나의 취향을 보잘것없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쓴 커피를 마시면 젊고 세련된 감각을 지닌 사람이고, 믹스커피를 마시면 늙다리 아저씨라는 말인가. 그저 취향일 뿐인데. 게다가 믹스커피 광고 모델은 무려 박보영 배우인데.


▲ 맥심 모카골드 광고 모델인 박보영 배우 (이거 이렇게 퍼와도 돼요??)


나는 유행에 둔감한 성격이고,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취향을 잘 따라 할 줄 모른다. 그래서인지 취향에도 계급이 존재한다고 믿는 이들에게 나는 좋은 먹잇감이다. 최근에 기사를 하나 보았다. 특정 브랜드의 휴대폰을 쓰는 남자 친구는 싫다는 한 인플루언서의 발언이 논란이었다. 궁금하다. 아니, 정말 취향에도 계급이 있다는 말인가. 앞으로 사무실에서 믹스커피를 마실 때는 더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