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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글 Nov 10. 2017

“평범한 직장맘의 제안이 법이 되다”

국회톡톡 1호 법안 탄생 … ‘신입사원 연차보장법’ 국회 통과

카톡, 카톡, 카톡…
신입사원 연차보장 단톡방이 이른 아침부터 쉴 새 없이 울려댔다. 
“본회의 통과됐대요.ㅠㅠㅠㅠ”
“이제 입법이 된 건가요?”
“소식 감사합니다”
“이 방 여러분들 다들 너무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국회톡톡을 통해 제안된 ‘신입사원 연차보장’(http://toktok.io/projects/9) 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꼭 1년 전, 평범한 직장맘이 국회톡톡에 글을 올리고 1,839명의 시민들이 이를 지지하고 참여했던 입법 제안이 드디어 현실화된 것이다. 국회톡톡 제1호 법안. 국회 통과 소식을 듣고 최초 제안자도, 참여자들도 카톡방에서 축하 이모티콘을 날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거 실화냐?

지난해 10월 국회톡톡에 올라온 제안  @WAGL


“아기 하나를 키우는 워킹맘인 저는 최근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사했지만, 이게 웬걸. 근로기준법 연차 휴가 기준에 따라 1년 만근하지 않은 임직원에게는 연차가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현실에 맞닥뜨렸습니다.”


지난해 10월, ‘반도의 흔한 직장맘’인 갱(닉네임)님은 이렇게 시작되는 글을 국회톡톡에 올렸다.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맘 입장에서 휴가는 육아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 신입사원은 물론이고 직장을 옮긴 이직자들 역시 연차가 발생하지 않아 그 다음해 연차를 미리 써야만 하는데, 애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이 눈치 저 눈치 봐가며 발을 동동거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근로기준법 제 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②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③ 사용자는 근로자의 최초 1년간의 근로에 대하여 유급휴가를 주는 경우에는 제2항에 따른 휴가를 포함하여 15일로 하고, 근로자가 제2항에 따른 휴가를 이미 사용한 경우에는 그 사용한 휴가 일수를 15일에서 뺀다.


“워킹맘인 저는 대부분의 연차를 오직 아기를 위해 사용합니다. 아기가 아파 어린이집에 가지 못할 때, 아기를 맡길 사람도 없는데 낼 수 있는 휴가 없는, 이 보다 더 막막한 상황이 어디에 있을까요? 사소해 보이는 휴가 하루가 저출산 정책에도, 사회초년생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제안은 제안자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직장맘들과 사회초년생들의 공감을 얻으며 한 달 만에 의원 매칭 단계로 넘어가는 참여 목표인원 1,000명을 넘어 총 1,839명이 동참했다. 이에 국회톡톡에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16명 의원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시민제안에 대한 응답을 요청했고, 한정애 의원과 이정미 의원이 함께 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연차를 만들고 법으로 제정했던 년도가 벌써 50년은 더 되어가는데… 이건 먼저 시민의 의견을 물어봐서 개정이 됐어야 했던 사항이 아니였을까요!”

“입사 후 2~3달에 한 번은 연차를 써왔습니다. 이제 2년 차가 되었습니다. 연차가 6일밖에 없더군요. 회사에 물어보니 1년이 되어서야 연차가 생기는데 제가 이미 연차를 당겨 쓴 거라고 하네요. 근무일수 만 1년을 채우기 전에는 연차를 당겨 쓰는 거라니 이런 뭐 말도 안 되는…”

“신입사원도 당연하게 휴식을 취해야 능률이 올라갑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거예요.”

“저도 이직 후 연차가 전혀 없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습니다. 연차와 월차는 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지 1년 근속 후에야 생기는 ‘포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취직 한 달도 안돼서 병 생겼는데 병원 갈 시간도 없어요.”

“저도 입사 2년 차인데 첫 입사 2년간은 1년 치 연차를 나누어 써야 한다니 정말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법안 꼭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휴가일지 몰라도 워킹맘들에게는 응급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지지합니다. 저두 곧 워킹맘이 되는데 이 문제땜에 항상 고민이에요.”

                                                   시민들이 국회톡톡에 남긴 댓글 중 일부 @WAGL


올 1월 한정애 의원이 시민제안을 반영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국회톡톡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그다음 수순은 어떻게 되는지, 언제쯤 법안이 통과될지 궁금했다. 그럼 직접 만나서 얘길 들어보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2월 말 시민들과 의원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연차보장 수다회’가 열렸다. 


지난 2월 제안자, 참여시민, 매칭 의원이 모여 ‘연차보장 수다회’를 열었다. @WAGL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너무 아파서 그나마 몇 개 없는 연차 중 하루를 사용하겠다고 했더니 상사는 ‘너만 애 키워?”라며 화를 냈어요.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정말 펑펑 울었습니다.”

“진짜 국회의원 누구라도 이런 제 이야기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국회톡톡에서 의원님들이 응답하는 걸 보면서 진짜 되는 건가 너무 기뻤어요.” 



연차보장 수다회에서 참석자들은 각자 연차 때문에 힘들었던 사연들을 쏟아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함께 자리한 의원도 연신 눈가를 훔쳤다. 수다회가 끝나갈 무렵, 한정애 의원은 “솔직히 연차 때문에 이렇게까지 힘들어하시는 줄은 몰랐다. 여러분들의 제안을 보고야 근기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법안 발의가 시작이다. 통과될 때까지 온 힘을 다 하겠다”고 화답했다. 


수다회 참석자들은 그 이후에도 카톡방에서, SNS에서 소통하며 상임위 통과를 지켜봤고 서로를 응원했다. 그리고 결국 그 바람은 어제 근기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로 현실이 되었다. 앞으로 신입사원이나 복직자들도 입사 1년 차에 11일의 연차를 쓸 수 있게 됐다.  연차보장 수다회에 참석했던 도경맘은 “이 법안은 직장맘들에게는 정말 한줄기 빛과 같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사표를 넣었다 뺐다 하지 않아도 되는 든든한 빽과 같다”며 법안 통과를 반겼다. 


1,839명의 시민과 국회의원이 근로기준법을 바꿔냈다. 이제까지 그 어떤 노동조합도 제기하지 않았던 문제를, 평범한 직장맘과 시민들이 제일 처음 제기했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스스로 지지자들을 모았다. 노동법은 잘 모르지만, 각자 일터에서 느낀 부당함과 휴가를 제때 쓰지 못해 힘들었던 공통된 경험이 이들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하나로 연결했다. 내 제안이 진짜 법안이 될까? 진짜 된다. 국회톡톡으로 오시라. 

국회톡톡 바로가기 >> http://toktok.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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