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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양 Sep 09. 2024

마음과 감정

23시 45분. 오늘의 에필로그

24년 9월 8일.

23시 45분. 오늘의 에필로그




[마음과 감정]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가?

관념적으로는 어째서인지 머리나 가슴 어딘가에 존재할 것 만 같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아도 뇌나 심장에 마음이 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마음이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지 않음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마음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생각 속에서 마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또한 조금만 더 생각해 보아도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마음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을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정확한 위치를 찾으려면 한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착한 마음

기쁜 마음

사랑하는 마음

혐오하는 마음

짜증나는 마음

슬픈 마음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나눈다고 해보면, 가장 눈에 쉽게 보이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일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생각해 보면 아마 각자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구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그 모든 기준들이 각자의 정답이겠지만, 마음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 색다른 기준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나는 저 항목들을 '마음인 것'과 '마음이 아닌 것'으로 구분하려 한다. 나는 '마음'과 '감정'은 매우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은 외부 상황이 나의 내면에서 해석되는 방식이다. 출발점이 외부이고 도달점이 나의 내면이기 때문에, 감정의 작용은 나의 내면에서 일어난다. 반면 마음은 나와 내가 아닌 것과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출발점은 그 관계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며 도달점은 그 관계의 맥락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은 관계의 맥락에서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위의 6가지 항목은 '착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 혐오하는 마음'. 그리고 '기쁜 감정', '짜증 나는 감정', '슬픈 감정'이라고 나눌 수 있겠다. 




마음은 뇌도 심장도 아닌 곳, 심지어 나의 내면도 아니라 나의 바깥, '관계의 맥락'속에 존재한다. 그 관계의 맥락 안에서 내가 어떤 입장인가. 혹은 나는 어떤 입장이고 싶은가. 그것이 곧 마음이다. 


그 관계가 꼭 사람이랑 맺어지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반려동물에게도, 길고양이에게도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살아있지 않은 것과도 관계의 맥락이 생겨날 수 있다. 특정한 장소나 물건에게도 마음이 생겨날 수 있다. 인식을 조금만 더 넓혀본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의 관계에서도 맥락을 찾을 수 있다. 돈, 시간, 죽음, 정의, 신념. 이에 대한 나의 입장이 곧 나의 마음이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맺고 있는 수많은 관계에 대하여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언어화할 수 있다면, 삶의 해상도가 전과는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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