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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구르르 Jan 25. 2023

와훌 7문7답



     누구나 열 수 있는 자물쇠가 달린 비밀 일기장을 돌려쓰기에는 머리가 크고 싸이월드에는 아직 재미 들이기 전. 블로그에 100문 100답을 작성하고 다음 타자를 지목하는 일에 몰두했었어요. 친구의 취향을 샅샅들이 살펴보고 내 차례는 언제 돌아오나 목을 빼고 기다리던 날들이었습니다. 올해의 목표는 ‘상상력에 한계를 두지 않고 탐험하는 것’인 만큼 23년의 첫 편지는 이전과 다른 방식을 택해 보았습니다. 그 시절 숱하게 해왔던 셀프 인터뷰인데요. 와이키키 훌라클럽이 추구하는 가치를 이번 인터뷰에서 다뤄봅니다.



Q1. 만나서 반가워요! ‘와이키키 훌라클럽’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알로하! 하와이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와이키키 해변’과 훌라를 추는 이들이 교류하는 장이라는 의미에서 ‘훌라’와 ‘클럽’을 한곳에 모아 탄생한 것이 ‘와이키키 훌라클럽(이하 ‘와훌’)’이에요. 매일 같이 야근하던 때 훌라를 접했더라면 출근길 ‘저 버스에 아주 사알짝만 부딪혀서 딱 오전만 쉬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일은 없었겠다 싶을 만큼 훌라는 스트레스 관리에 효과적이에요. 그때의 저와 같이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알로하의 마음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와훌의 수업 목표는 훌라를 추는 한 시간 반만큼은 따뜻한 바람에 야자수가 흔들리고, 파도 소리와 여유로운 우쿨렐레 음색이 들려오는 와이키키 해변에 다녀오는 거예요.



Q2. 훌라로 떠나는 하와이 여행이라니 정말 멋진데요! 실제로 하와이에 다녀오신 적이 있나요?

A. 유치원을 하와이에서 다녔어요. 와이키키 해변에서 찍은 사진이 유독 많은데, 당시 하와이 대학교 가까이 살아서 와이키키 해변이 차로 10분 거리였다고 해요. 거의 앞마당이었던 셈이죠.



Q3. 정말 부럽네요. 하와이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A. 아쉽게도 너무 어릴 적이라 기억나는 게 많이 없어요. 대신 사진과 캠코더로 찍은 영상을 보면서 엄마·아빠께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하와이라서 특별한 점이 있다기 보다는 간식 사 먹을 용돈을 달라고 한 이야기, 유치원에서 울지 않고 잘 지내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쉐이브드 아이스(Shaved ice; 곱게 얼음을 갈아 위에 달콤한 식용색소를 뿌린 하와이식 빙수)를 사달라고 했다거나 하는 평범한 이야기예요.

그래서 와이키키 해변이 제게 가지는 의미가 일반적인 휴양지랑은 조금 달라요. 어린 시절 마음껏 뛰놀았던 놀이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가장 환대 받았던 장소. 그래서 더 소중한 곳. 와훌러(와이키키 훌라클럽에서 춤추는 사람들)분들도 이렇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Q4. 와이키키에 그런 추억이 있군요. 중요한 건 어린 시절의 마음가짐을 되찾는 거네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람마다 자신만의 ‘와이키키 해변’이 있을 것 같아요.

A. 맞아요. 와훌을 운영하며 스스로 다짐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캠코더로 남은 영상 중에 친구랑 모래성을 쌓으면서 놀고 있길래 ‘얘는 누구야?’ 했더니 ‘모르는 애야. 여경이가 옆에 가서 앉더니 같이 놀던데.’라고 엄마께서 이야기해주신 영상이 있어요. 저는 아직 영어도 하지 못하던 때라 ‘나는 이 컵으로 벽을 쌓을게’ 하면서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옆에 아이는 영어로 말하면서도 둘이 잘 놀더라고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과도 만난 첫날에 친구가 되어 함께 모래성 쌓으며 놀았던, 아직 차별과 혐오를 모르던 시절인 거죠. 와훌러들에게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환대받을 수 있다는 걸 몸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성별, 나이, 직업이나 생김새 등 무엇으로도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인정받고 사랑받은 경험이 있고 난 후에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춤(움직임)도 마찬가지고요. 모두가 행복하고 자유로울 수 있게, 와훌이 항상 와훌러들 옆에 존재했으면 좋겠어요.




Q5.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춤 수업이라기보다 어떤 공동체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A. 그럼요. 하와이안 훌라의 기본이 되는 ‘알로하 정신’은 그냥 인사말이 아니라 기쁨, 즐거움, 겸손, 배려, 통합, 평화 등 다양한 사랑의 의미가 담겨 있어요. 훌라는 하와이의 전통 무용이잖아요. 단순히 몸을 어떻게 움직여서 어떤 모양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알로하의 정신을 함께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 말로는 ‘느슨한 연대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씩 나의 삶을 돌이켜보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서로를 걱정하고 응원하는 커뮤니티. 꼭 물리적인 공간이 없더라도 언제든지 와훌러들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제가 와훌로 사람들을 초대하지만, 나중에는 제가 없더라도 서로 연결감을 느끼고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Q6. 여구르르가 없어도 유지되는 공동체를 원한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A. ‘여구르르의 훌라 클래스’가 아니라 ‘와이키키 훌라클럽’이잖아요. 각자 마음의 고향을 찾고 그곳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춤을 출 수 있게끔 하는 게 최종 목표인 거죠. 혼자여도 좋고 누군가를 초대해서 함께 춤춰도 좋고요.

같은 맥락에서 ‘훌라 댄서 여구르르’ 가 혼자 멋진 훌라를 추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훌라 전문 지도자로서 올바른 안무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신경 쓰고, 공연자로서의 기량을 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연습하고 있지만 ‘와이키키 훌라클럽’은 와훌러 모두가 함께 만드는 공간이에요. 저는 ‘함께’의 힘을 믿거든요. 함께 춤출 때 훨씬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느껴요.



Q7. 다 같이 손을 잡고 해변에서 맨발로 춤추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23년은 와훌에게 어떤 한 해가 될까요?

A. 더 많은 분과 함께 춤추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저의 훌라를 직접 보시고 이야기를 나눠보신 분들은 모두 ‘훌라가 이런 춤인 줄 몰랐어요’, ‘한 번도 춤춰본 적이 없는데 저도 할 수 있을까요?’, ‘꼭 한번 배워보고 싶어요.’라고 말씀 주시더라고요. 이런 분들이 한 분, 한 분 모여 즐겁게 춤출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행히 훌라는 자연을 닮아 무척이나 편안한 움직임이에요. 케이팝처럼 박자를 쪼개서 안무가 들어가지 않아서 처음 배우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어요. 몸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 할 수 있도록 각자의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찾아내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몸짓으로 나타내면 와훌에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요.





     이상 ‘훌라 출 땐 여기가 와이키키~!‘라고 세상에 소리치고 싶어 묻고 답해본 와훌의 셀프 인터뷰였습니다. 감사하게도 뉴스레터를 보낼 때마다 꼭 답장을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요, 여구르르에게 무척 큰 힘이 되고 있어요 :) 와훌이나 여구르르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여러분의 소중한 질문을 모아 두 번째 Q&A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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