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축제를 진행하던 때, 마음으로 정해두었던 다음 주제가 "Dream big"이었다. 큰 꿈을 꾸자고, 정말로 우린 꿈꾸는대로 될 수 있다고 말할 참이었다. 그런데 그 주제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기획이 잘 풀리지 않았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다가 10년전 교지를 만들 때에 이미 Dream Big을 주제로 표지사진을 찍었던 유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10년이 지나도 내 생각이 거기서 거기라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가, 문득 10년 전 아이들에게 하던 말을 지금도 똑같이 하는 게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을 품어보았다. 분명 아이들은 달라져 있었다. 그제야 기획이 뭔가에 턱 막혀 계속 진전이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큰 꿈을 꾸라는 메시지가 시대를 불문하고 긍정적인 것이야 두말할 필요없지만, 이게 왜인지 요즘의 아이들에겐 더욱 대책 없는 폭력같이 느껴졌다.
큰 꿈만 좋은 꿈일까? 아이들을 그렇게 계속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교육적일까? 에 대해 나의 본능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꿈을 꾸든 너희는 다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하고 싶은 것이지만 글쎄, ‘네 꿈은 뭐니?’라는 열린 질문을 무엇보다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그 말이 오히려 좌절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이 때문에 자꾸만 걸려 Dream Big을 주제로 전시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못잡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의 감이 맞을까? 모르겠을 땐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니 수업의 일부를 할애하여 아이들에게 설문 조사를 했다.
"너희의 꿈, 그게 뭔지 자세히 모르겠을지언정 너희들이 50살이나 60살 쯤엔 이렇게 살고있겠지 하는 막연한 이미지가 있잖니? 그게 어떤 평범한 모습에 가깝니, 아니면 엄청 위대하고 대단한 모습에 가깝니? 어떻게 거기까지 가는지 따위는 몰라도 어떤 상상같은 건 우리 자주 하잖아~ 생각해보고 손들어볼래?"
꿈이 없는 아이들도 어떤 이미지를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지 않을까하여 생각해낸 이 질문에, 2학년은 80%의 아이들이 "평범함"에 손을 들었다. 1학년은 60%가 꿈을 이룬 자신의 모습이 평범함에 가깝다 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2학년 형 누나들은, "걔들이 아직 인생을 덜 살아서 그래요" 하며 웃었다. 부모세대보다 이미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났지만 부모세대가 경험한 성장과 부의 축적만큼을 절대 이루기 어려운 초저성장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라더니, 역시 그런 것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느끼는가 싶었다. 평범한 50대가 되는 것도 정말이지 꿈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하지, 보통 노력으론 그만큼도 어렵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런 아이들에게...Dream Big이라고? 이건 내가 틀렸다 싶어서 축제 주제를 수정했다. 큰 꿈은 무슨 큰 꿈이냐 – 작은 꿈이면 어때! 아니 꿈에 작고 큰 게 어딨어. 그저 꾸는 거지!! 그래 꿈은 꾸는거다! 두려워도, 불안해도, 못 이룰 것 같아도,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은 꿔야한다는 호소를 담아 Dream ON, Live ON을 외치기로 했다. 꿈이 없다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꿈을 꿔야한다고 외치는 것은 교육자로서 절대 물러날 수 없는 선이었다.
꿈이 켜지면, 삶이 켜지는 거야 얘들아. 꿈을 꾸는 한 삶은 계속된단다~ 하는 의미를 담아 Dream on Live on. 이제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듯 했다. 비로소 죄책감없이 꿈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