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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왈이의 마음단련장 May 24. 2019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과거를 살아요

[마음단련가 인터뷰] 김민정 미술치료사를 소개합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민간 상담사 자격증,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익명의 후기. 안 그래도 마음을 단련한다는 개념이 생소한데, 나에게 맞는 좋은 마음단련가(상담사, 미술치료사 등)를 찾는 것부터 참 쉽지 않지요. 왈이가 '더 좋은' 마음단련가가 아닌, '나에게 더 잘 맞는' 마음단련가를 발견하도록 돕기 위한 인터뷰를 이어가보려 합니다.

이번에는 <어절어쩔(내 어린 시절 어쩔) 워크샵>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민정 미술 치료사를 만났어요. 직접 경험한 것에서 나오는 말에는 무게가 실리는 것 같아요. 

어절어쩔 워크샵을 비롯한 다양한 마음단련 프로그램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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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나의 무의식을 드러내요. 언어로만 하는 상담 또한 한계가 있을 수 있거든요. 저는 우리가 평소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의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신분석도 공부하게 됐죠. 정신분석에서는 무의식을 다루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과거를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내 현재를 살지 못한달까요. 
과거로 인한 에너지의 누수가 너무 커요. 


내가 이런 선택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며 살고 있지만 거기엔 과거의 영향이 커요. 자연히 비슷한 행동이 반복되고, 비슷한 싸움이 일어나요. 내 삶이 아닌 것을 살고 있다 보니,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는 게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왈이의 마음단련장에서

김민정 미술치료사를 소개합니다

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상담은 제가 살려고 시작하게 된 거였어요. 소아 우울증을 앓았거든요. 어렸을 때는 그냥 ‘나는 예민한 애구나’ 이렇게 생각했고, 공부하면서 알게 됐어요. 그게 우울증 증상이었다는 걸요. 저는 온몸에 진물이 날만큼 피부가 정말 안 좋았어요. 남과 나의 경계가 피부잖아요. 경계의 문제가 신체로도 나타났던 거죠. 유치원까지 거슬러가는 오랜 이야기예요. 


상담이라는 분야가 넓은데, 그중에서도 왜 미술치료를 선택하셨어요?

그러게요!(웃음) 제가 공부할 때만 해도 미술치료를 공부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학부 때 한국화를 전공했어요. 철학, 심리, 문화, 미술은 어쨌든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림을 그리면서 내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치유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휴학을 하고 심리와 미술이 맞닿아있는 지점을 알아보면서 일본 색채 심리를 공부하게 됐어요. 


매체나 종이의 선택, 선의 느낌에 마음이 반영되거든요. 거기에 끌렸던 것 같아요. 졸업 작품을 그릴 때 저는 크레파스를 선택했어요. 크레파스는 에너지를 많이 쓰게 하는 도구거든요. 힘을 줘야 되고. 칠해야 되고. 실제로 상담을 하면서 보면 에너지가 많은 사람들은 크레파스를 많이 선택해요. 우울감이 많고 에너지가 적은 사람들은 파스텔, 색연필을 많이 쓰시고요. 그때 제가 100호를 크레파스로 다 채웠으니까. 심적인 에너지가 폭발 직전처럼 꽉 차있었던 것 같아요. 거친 느낌을 주고 싶어서 붙는 모래를 합판에다가 칠하고, 그 위에다 크레파스로 하고. 해소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나 봐요. 


 매체, 종이 같은 것에도 마음이 반영된다는 것이 재밌네요.

그림은 나의 무의식을 드러내요. 언어로만 하는 상담 또한 한계가 있을 수 있거든요. 저는 우리가 평소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의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신분석도 공부하게 됐죠. 정신분석에서는 무의식을 다루거든요.


무의식이요?

내가 모르는 나. 저부터도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가 되게 컸거든요. 내 내면에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는데 신체적으로 계속 아프니까. 


원대한 꿈을 안고 '무의식을 다 파헤치리라!’하고 대학원에 들어가서 많은 이론을 접했지만 내 스스로를 분석하기엔 역부족이었어요. 나는 나를 알려고 간 거였는데. 나중에 교수님과 함께 멜라니 클라인 같은 분들의 정신분석 이론을 공부했어요. 


정신분석에 매료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정신 분석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에요. 어떤 의미에선 한물 간 이론이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과거를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내 현재를 살지 못한달까요.
과거로 인한 에너지의 누수가 커요. 


내가 이런 선택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며 살고 있지만 거기에 과거의 영향이 너무 커요. 자연히 비슷한 행동이 반복되고, 비슷한 싸움이 일어나요. 내 삶이 아닌 것을 살고 있다 보니,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는 게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처음 상담 공부 시작의 목표가 나를 찾는 거였잖아요. 지금은 나를 찾으셨나요?

네. 이제야 나를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7-8년이 걸렸어요. 저는 개인 분석도 오래 받았어요. 좋은 슈퍼바이저를 찾는 것도 되게 힘든 일이거든요. 선생님은 저의 스승님이자 현실 엄마이신 분이죠.


저 스스로를 분석하고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공부가 됐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볼 수 있어요. 내 공부가 제일 큰 공부인 것 같아요.


 나를 살게 하기 위해서 시작하셨던 거라면 나를 찾는 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유일하게 가슴이 뛰는 일, 유일하게 몰입하는 일이 상담이더라고요. 어떻게, 얼마나 힘든지 내가 너무 잘 알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또 아니까. 처음 상담사가 됐을 때는 남 일 같지 않고 내 일처럼 하게 되는 부분이 가장 고민이었어요. 


선을 명확하게 하는 게 상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그럴 때 단호하게 쳐내는 편이에요. 하지만 너무 힘들고 무서울 때는 제게 전화라도 하라고 말씀드려요. 저도 충동이 심해져서 자해를 한 적 많거든요. 그럴 때 한 사람이 필요해요. 늘. 그 한 사람이 되어주려고 하는 거죠. 경험에서 나오는 부분이에요.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는 선생님의 마음은 좀 안녕하신가요?

힘들어요!(단호) 힘듭니다. 아, 가끔 하늘에 대고 진짜로 욕을 해요. 이거 시킬라고 날 이렇게 힘들게 했냐고 따지면서.

어떨 때 '그래도 내가 이 맛에 이 일하지' 싶으신가요?

저는 답을 딱 얘기해주지 않아요. 소몰이하듯이 스스로 알아갈 수밖에 없도록 몰아가는데 참 기나긴 여정이에요. 누군가에게 돈을 내고 상담을 하겠다고 가서도 기싸움을 하고, 자기도 모르게 방어적으로 변하죠. 


그러다 내담자가 ‘아- 내가 그랬구나’라는 말을 할 때가 와요. 가장 중요한 어떤 조각을 진심으로 수용하는 시점이 있어요. 퍼즐이 딱 맞춰지는. 그 순간 정말 뿌듯하죠.


미술 치료에는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다
선생님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요?

정신분석을 공부한 미술치료사. 개인 수련을 이어온 사람.


미술 치료사로서 저를 이야기하자면, 그림을 ‘들어주는’ 도구보다는 ‘해석하고 분석하는’ 도구로 쓰는 편이에요. 조심스럽지만, 저는 들어주기만 하는 상담사는 아닌 것 같아요. 내담자가 준비되어 있을 때는 해석하고 분석도 해요. 


그림도 결국 언어가 아닌 방식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적절히 쓰였을 때는 빠르게 마음을 여는 도구가 되어주기도 하거든요. 색깔마다 감정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빨리 훅 들어가는 면이 있어요. 하지만 미술 치료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자면 일단 화기를 빼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쌓인 말이 턱끝까지 찬 사람들. 그럴 때는 미술 치료를 사용하지 않기도 해요. 


어떤 분들과 합이 가장 잘 맞았나요?

아무래도 저랑 비슷한 일을 겪었던 분들이죠. 


저 같은 경우,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저, 남동생이 한 집에 살았어요. 할머니가 성격장애를 갖고 계셨죠. 미친 것도 아니고 안 미친 것도 아닌 상태요. 심할 때는 엄청 심해지기도 하고요. 그런 할머니 곁에서 마치 볼모처럼 컸죠. 자기 분석을 하면서 할머니한테는 첫째 아들인 아빠가 남편이자 친구이기도 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아빠가 결혼하면서 그 역할을 단호하게 잘라내니까 제가 아빠가 해온 역할을 대체하게 된 거죠. 할머니가 항상 저를 데리고 잤기 때문에 어렸을 때 엄마랑 잔 기억이 없어요. 저는 할머니한테 사랑은 무지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게 사랑이 아니었던 거예요. 엄마한테 가지 못하니까 엄마에게 애착도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죠. 집안에 보호자는 많은데 애착 대상이 없었어요.


저처럼 가족 문제, 뒤얽힌 서열 문제가 있는 분들. 어린 시절 우울증을 앓았던 분들. 그런 문제들이 신체적으로 발현되는 신체화 증상이 있는 분들. 이런 분들을 만나면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겠죠.


마음단련장에서 진행한 어절어쩔 워크샵도 같은 맥락이겠네요. 어린 시절의 그림자가 여전히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는 분들을 위한 워크숍이니까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한 번의 워크숍이지만 '나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구나, 혹은 나도 위로가 필요했구나'를 깨닫는 시간으로 기획했고요.

나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구나

실제로 세션 중 피드백 주신 내용이기도 해요. 일상 속에서 짜증 나고 힘이 드는데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답답했다. 어느 정도의 실마리를 얻은 것 같다.


앞으로의 세션은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이별과 상실에 대해 다뤄보고 싶긴 해요. 반려견, 연인, 가족, 직업.. 딥한 주제라 쉽지는 않을 거예요. 


 어린 시절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학교에서 상담사로 일하면서는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제 아픔도 어린 시절에 시작된 거라서 청소년, 아이들과의 상담이 편해요. 그들도 편할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사실 애들은 죄가 없잖아요. 부모가, 가정사가 문제인데. 일단은 그 친구들의 화나 우울을 받아주는 것밖에 없죠. 최대한 지지해주고. 


저도 어렸을 때 엄청 짜증을 내고, 화를 많이 냈어요. 나쁜 아이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품행 장애로 오는 아이들을 보면 화가 많은 친구들이거든요. 그런 친구들은 우울증부터 확인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부모 상담이 제일 필요해요. 

하지만 부모님들은 받으려고 안 하죠. 아이들 만나다 보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느낌이 있어요. 아이들 마음 겨우 보살펴서 보내면 또 안 좋아져서 오고. 가족 치료를 제안하는 때도 있지만 잘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말이 쉽지. 당신이 뭘 알겠어!'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저도 제가 만약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면 또 어떤 상담사가 될지 궁금하기도 해요.


상담사, 미술치료사의 민간 자격증이 많아서 문제라는 말들이 많은데요. 미술 치료사로서, 상담사로서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내담자는 어떤 기준으로 상담사를 고르는 게 좋을까요?

제가 한국에서 취득한 건 석사 학위와 미술치료사 1급 자격증, 그리고 가족 세우기 촉진자 과정입니다. 워낙 학회, 협회 등이 많고 자격증 장사하는 곳들을 혐오해서 개인적으로는 상담사 개인의 자질 수련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내담자분들이 상담사를 구할 때 기본적으로 학위(대학원)를 가지고 계신 분들을 우선적으로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담자 자신이 상담자와 핏이 잘 맞는지, 저는 궁합이라고도 하는데 상담자의 경력이나 나이나 다 불문하고 나와 잘 궁합이 맞는지를 보셨음 해요. 아무리 실력자라도 나와 안 맞으면 다 소용없는 것 같아요.


 상담사로서 지양하는 것이 있을까요?

저 자신이 돈에 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데 돈이 없어서 상담을 못하는 분들도 얼마든지 있거든요. 상담을 받기 위해 개인이 져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니까. 그래서 정부의 지원 사업 같은 게 있으면 따내려고 노력하고, 공공 포럼이 있으면 제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는 거예요.


물론 저도 생계가 달려 있으니까 돈이 중요하죠. 하지만 돈에 매이다 보면 사실 내담자의 상태가 괜찮은데도 계속 상담을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요. '어느 순간 돈에 미쳐서 그러면 어쩌지?' 이런 걱정도 하죠. 항상 조심하는 부분이에요. 


저 같은 경우엔 내담자마다 가격이 달라요. 각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요. 이 분은 분명 도움이 필요한데, 한 시간에 이만큼밖에 지불할 수 없어요. 그러면 저는 그 가격에 상담을 이어가려고 노력해요. 이 마음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저도 스스로 지켜보고 있어요.


 좋은 상담사의 조건이나 자질이 있을까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상담사가 좋은 상담사라 생각해요. 언제 찾아가도 늘 그 자리에 있을 사람. 평생 가도 그런 사람 만나기 쉽지 않잖아요. 저한테는 제 슈퍼바이저가 그런 사람이었어요. 한결같은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민정 미술치료사를 만나시려면,

https://sumshim.modoo.at/

고민 들어주는 강아지 왈이가 이태원 소월길에서 마음단련장을 열었습니다. 왈이의 마음단련장에서는 상담을 기반으로 한 명상/요가 등 다양한 마음 단련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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